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넓은 차를 좋아하는 개그맨 오정태는 짚 컴패스를 선택했다. 화장이 짙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짚’다운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없을 것 같던 9월 어느 일요일 오전, ‘서울 숲’ 공원 벤치에서 오정태를 만났다. 그는 개그맨이란 직업을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만큼 독특한 감각과 스타일을 뽐냈다. 사자 갈퀴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을 머리띠로 잡아 올린 그는 300m 앞에서도 눈에 띌 만큼 철철 넘쳐흐르는 개성의 소유자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을 것만 같던 그와 무릎을 맞대고 인터뷰를 시작한지 채 10분이 되지 않아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진지함과 인간미에 살짝 놀라기 시작했다. 공중파와 케이블의 여러 채널을 두루 섭렵하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그를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신인인 줄 안다. 8년 경력에 6년을 무명으로 지낸 고생 좀 한 연예인인데 말이다.
방송 데뷔 전 그는 어느 한 극단의 배우였다. 단원 시절, 소위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방송과 연을 맺었고 자연스럽게 기나긴 무명의 터널로 진입했다. 무명의 설움에 대해 이야기하자 스스로에게 가장 고마운 시간으로 그 시절을 회상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큼 종횡무진 활약 중인 스타들과 합숙하며 밤낮 없이 개그를 만들고 연습하던, 그 치열하고 열정적이었던 시절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고 부담 없는 외모에 진솔하고 친근한 개그로 2007년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 시트콤 부문 남자 신인상까지 거머쥐는 스타가 됐다.
그는 연극배우 출신답게 연기에도 욕심이 많다. 주연이 아니라서 그렇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도 꽤 많은 다작배우다. 자기만큼 수많은 오디션에 자발적으로 참가하고 연기하는 연예인은 없을 거라며 웃는 오정태.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이 이제 슬슬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유쾌하고 소탈해 너무나 인간적인 그의 차, 짚 컴패스
오정태의 자동차 인생은 수동변속기를 얹은 현대 갤로퍼 숏 보디와 출발했다. 시야가 높고 적당히 투박한 차, 쓸모 있는 공간과 튼튼한 차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는 갤로퍼가 적당했다. 물론 여유롭지 않은 경제적 여건도 중고 갤로퍼를 고른 이유 중 하나였다. 고달픈 무명시절을 함께 버텨 준 숏 보디 갤로퍼는 지금은 쟁쟁한 스타지만 당시엔 꿈을 키우며 합숙하던 무명 연예인 여섯 명을 태우고 산으로 바다로 잘도 달려줬다. 함께 고생하며 지치고 노쇠해진 갤로퍼는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개그야’에 출연할 때까지 그의 옆을 지켜줬다.
2003년에 갤로퍼와 안녕을 고한 그는 개그야의 여러 코너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크레이지라는 코너에서 ‘확 깨는’ 사진을 들고 등장해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리고 “뭔 말인지 알지”를 연발하며 유행어를 히트시켰다. 커가는 인기와 더불어 2000년식 수동변속기 코란도로, 그리고 2007년에는 짚 컴패스로 그의 모터 라이프도 변해갔다.
짚 컴패스를 구입하기 전까지 그는 수입차는 비싸고 유지하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크라이슬러 차를 타는 동료 개그맨 신동수의 추천으로 짚 매장을 방문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는 그제서야 수입차가 터무니없이 비싸기만 하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대상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짚 컴패스를 선택해 1년 넘게 타고 있다. 컴패스가 좋았던 것은 짚이라는 정통성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온로드에도 잘 어울리는 매끈한 성격 때문이었다. 게다가 3000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고 고백한다.
“처음 컴패스를 받아서는 한 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다녔어요. 차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추운 줄도 몰랐어요.” 요즘은 좀 뜸해지기는 했지만 초창기에는 일주일 두세 번은 손수 차를 닦고 관리하며 아기 다루듯 했다.
“편의장치가 다양하거나 디자인이 화려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오프로드에서 정통성을 인정받는 짚이 만든 모델인 만큼 특유의 수수함과 남성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투박하고 직선적인 디자인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에요.” 매끄러운 온로드 성능을 자랑하는 검정색 컴패스와 열애중인 그는 다음 번에 타고 싶은 차도 SUV중에서 점찍어 뒀다. BMW X5로 말이다.
오정태는 결혼이 하고 싶단다. 아울러 좀 더 명확하고 분명한 캐릭터로 왕성하게 활동해서 사람들에게 더 확실히 각인되고 싶다고 한다. 그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배우로, 또한 제작자로 영화를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오정태는 “당신에게 자동차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분신”이라 답했다. 그의 분신 검정색 컴패스는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오정태의 목적지를 항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