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년만인 SM7의 변화는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뒷모습의 겸연쩍음과 생각보다 물렁한 하체, 최근 도드라지는 르노삼성에 대한 여론의 봇물 터진 불만까지, 안타깝다.
데뷔 3년 만에 변화를 단행한 SM7은 ‘뉴 아트’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안타깝게도 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선보이겠다던 르노삼성의 대담함은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전면의 그릴 디자인을 새로 디자인하고 헤드램프에 날선 각을 강조해 고상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뉴 SM3의 큰형님답게 부풀린 인상이 특별히 인상적이거나 감동적이지는 않더라도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문제는 뒷모습이다.
갈 곳 몰라 어정쩡하게 자리 잡은 후진등의 위치는 무엇일까?
‘힘 빠진 송곳니’ 혹은 '도깨비 뿔' 디자인은 어떤 의미일까?
합죽이처럼 뒤로 쑥 빠져버린 뒷범퍼는 지나가는 이전 SM7의 단정한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렉서스 LS460을 그대로 모방한 범퍼일체형 머플러 팁은 멋스러움보다 왠지 모를 초라함이 더 크다.
바닥에 엎드려 처다보니 범퍼에 구멍을 뚫어 머플러팁을 엉성하게 뺐다.
무늬만 범퍼일체형 머플러팁이다.
르노삼성은 SM7 뉴 아트에 1천억 원의 개발비를 쏟아 부었다고 했다.
기존의 SM7에서 겉모습만 약간 수정하는 데 그친 이번 작품에 1천억 원을 투자했단다.
요즘 돈 가치가 없다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그래, 1천억 원의 가치가 이건 아닐 게 분명하다.
시승차를 좀 더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1천억 원의 가치가 눈에 띠기 시작했다.
닛산 티아나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놓은듯 한 컨셉트는 여전하지만 도어트림에 ‘ㄷ’자 형태로 우드트림을 달았다.
그것도 고급스런 부엌 인테리어에서나 사용한다는 하이그로시 광택으로 말이다. 계기판에 슈퍼비전을 달았고 클러스터도 바꿨다.
검정바탕에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계기판의 정보들은 낮이나 밤이나 선명하고 찬란히 빛난다.
4스포크 스티어링휠은 수동 틸팅 기능에 텔레스코픽 기능을 더했다.
SM7급 모델이라면 진작 담았어야 마땅한 기능을 이제야 추가한 것이다.
분할 폴딩이 되지 않는 뒷좌석은 가운데 암레스트를 중심으로 스키스루 기능만 담았다.
암레스트에서 조작 가능한 기능 구성은 럭셔리 쇼퍼드리븐카에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좌우 시트의 독립 조절과 별도의 모니터를 기반으로 한 AV시스템의 강조는 뒷좌석 탑승자에게 이러저러한 배려의 노력이 다분하지만 낮게 떨어지는 C필러 때문에 여유롭지 못한 헤드룸과 그로인한 불편함은 여전하다.
보물찾기하듯 발견한 SM7 뉴 아트의 변화는 이쯤에 그친다.
겉모습의 변화와 인테리어의 몇 가지 변화가 과연 1천억 원의 값어치를 대변할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고민은 4천만 원을 훌쩍 넘긴 SM7 RE35(최고급 모델)의 판매가격에 있다.
초창기부터 고성능 대형세단을 지향해온 SM7 뉴아트의 파워트레인은 닛산 네오 VQ35DE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인피니티 G시리즈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VQ35HR의 동생뻘 되는 엔진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이제는 구형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매끄럽게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300마력 이상 거뜬하게 내뿜는 매력적인 엔진임에 분명하다.
SM7 뉴 아트에는 중저속에서의 성능과 경제적인 연비, 내구성 등을 고려해 2.3리터와 3.5리터 두 가지를 선보인다.
시승차인 RE35는 3.5리터 V6 DOHC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은 5600RPM에서 217마력을, 최대토크는 3500rpm에서 32kg/m을 보인다.
4400rpm이던 이전 SM7보다 최대토크 발생시점이 많이 낮아졌다.
스탭트로닉 자동 5단 변속기는 시속 100km/h에서 2000rpm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친다.
변속기는 속도에 따른 동력배분이 적절하고 매끄럽다.
스티어링휠도 가볍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감각도 말랑말랑 부드럽다.
너무 부드럽고 나긋한 감각이 무개성과 따분함으로 다가온다.
특히 물렁한 하체는 르노삼성이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강조하던 초창기 모습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더 이상 다이내믹 드라이빙을 강조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여도 충분할 만하다.
SM7 뉴 아트의 데뷔는 축하와 반가움만큼 염려와 걱정의 목소리도 컸다.
출시 시기뿐 아니라 이러저러한 부분에서 많이 부딪치는 신형 어코드 때문이다.
특히 가격적인 부분에서의 우려와 염려가 가장 크다.
SM7 뉴 아트 RE35와 신형 어코드 3.5의 가격은 4100만원과 3940만원.
SM7 2.3과 어코드 2.4의 가격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이제는 수입차를 못타는 사람들이 SM7을 타는 것이 아니라 SM7을 못타는 사람들이 수입차를 타는 격이 된 것이다.
어느 정도 국내에서 자리를 잡은 르노삼성은 초창기 어려운 시절 가졌던 그들의 초심을 잃기 시작했다.
르노삼성 초창기, 닛산의 구형 세단을 믿고 구매하며 애정과 관심으로 환영해 준 국내 소비자들의 소중한 마음을 슬슬 잊기 시작했다.
SM5 뉴 임프레션과 관련한 강제리콜조치와 리콜 조치 이후 더욱 커지는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아우성이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라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특별한 감흥도, 그렇다고 뚜렷한 불만도 없는 SM7 뉴 아트는 어느 정도 격식도 갖춰야 하고 가끔 뒷좌석에 어르신도 모셔야 하는 사장님, 사모님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단, 차와 드라이빙에 무관심한 사람이어야 한다.
도드라지는 매력을 찾기 힘든 SM7 뉴 아트는 드라이빙의 재미와 다이내믹함을 찾기에는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