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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다_인터뷰

로버트 할리(하일)과 크라이슬러 3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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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할리에서 하일로 이름을 바꾼 미국계 한국인인 그는 크라이슬러 300C CRDi를 탄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모델을 선택한 것이다.

300C는 언제 봐도 잘생겼다. 남성미 넘치는 프런트 그릴과 벤틀리 같이 뚝 떨어지는 라인이 한 카리스마 한다. 은색 300C가 주차장으로 들어서더니 뒷문이 열리고 하일이 내렸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소탈하고 유쾌한 모습 그대로의 하일이 부산 사투리로 인사를 한다.

요즘 하일은 바쁘다. 정오부터 1시까지 EBS 라디오에서 ‘폰폰 잉글리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조만간 두 시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도 새로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드라마는 내년 1월부터 방송을 시작하고 각종 프로그램의 리포터와 게스트로 활약 중이다. 그뿐만 아니다. 광주와 전북에서 외국인학교 두 곳을 운영 중이고 국제변호사 일도 가끔 한다. 근데 요즘은 바빠서 학교 운영이나 변호사 일은 잘 못한다. 외국인 학교는 아내가 도맡아 운영하고 변호사 일은 특별한 경우에만 수행한다. 

그가 한국으로 귀화한 건 1997년. 벌써 11년째다. 미국계 한국인이 되기로 한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지내온 삶이 자연스러웠고 방송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귀화한 방송인들의 조언과 충고가 도움이 됐다.

한국 생활은 언제부터 했나?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한국에 처음 왔다.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원에서 법을 공부하면서도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했다. 사회에 나와 국제변호사가 돼 다시 한국을 찾았다. 부산에서 10여년, 광주에서 10여년, 서울에서도 꽤 오래 살았으니 이젠 진짜 한국인이 다됐다. 예전부터 한국은 특별하고 신기한 나라였다. 5000년이라는 놀라운 역사와 전통은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사람 사이에 정이 통하고 인간미가 살아 있는 그런 나라가 한국이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게 어려웠을 텐데?
정을 교감하는 방식이 다르다. 어제 교회에서 사람들과 식사할 일이 있었다. 한 공간에 모여 각자 마련해 온 음식을 나눠 먹는 자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각자 싸온 음식을 먹거나 가족끼리 모여 먹는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할 텐데 불쑥 누가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당황하고 불편하다. 이제는 “좀 드시겠어요?”하고 음식을 건네기도 하지만 아직 “맛있어 보이는데 하나 먹어 볼까요?”하지는 못한다.

문화적 차이가 너무 커서 딱히 뭘 꼽기가 좀 그런데, (잠시 후 외쳤다)“인사!”한국에서 인사를 잘 안하면 큰일 난다. 방송국 가면 잘 모르는 후배들도 내게 인사 열심히 한다. 그게 좀 신기하다. 미국에서는 그런 분위기 자체가 없다. 미국은 예의보다 평등과 실용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둘 중 어떤 분위기가 더 편하냐고 물으니 대뜸 “왜 그러세요! 그런 질문하지 마세요.”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웃는다. 미국계 한국인인 그에게 던질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하일에게 인사와 예의에 민감한 한국 정서는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요즘도 가끔 매니저가 옆에 붙어 “형 설운도 씨야, 인사해”하고 소곤거리면 황급히 인사할 때도 있다.

최근 그의 관심사는 미국 대통령선거와 세계 경제, 그리고 부러진 발가락 때문에 조깅 대신 시작한 자전거 타기다. 거의 매일 15km를 달리는 조깅 마니아가 뛰지 못하자 바로 다음날 자전거를 구입해 매일 열심히 탄다. 더 먼 거리를 말이다.

그는 자동차 마니아다. 2년째 타고 있는 300C CRDi 전에 탔던 차 계보를 한 번 살펴볼까. 맵시부터 출발해 프라이드, 캐피탈, 프린스, 크레도스, 슈마, 그랜저, 렉스턴을 탔다. 게다가 300C를 빼면 모두 국산차다. 국산차 타기 싫어 안달난 한국 사람과는 달리 국산차를 사랑하는 미국계 한국인이다.

많은 차 가운데 300C CRDi를 선택한 이유는 혹시 디젤이라서?
그렇다. 그것도 큰 이유였다. 지금은 경유와 휘발유값 차이가 없지만 2년 전만 해도 경제적인 메리트가 있었다. 지금도 휘발유 엔진에 비하면 경제적이고 마음에 든다. 디자인도 중요한 선택 이유였다. 작은 윈도와 커 보이는 듬직한 차체, 클래식한 스타일링이 좋았다.

실내공간도 무척 넓고 보기보다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추고 있다. 300C 갓 뽑아 운전하고 다니면 훨씬 더 비싼 차를 타는 사람들이 이 차 사고 싶다며 얼마냐고 묻는 일이 흔했다. 그만큼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을 텐데?
잔고장이 좀 있다. 엔진룸에서 타는 냄새가 가끔 나는데 깨끗하게 안 고쳐진다. 산을 좋아해 오프로드나 비포장 시골길을 달릴 때면 SUV가 그리워진다. 든든하고 믿음직한 세단이지만 오프로드나 시골길을 마구 휘젓고 다니기란 쉽지 않다.
 
차를 하나 더 고르라면 어떤 차를 사고 싶나?
값비싼 세계적 명차도 좋지만 SUV를 타고 싶다. 닷지나 짚 브랜드의 멋지고 큰 SUV 말이다. 매력 넘치는 혼다 어코드도 위시 리스트에 포함된다. 하지만 기름 많이 먹는 매력적인 하마 퍼시피카를 타는 아내는 자꾸 렉서스를 사자고 조른다.
미국과 한국의 자동차 문화는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 자동차는 집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감과 상징성을 띠고 있다. 미국에서 차는 그저 편리한 교통수단일 뿐인데. 한국에서는 과시의 대상이다. 그리고 하나 더, 동방예의지국답게 개인적으로 만나면 참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 차만 타면 무법자가 된다. 운전하면서도 예의바른 사람이 되길 바란다. 

단풍놀이 가기 좋은 이 가을에 드라이브 코스 하나를 추천한다면?
요즘 백양사 가면 정말 좋다. 백양사에서 담양으로 넘어가는 길이 환상적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휴가 내서 연인이나 친구와 떠나라. 물론 풍경을 즐기며 윈도를 열고 콧바람을 쏘이며 달려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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