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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는 로그를 QM5 씨티(가솔린 엔진을 얹은 2WD모델로 로그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와 맞붙일 심산이었다. 크게 보면 한 가문에서 태어난 형제 차가 무엇이 얼마나 다를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로그만 시승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로그를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느껴본 후 나온 시승기.
합리적이고 능력 좋은 일본산 크로스오버
닛산의 국내 데뷔와 함께 무라노와 로그가 출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그 중에서도 로그가 더 많이 기다려진 건 작은 덩치에 야무지게 움직이는, 솔직히 말해 덩치 큰 베라크루즈에 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취향 탓이었다.
처음 쇼룸에 나란히 선 무라노와 로그를 봤을 때도 역시 로그가 더 낫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무라노보다 좀 더 타이트한 로그의 비율과 생김새는 꽤나 매력적이었고 흠잡을 데 없이 경쾌하며 돋보였다. 격자무늬 그릴도 새롭고 곳곳에 드러나는, 나름대로 카리스마 있는 에지도 악동이란 이름과 그럭저럭 어울렸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꽤 작은 차라고 느꼈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크다. 제원상에는 QM5와 크기도 비슷한데 이상하게 자꾸만 더 커 보인다. 로그는 세단과 SUV의 특징과 장점을 잘 섞어 만든 닛산의 합리적인 수입 크로스오버라고 나름대로 결론 내렸다. 아직 시승 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화려한 느낌보다 클래식하고 실용적인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젊어 보이는 오렌지색 계기판은 눈에 잘 들어와 이런저런 정보 파악이 쉽고 오디오 시스템은 인피니티의 것과 같은 보스 시스템이다. 비교적 착한(?) 가격 때문에 닛산이 옵션에서 뺄지도 모른다고 내심 걱정했는데, 닛산은 우릴 실망시키지 않았다.
액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밟았더니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X트로닉 CVT(무단변속기) 덕분에 출발이 부드럽다. 변속 충격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타고 있는 베라크루즈(아버지가 타던 차를 지금은 내가 몰고 있지만 조만간 바꿀 예정이다)보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야무지게 움직인다. 묵직한 안정감은 좀 덜하지만 경쾌하고 다부진 움직임과 반응은 꽤 흥미롭다.
무단변속기는 부드럽고 정숙하며 경제적이지만 달리는 맛은 좀 싱겁다. 뻥 뚫린 길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바닥이 꺼져라 밟아대도 rpm은 레드 존 가까이 어느 한 지점에 머문 채 느긋하게 속도만 올라간다. 엔진회전이 가파르게 올랐다 뚝뚝 떨어지면서 속도도 가파르게 오르는 다이내믹한 맛이 없다. 엔진과 바퀴 사이에 무단변속기가 출력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자꾸만 든다.
로그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 혹은 느낌?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단과 SUV의 특징과 장점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크로스오버다. 연비도 경쟁 모델로 꼽는 혼다 CR-V나 베라크루즈보다 좋아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2990만원부터 3500만원대까지 걸쳐 있는 로그는 미국에서 드라마 부문 시청률 1위로 방영중인〈히어로즈〉의 주인공이 타고 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의 ‘미드’ 열풍만큼 닛산과 로그의 국내 데뷔가 매끄럽게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부디 수입 SUV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길 바란다.
매력적이지만 좀…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만 누구보다 차를 좋아하는 나는 가솔린 엔진을 얹은 QM5 씨티를 탄다. 평소 연락도 뜸하던 친구가 대뜸 전화해서는 닛산 로그라는 차가 새로 나왔는데 한 번 타보고 QM5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평해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차에 대해 뭘 아냐며 한두 번 거절했지만 로그라는 말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진작부터 로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SUV보다 작고 왜건이나 해치백보다 큰 SUV를 좋아하는(이것이 크로스오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개인적 취향 탓도 있지만 닛산의 독창적인 플랫폼 방식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게다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로그와 내 차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다. 시승 전에 알아보니 로그는 C플랫폼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플랫폼에서 태어나는 모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로그를 비롯해 라페스타, 쿼시콰이, 센트라, 세레나, X트레일 까지 가짓수도 다양했다.
