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막내이자 가장 뜨겁고 가장 최근 등장한 모델 3를 만났다. 테슬라는 기존의 자동차 브랜드와 여러 가지로 좀 많이 다르다. 엔진과 변속기를 품은 전통적인 자동차는 단 한 대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자동차 회사다. 처음부터 전기차로 시작했고, 그 과정에 있어서 우여곡절도 적잖았다. 우주여행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미국 기업인이자 테슬라 대표인 일론 머스크의 족적 또한 남다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파격적 시도와 도전, 이슈와 루머가 늘 존재하는 그의 행보는 예전에도, 지금도 늘 논란과 찬사의 중심에 존재했다.
테슬라의 판매 방식은 자동차 회사보다 애플과 비슷하다. 쇼룸에 들러 차를 구경하는 것은 비슷하다. 애플 매장에 들러 물건을 둘러 보고 궁금한 것들을 전문가에게 묻고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테슬라 쇼룸에도 전문가들이 상주해 차와 구매 과정에 대한 궁금증들을 해결해준다. 하지만 주문과 구입은 소비자 본인의 몫이다.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각종 옵션을 고르고 계약을 진행하고 계약금을 넣는다. 딜러를 통한 할인이나 서비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적 정서 중 하나인 '에누리'는 기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기계적이고 건조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 구입 시기와 발품 파는 강도, 인맥과 정보력 등으로 같은 차를 다른 가격으로 구입하게 되는 비효율적이고 다소 소모적인 노력과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공정하게 제품을 구입하고 경험할 수 있다.
모델 3는 1회 충전 시(완충 기준)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가 352km, 롱 레인지가 446km, 그리고 오늘 만나는 퍼포먼스는 415km를 주행할 수 있다. 주행 가능 거리의 차이와 더불어 최고 속도와 출력도 좀 다르다. 기본형인 스탠더드 모델은 뒷바퀴 축에 모터 한 개를 달고 뒷바퀴 굴림으로 최고 시속 225km를 낸다. 정지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5.6초. 기본이지만 출력 성능은 기본이라 할 수 없을 수치다. 전기차라서 가능한 이야기다. 가장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롱 레인지 모델의 최고 속도는 시속 233km. 정지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4.6초. 고출력 스포츠카 수준이다. 그리고 가장 윗급 트림인 퍼포먼스의 최고 속도는 시속 261km에서 제한한다. 정지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단 3.4초. 슈퍼카 뺨치는 수준이다. 참고로 론치 컨트롤 상태로 출발하면 운전석에서도 심장이 펄떡이는 다른 차원의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허풍 좀 보태면 얼굴 가죽이 뒤로 밀리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아찔하다.
실내는 단출하다.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테리어는 휑하다기 보다 단순해서 깔끔하고 단정하다.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마감재 재질을 나름 신경 쓴 덕분이다. 시트 조절과 스티어링 휠 위에 달린 다이얼 버튼, 룸미러 위에 달린 비상등과 실내 등을 제외한 물리 버튼은 없다. 모든 기능은 중앙의 1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에서 제어한다.
이 녀석의 크기는 준중형 아반떼와 비슷하다. 하지만 실내 크기를 가늠하는 휠베이스는 쏘나타보다 길다. 윗급 모델인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이다.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서 가능한 실내 공간이다. 게다가 트렁크 위 뒷유리까지 통으로 이어진 글라스 루프 덕분에 모든 좌석에서의 개방감을 그야말로 시원하다.
모델 3는 8개의 카메라와 12개의 울트라소닉 센서를 품었다. 차선 및 주변 물체를 감지하여 전방∙측방∙후방, 360도 가시성을 제공한다. 또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OTA (Over-the-air)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설치할 수 있고, 원격 진단을 통해 직접 서비스센터 방문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OTA를 통해 업데이트 배포를 시작한 V10 버전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모델에서는 넷플릭스, 유튜브 계정 연결을 통해 주차 중 드라마나 영화 감상이 가능한 테슬라 영화관을 비롯해, 차 안에서 즐기는 카-라오케, 비치 버기 레이싱 2, 컵헤드 등 다양한 게임 및 탑승객을 위해 음량을 낮출 수 있는 기능인 조 모드(Joe Mode) 등 편의 기능이 추가되어 차량이 한 층 더 유용해졌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테슬라의 반자율 주행장치인 오토파일럿은 보다 더 명민하고 정확하고 부드럽게 작동한다. 게다가 최근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까지 구현하기 시작했다. 15인치 모니터 안 내비게이션으로 길 찾기를 하면 오토파일럿과 연동해 목적지까지 반자율 주행으로 달릴 수 있다. 아직 목적지까지 반자율 주행으로 도착하는 것은 힘들지만 모든 브랜드와 모델을 통틀어 가장 최신임은 확실하다. 오토파일럿을 위시한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 기능과 사용 후기는 생생히 체험해 보여드리는 영상을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모든 전기차가 그렇듯 가속페달을 밟으면 그 순간부터 최대토크가 터져난다. 가속페달을 밟는 양만큼 가속하고 떼는 만큼 감속한다. 압축, 착화, 폭발, 배기라는 내연기관의 연소과정은 물론 톱니를 바꿔 무는 변속기의 움직임이 없어 같은 가속감이라도 물 흐르듯 매끈하고 부드럽고 안락하다. 덕분에 늘 정숙하다. 오히려 바람소리와 타이어가 도로를 물고 달리는 소리, 주변의 차 소리 등이 소음이 된다.
모델 3의 밸런스는 엄지를 치켜올릴 만하다. 가장 무겁고 부피가 큰 배터리를 휠베이스 사이 가장 낮은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모았고 앞뒤에 모터를 달아 네 바퀴를 굴리는 덕이다. 묵직하게 차체를 내리누르며 달리는 맛 덕분에 콤팩트 세단이지만 대형 세단을 타는 듯 차분하다. 특히 굽이진 길을 달리면 넘어져도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안정적이고 재미있게 코너를 가르며 달린다. 타이어가 그립을 잃고 스르륵 흘러 나가도 예측이 쉽고 대응이 가능해 운전이 재미있다. 테슬라 전기차에서 운전 재미를 느끼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테슬라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한 터닝 포인트 모델이 된 모델 3. 판매 대수가 많아지고 대중화가 빨라질수록 불거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생길 수밖에 없다. 조립품질 문제다. 이 또한 시간이 흐르고 내공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레 사그라질 문제이리라.
모델 3는 테슬라는 물론 전기차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특별한 녀석이다. 환경친화적이면서 동시에 탁월한 밸런스와 하체 감각으로 운전 재미까지 만끽할 수 있다. 사실 모델 3 이전의 테슬라 모델들을 경험하면서 생경하고 신기하기는 했지만 재미있거나 소유욕을 느낀 적은 없었다. 내게 매력적인 대상은 아니었다는 고백이다. 그런데 모델 3는 가능하다면 하나쯤 소유하고 오너가 되어보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모델 3 이후 테슬라의 추후 모델이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테슬라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고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