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투아렉이 국내 등장했다. 글로벌 론칭이 2018년 여름이었으니, 제법 지난 시점의 국내 데뷔다. 이런저런 사연을 뒤로하고 절치부심한 폭스바겐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일단 투아렉의 완성도와 만듦새, 진화의 폭은 꽤 선명하다. 글로벌 론칭 당시 해외에서 먼저 만나 본 신형 투아렉을 경험하며 제법 놀라며 칭찬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특히 실내 변화의 폭은 완벽히 다른 차라 할 만큼 훌륭하게 변했다.
오늘은 신형 투아렉이 얼마나 어떻게 나아지고 좋아졌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투아렉의 오프로드 능력만 놓고 이야기해보려 한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기존 ATV 체험장을 포클레인을 동원해 며칠간 고생하며 다양한 오프로드 코스를 만들었다. 그곳에 초대돼 인스트럭터와 함께 설명을 듣고 직접 경험하며 느낀 것들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귀가 몇 번을 먹먹해지며 도착한 오프로드 코스에는 투아렉의 경쟁 모델로 언급되는 다양한 모델들이 있었다. 나름대로 프리미엄과 네 바퀴 굴림 장치를 바탕으로 오프로드에서 한가락 하는 녀석들이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인스트럭터에게 꽤나 터프한 오프로드 코스를 번갈아 가며 타 본 솔직한 평가를 물었다. 디스커버리가 1위, 다음이 투아렉, X5와 GLE는 도토리 키재기로 비슷했단다. 참고로 두 녀석은 디스커버리와 투아렉에 비해 오프로드 탈출 능력이 다소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두 녀석은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을 품었지만 오프로드보다 탄탄한 운전 재미와 몽글하고 안락한 승차감으로 무장한 온 로드 성격 강한 패밀리 SUV 들이다.
마련한 오프로드 코스는 27도에 육박하는 오르막과 내리막 급경사와 지그재그로 흙을 쌓아 올려 두 바퀴의 접지만으로 험로를 탈출해야 한다. 마지막은 50cm가 넘는 웅덩이를 헤쳐 나가는 코스.
오프로드 코스를 경험하기 전에 우선 오프로드와 관련한 신형 투아렉의 특징과 장점을 살펴보자. 우선 국내 론칭한 투아렉의 파워 트레인은 V6 3.0 터보 디젤엔진의 두툼하고 넉넉한 토크가 압권이다. 최고출력 286마력과 최대토크 61.2kg.m를 낸다. 놀라운 것은 최대토크가 2250rpm이라는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부터 터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오프로드의 핵심은 기본 탑재한 사륜구동 시스템 4모션이다. 사륜구동을 위한 최적의 토크 배분은 중앙에 설치된 차동 기어 장치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상황에 따라 앞으로 최대 70%, 뒤로 최대 80%까지 힘을 몰아 쓰며 이상적인 트랙션을 확보한다.
7가지 주행 모드도 오프로더로서의 능력 가운데 하나다. 노멀, 스포츠, 컴포트, 에코, 스노, 오프로드, 인디 비주얼이 그것이다. 모드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지정된 보조 시스템이 주어진 지형 조건에 맞춰 조정된다. 차세대 안티 롤 바인 액티브 롤 스태빌 라이제이션과 에어 서스펜션은 극한의 드라이빙 상황에서 완벽한 보디 컨트롤을 실현한다.
투아렉이 놀라운 오프로드 능력자인 가장 큰 이유는 에어 서스펜션 덕이 크다. 셀프 레벨링 및 주행모드에 따른 높이 조절 기능과 전자식 댐퍼 컨트롤이 포함돼 있다. 요철 등 고르지 못한 노면을 통과할 때 최고 수준의 안락함을 보장한다. 또한 속도 감응식 차고 조절 기능 덕에 어떤 상황에서든 최적화된 주행 안정성을 확보한다.
에어 서스펜션을 품은 투아렉은 노멀을 기준으로 가장 낮게는 최대 40mm, 가장 높게는 최대 70mm까지 차체를 높일 수 있다. 덕분에 최대 도강 가능 수위는 57cm다.
본격적으로 오프로드 코스를 타기 시작한다. 우선 27도가 넘는 급경사 오르막길. 며칠간 추워 꽁꽁 얼었던 땅이 갑자기 풀린 날씨와 어제 내린 비까지 더해져 고운 진흙과 찰흙 코스로 변했다. 눈 쌓인 길보다 주행이 어렵고 미끄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투아렉에는 윈터 타이어가 끼워져 있다. 속도를 좀 높여 힘차게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했다. 계기반 가운데 경사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카메라로 전방 상태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너무 쉽고 가뿐하게 오른다. 슬쩍 미끄러져도 네 바퀴에 이상적으로 구동력을 나눠 쓰며 거구를 부드럽게 밀어대며 언덕을 공략한다. 땅보다 하늘을 보며 오르는 급경사 코스지만 식은 죽 먹기가 따로 없다.
다음은 오르막길만큼 가파른 내리막길 코스다. 오프로드 주행모드에서는 내리막에 진입하면서 페달에서 발을 떼면 내리막길 주행을 돕는 HDC가 알아서 활성화된다. 시속 5~25km 안에서는 가속이나 감속 페달을 밟았다 떼면 그 속도로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내려간다. 운전 실력 뛰어난 그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바르게 차근차근 내리막을 공략한다.
흙을 쌓아 올려 지그재그 두 바퀴로 탈출해야 하는 모굴 코스. 고운 진흙으로 변한 탓에 코스를 제대로 타고 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마치 무한궤도 전차라도 된 듯 꾸역꾸역 두 바퀴로 그 높은 흙더미를 잘도 타고 넘는다. 밖에서 보면 뒤뚱뒤뚱 투아렉의 움직임이 거대한데 안에서는 요란한 움직임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움직임의 폭이 큰 에어 서스펜션의 힘이다. 50cm가 넘는 깊은 구덩이를 파 둔 코스를 주파하는 것도 이 녀석에게는 큰일이 아니다. 약간의 꿀렁임 외에는 불안하거나 불편한 구석도 없다.
2002년 등장 후 투아렉은 넘치는 힘과 안정적이고 든든한 주행 능력으로 전 세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행기를 끌고 사막 랠리를 훌륭한 성적으로 주파하기도 했다. 다년간 다져온 오프로드 노하우와 진화한 기술력의 결과물이 3세대 투아렉으로 현실화됐다. 온 로드에서는 누구보다 안락하고 편하다. 특히 주행모드 가운데 컴포트 모드는 과할 정도로 푹신하고 나긋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오프로드 특화 브랜드와 모델에 버금가는 터프가이 본성도 갖췄다. 두루두루 다양하고 즐겁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팔방미인 SUV가 부활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당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즐기는 것뿐이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