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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넷이 함께 즐겨요! 포르쉐 파나메라 GTS(+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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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명실공히 스포츠카 브랜드다. 혹자는 데일리 슈퍼카 브랜드라고도 언급한다. 일정 부분 공감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처럼 수제작에 너무너무 고가이면서 일상 용도로 편히, 두루두루 타기에 버거운 모델이 아니면서 동시에 내구성까지 겸비하고 슈퍼카 뺌 치는 출력과 운동성능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번 경험하면 그 독특하고 묘한 매력에 빠져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명 포르쉐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포르쉐는 그들 고유의 독창적인 감성과 운동 성능, 운전 재미 등 많은 부분들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미국 하면 코카콜라, 아디다스 하면 세 줄 디자인이 떠오르듯 포르쉐 하면 911이 으뜸이다. 지금의 풍성한 모델 라인업의 중심에는 911이 존재하고 포르쉐의 명성과 전통에도 911이 존재한다. 물론 911 이전 토대를 탄탄히 닦은 불후의 스타도 있다. 포르쉐 마니아라면 다들 알만한 356이다. 1948년 포르쉐 엠블럼을 달고 나온 첫 양산 모델이었다. 그리고 1963년 911의 역사가 시작됐다. 여기서 포르쉐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지만 부침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심하게 휘청거리며 도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암울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포르쉐는 SUV라는 시장성 강한, 하지만 포르쉐로써는 내리기 쉽지 않은 모델 확장을 결정했다. 기업의 존립과 그들이 원하는 차를 내놓기 위한 발판이자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카이엔이다. 포르쉐 마니아들은 더 이상 포르쉐가 아니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지금은 도로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포르쉐의 판매 간판스타가 됐다. 더불어 SUV도 포르쉐가 만들면 그저 포르쉐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포르쉐는 폭스바겐 그룹 안으로 들어가면서 포르쉐 DNA를 진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다양한 모델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물론 911은 더욱더 911답게 진화시키면서 말이다. 중형 SUV 카이엔의 성공 후 마칸이라는 콤팩트 SUV도 선보이더니 급기야는 2009년 4인승 패스트 백 세단인 파나메라를 공개했다. 솔직히 1세대 파나메라 디자인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911을 길게 늘리고 풍만하게 키워 어른 넷이 앉고 뒷공간에 트렁크를 싣고 여행을 떠나도 좋을 공간 활용성 확보는 성공했다. 하지만 포르쉐 특유의 면과 선의 아름다움보다 둔탁하고 무거운 맛이 강한 디자인 탓에 호불호가 갈렸다. 그래도 1세대 파나메라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포르쉐의 성장성에 또 하나의 동력원이 됐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16년. 2세대 파나메라가 등장했다. 그야말로 911의 큰형답게 매끈하고 매력적인 실루엣과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포르쉐의 기술력을 한껏 머금고 등장했다. 낮은 보닛, 뒤로 가면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911의 최신 디자인을 부풀려 비례 좋게 완성한 뒷모습 등 그야말로 포르쉐 다운 세단으로 진화했다.  
여기 이 녀석은 파나메라 GTS다. 파나메라는 파워 트레인과 구동 방식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포진해있다. 우선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파나메라는 모두 네 바퀴 굴림이다. 파나메라 4를 시작으로 그보다 출력이 좀 더 좋은 4S, 엔진 기통을 2개 더 늘리고 배기량을 1000cc 키우고 힘을 더 키운 GTS, 엔진은 같지만 가장 강력하게 세팅해 퍼포먼스의 끝판왕인 터보가 있다. 그리고 라인업의 착한 식구인 E-하이브리드가 있다.  
2세대로 진화하면서 덩치가 더 커졌다. 길이는 35mm는 5050, 너비는 5mm가 길어진 1935, 높이도 7mm가 커져 1425이다. 덕분에 실내를 가늠하는 휠베이스 길이는 2950mm를 품었다. 1세대보다 30mm나 늘어난 셈이다. 차체가 높아졌지만 슬쩍 보면 구형보다 더 낮고 길어 보인다. 뒷좌석 높이를 20mm 낮추며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만든 긍정적 결과다. 휠은 19인치부터 21인치까지 트림과 옵션에 따라 선택 가능하고 녀석은 21인치를 신었다. 겨울이라 갈아 신은 피렐리 윈터 타이어가 커다란 휠 하우스를 가득 메웠다. 참고로 앞 타이어는 275/35R21, 뒤는 315/30R21인치다.  