첫 느낌은 솔직히 로그가 더 마음에 들었다. 거의 1년을 타고 다니며 익숙해진 QM5 디자인이 식상해진 탓도 있지만 악동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섬세하고 깜찍하며 나름대로 여성스럽기까지 한 디테일과 스타일링이 좋았다. 차체와 범퍼를 하나의 색으로 통일해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D필러에서 시작해 해치게이트로 떨어지는 라인이 QM5와 비슷하지만 프런트 그릴과 차체에 비해 커다란 헤드램프, 헤드램프와 다른 느낌으로 디자인한 가로형 테일램프 등 전체적인 이미지는 솔직히 QM5보다 한 수 위였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QM5가 더 고급스럽고 매력적이다. 짙은 회색으로 통일한 플라스틱 마감재는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았으며 가죽 시트의 질감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단조로운 실내 구성은 직관적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다. QM5에 달려 있는 푸시타입 시동 버튼은 로그에 없었고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는 내비게이션도 안 보였다. 밤하늘의 별 구경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해준 파노라마 선루프도, 아래위로 나뉘어 열리는 클램셀 테일게이트도 내 차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앞바퀴굴림인 QM5에 반해 로그는 지능형 네바퀴굴림 방식을 취했다. 로그와 QM5와 국내 판매시장에서 겹쳐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가끔 과격하고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는 내게 로그의 네바퀴굴림 구동 방식은 내심 부러운 사양이다. 물론 QM5가 다른 SUV의 하체에 비해 좀 더 단단한 감각이고 차체 높이 또한 낮아 안정감 있지만 로그가 한 수 위였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 바로 아래 패들 시프트까지 달아 놓아 좀 더 적극적이고 재미있는 운전을 가능하게 했다.
네바퀴굴림에 패들 시프트까지 달린 닛산 로그의 국내 판매 가격은 3590만 원이다. 파노라마 루프에 보스 오디오 시스템까지 단 QM5 씨티 RE25는 2740만원이다. 네바퀴굴림을 기본으로 한 좀 더 다부진 로그의 하체 감각을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컸다. 슬슬 식상해지기 시작했지만 내 차를 좀 더 사랑하기로 했다. 여전히 그럴 만한 이유와 가치가 충분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진 김위수(스튜디오 폴릭)
닛산 로그
가격 2990만원(2WD), 3460만원(4WD), 3590만원(4WD 프리미엄)
보증기간 4년/10만km
연비 11.8km/1리터(2WD), 10.7km/1리터(4WD)
주행가능거리 708km(2WD), 642km(4WD)
연료탱크용량 60리터
엔진 직렬 4기통 2.5리터 DOHC 16밸브
출력 168마력/6000rpm
토크 23.4kg·m/4400rpm
변속기 X트로닉 CVT
공차중량 1495kg(2WD), 1605kg(4WD), 1610(4WD 프리미엄)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215/70R 16(2WD), P225/60R 17(4WD 이상)
CO₂배출량 198g/km(2WD), 218g/km(4WD)
도어 5
승차인원 5
엔진/구동계 앞 엔진/앞바퀴굴림(2WD), 네바퀴굴림(4WD)
길이 4660mm
너비 1800mm
높이 1650mm
휠베이스 2690mm
경쟁 모델은 이 정도
RENAULT-SAMSUNG QM5 RE25
로그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고? 편의장비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그리고 굴림방식이 다르다.
가격 2740만원 엔진/변속기 4기통 2488cc/X트로닉 CVT 출력/토크 171마력/23.0kg·m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연비 11.2km/리터
HONDA CR-V
수입차 전체를 통틀어 CR-V만큼 인기 있는 모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로그가 CR-V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흥미진진한 게임이 시작됐다.
가격 3490만원 엔진/변속기 4기통 2354cc/자동 5단 출력/토크 170마력/22.4kg·m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연비 10.0km/리터
FORD ESCAPE 2.5L
대중과 호흡하고픈 포드의 바람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며 만만하기로는 이만한 모델도 없다.
가격 2980만원 엔진/변속기 4기통 2488/ 출력/토크 155마력/21.0kg·m/자동 6단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연비 10.0km/리터
JEEP COMPASS
매끈한 온로드 성능과 뛰어난 연비의 SUV를 찾는다면 추천할 만한 모델이다. 하지만 너무 얌전하고 부드러운 게 오히려 단점일수 있다.
가격 2990만원 엔진/변속기 4기통 2360cc/(6단)무단변속기 출력/토크 172마력/22.4kg·m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연비 8.5km/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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