디자인은 사진과 영상으로 충분히 감상하시길 부탁드린다. 특징만 간단히 짚고 넘어가면 포르쉐 디자인 요소에 GTS 특유의 검정 트림으로 멋을 냈다. 낮고 넓은 보닛, 개구리눈은 아니지만 여전히 크고 또렷한 매트릭스 헤드 램프, 뒤로 갈수록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빵빵한 엉덩이 등 보고 또 봐도 매혹적이다.  
들어선 실내 역시 격세지감이다. 최신 디지털 요소를 듬뿍 담았다. 911을 기준으로 서열 정리한 계기반이 눈에 든다. 718과 마칸은 원 3개, 911부터 큰 모델들은 원 5개를 품었다. 가운데 커다란 아날로그 바늘의 태코미터를 중심으로 양옆은 디지털이다. 스티어링 휠 위에 달린 다이얼을 돌려 다양한 정보, 심지어 내비게이션까지 계기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값비싼 파나메라는 가운데 송풍구의 여닫기와 바람 방향까지 모니터에서 전자제어한다. 사치스럽고 독특한 맛은 있지만 손으로 직관적으로 다루는 게 더 좋다. 사소한 듯싶지만 쓰다 고장 나면 수리비는 또 얼마나 들까 싶은 오너 입장의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스티어링 칼럼 왼편으로 달린 다이얼을 돌려 시동을 켰다. 참고로 다들 알다시피 버튼도 아니고 붙박이 키를 박아놓은 듯 다이얼 키를 운전석을 열면 바로 손이 닿는 곳에 박아뒀다. '요 이 땅'하면 달리기하듯 레이서들이 뜀박질해 시동 걸로 차를 달리던 예전 모터스포츠 때부터 고수해오던 방식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달리고 승리하기 위한 모터스포츠 정신의 고집이랄까.  
가변 배기 시스템을 옵션으로 추가한 녀석의 배기음이 심금을 울린다. 묵직하고 굵게 그르렁거리는 사운드와 시트를 타고 울리는 적당한 진동에 포르쉐 위에 앉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V8 4.0리터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에 8단 PDK 자동변속기를 품은 녀석은 460마력과 63.3kg.m를 낸다. 파나메라 GTS 기본 가격은 약 2억 500만 원. 크로노 스포츠 패키지와 가변 배기 시스템, 겉과 속의 크고 작은 옵션, 에어 서스펜션 등 제법 많은 옵션을 더한 시승 모델의 가격은 약 2억 4500만 원. 정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포르쉐는 자신의 성향과 취향을 고려해 넣고 뺄 수 있는 옵션이 너무나 무궁무진해 쉽사리 견적을 뽑기도 힘들다. 아무튼.  


몸이 닫는 부분은 스웨이드, 테두리는 질긴 가죽으로 감싼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시트는 기본적으로 단단하다. 불편한 단단함이 아닌 안정감 넘치고 기품 있는 단단함이다. 더불어 18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해 어떤 체형이건 완벽한 시트 포지션을 찾을 수도 있다. 참고로 시승 모델은 스웨이드 재질 시트라 열선만 있다.  
노멀 모드에 두고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한다. 묵직하다. 그리고 단단하다. 딱딱하거나 둔탁하거나 통통거리는 하체 감각이 아니다. 진득하고 묵직하고 분명 단단하다. 그럼에도 지저분한 노면을 타고 달려도 불쾌하지 않다. 도로를 끈적하게 물고 늘어지며 안정감 넘치게 달리는 맛은 5미터가 넘고 2톤이 훌쩍 넘는 거구에게도 비슷하다.  
4인승 시트는 어른 넷이 함께 앉아 운전 재미를 만끽하게 그만이다. 뒷좌석 다리 공간은 길어진 차체만큼 더 여유가 생겼고, 머리 공간은 2미터 아래 키라면 무난하고 적당하다. 특히 뒷좌석 시트도 몸을 차분하고 단단히 받아내 지지하는 버킷 타입이라 생각 이상 편안하고 안락하다.  
노멀 모드에서도 원하는 순간이라면 언제든 화끈하게 속도를 낸다.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의 명민한 감각과 포르쉐만의 특급 세팅으로 완성한 하체가 거구를 그저 포르쉐 스포츠카로 만들었다.  
스티어링 휠 위에 달린 다이얼을 돌려 스포트와 스포트 플러스, 인디 비주얼 모드 중 하나를 순식간에 고를 수 있다. 앞 시야에서 눈을 떼지 않아도 다이얼을 통한 주행모드 선택은 식은 죽 먹기다.  


스포트 플러스로 모드를 바꾸자 닫혔던 배기 시스템 플립이 열리며 목청을 키우고 단수를 낮춘다. 가속페달 반응도 몰라보게 날카로워지고 스티어링도 더 바짝 조여매 벼린 감각을 드러낸다. 노멀에서도 충분히 포르쉐 다웠건만,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는 이게 진짜구나 싶은 자세와 반응으로 오감을 자극한다.  
수동 모드로 두고 굽이진 고개 길에 올랐다. 작정하고 와인딩을 타기 시작한다. 일정 수준까지 거구의 몸놀림과 반응은 그저 포르쉐다. 원하는 만큼 가속하고 앞머리를 자로 잰 듯 틀어대고 딱 원하는 순간 정확히 속도를 줄인다. 녀석의 한계가 슬슬 궁금해지면서 속도를 높여간다. 손에 땀이 배기 시작한다.  


제아무리 GTS 지만 크기와 무게, 그리고 윈터 타이어의 한계까지 이겨내긴 힘들다. 최대한 노면을 부여잡고 와인딩을 헤쳐가고자 노력하지만 무게중심이 과하게 치우치자 타이어가 그립을 잃기 시작했다. 날씨가 따뜻하고 녀석의 출력에 어울리는 스포츠 타이어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와인딩을 열심히 달리면서 파나메라 GTS는 와인딩보다 고속 크루징과 여유로운 코스를 질주하는 데 더 잘 어울리는 4인승 스포츠 세단임을 확인했다. 어른 넷이 뒷공간에 짐을 싣고 포르쉐만의 감성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넉넉하고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녀석이다. 파나메라가 말한다. 함께 즐기자고.  
더불어 영상을 통해 포르쉐 바이러스와 세세한 부분들을 보다 실감 나게 확인하시길 부탁한다.  

글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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