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메카 도산대로에는 페라리와 마세라티 쇼룸이 있다. 공식 집계는 어렵지만 생각보다 잘 팔리고 많이 팔렸다. 야심한 시각 ‘바르르릉’거리며 질주하는 붉은색 페라리와 삼지창 휘날리며 도로를 누비는 남색 마세라티가 심심찮게 눈에 띄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많은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어디서 어떻게 관리하나? 그 많은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누가 타나? 슈퍼카란 이름에 어울리는 특별 관리 방법이라도 있나? 범퍼 하나 교체하려면 얼마나 들까? 평소에는 생각도 안 해본 슈퍼카에 대한 궁금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성수동 FMK 서비스센터 A/S팀 워크숍 수장 김응서 차장에게 묻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김응서 차장이 누구냐고? 자동차 정비에 몸담은 지 어언 15년, 그 중 9년은 수입차만 정비, 관리해온 명장이다. 2000년부터 페라리, 마세라티 워크숍이 문을 열기 전인 2007년까지 7년 동안 (주)그랜드 모터스 BMW A/S팀 워크숍 매니저를 지냈고, 그 전에는 국내 메이커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이탈리아 본사로 날아가 워크숍 트레이닝 프로그램까지 이수했다.
국내 메이커와 독일 메이커에 이어 슈퍼카 메이커까지, 이력이 화려하다. 어떤 식으로건 애프터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존재할 것 같은데
메이커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다. 기술적으로 좋고 나쁘고 그런 차이는 아니다. 처음 만들었던 운영 시스템을 얼마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고 운영하느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메이커는 현장기사가 견적부터 정비, 안내에서 설명, 배웅까지 다 한다. 그에 반해 수입차는 파트마다 담당자가 따로 붙어 전문적인 양질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곧잘 지켜질 것 같던 수입차도 판매대수가 늘고 센터에 입고하는 차가 많아지면서 애초의 시스템이 축소되고 생략되고 만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초기의 운영 시스템을 완벽히 지켜 나간다. 여유 있게 고객을 맞고 꼼꼼하게 차를 살피고 관리한다. 서둘러 출고하지도 않는다. 고객이 원한다면 열흘이고 한 달이고 출고일을 연장한다. 자연스럽고 비일비재한 일이다. 페라리, 마세라티 오너들은 슈퍼카의 즐거움과 더불어 유형, 무형의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곳 성수동 FMK 워크숍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 중인가
대략적인 시스템은 이렇다. 사전 예약 후 워크숍에 방문하면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입고와 관련한 업무를 진행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작업지시서와 함께 현장으로 옮겨진다. 현장에서 담당 엔지니어를 배정받으면 30가지가 넘는 항목으로 차 상태를 점검한다. 이 항목을 토대로 관리, 또는 정비를 시작한다. 작업이 끝나면 워크숍 매니저가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검토한 후 최종 출고를 지시한다.
다년간 슈퍼카를 다룬 명장으로서 차에 대한 이해가 남다를 것 같다. 당신에게 자동차는 어떤 존재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편안함을 주는 도구, 혹은 수단. 다른 하나는 문화다.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페라리 오너들도 나름의 문화가 존재한다. 나 역시 자동차를 타면서 문화를 즐기고 그 안에서 배우고 느끼고 경험한다.
그럼 당신에게 슈퍼카는 무언가
보통 슈퍼카라면 비싼 차, 혹은 드림카로 통한다. 엔지니어다보니 슈퍼카도 기술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 저런 메커니즘과 움직임이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하기도 하고 다른 메이커, 혹은 모델들과 비교도 한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슈퍼카의 주행 안정성에 관심이 많다. 어떤 식으로 무게를 배분하는지, 최적의 밸런스는 어떤 식으로 찾는지, 시스템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이번에는 페라리와 마세라티에 대해 이야기하자
페라리는 여성적 매력이 다분한 차다. 우아하고 매력적인 라인이 넘실대는, 누구나 인정하는 디자인과 스타일을 뽐내면서 동시에 어떤 존재보다 강력하고 강인하며 독보적인 내면의 카리스마를 지녔다.
마세라티는 일상에서 좀 더 편안하게 타고 즐길 수 있는 슈퍼카다. 콰트로 포르테를 직역하면 ‘문짝 네 개’란 뜻이다. 슈퍼카의 강력함과 넘치는 카리스마를 좀 더 고급스럽고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완성한 브랜드가 바로 마세라티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메이커답게 독특하고 특별한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들, 정 많고 다혈질적인 게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뭔가 허술하기도 하고 너무 여유로워 보여 불안하기까지 하다. 무서운 건 그러면서도 이탈리아 사람들의 치밀함과 꼼꼼함, 그리고 약속은 죽어도 지키는 믿음에 있다. 그런 이탈리아인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차가 바로 페라리와 마세라티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장인정신과 아날로그적 감성, 클래식한 매력이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
국내에서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어떤 사람들이 타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즐긴다. 겉모습이 화려하거나 거창하지도, 허세 부리거나 있는 척하지도 않는다. 예의 바르고 부드러우며 진심으로 차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이다. 페라리, 혹은 마세라티를 무척 좋아하고 그만큼 아는 것도 많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우리만치 철저하게 기준을 지키는 확고함이 있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30대부터 50대까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타고 즐기기도 한다. 생각보다 여성 고객도 많다. 나이와 성별은 상관이 없다. 삶에 대한, 그리고 차에 대한 애정과 열정, 에너지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즐기는 차가 바로 페라리와 마세라티다.
누구보다 페라리를 깊이 이해하는 당신은 어떤 모델을 좋아하나
페라리 599 GTB 피오라노를 가장 좋아한다. 강력하기로는 엔초가 으뜸이지만 너무 과하다. 사실 620마력의 599 GTB도 과하긴 매한가지지만. 599 GTB 피오나로를 서킷에서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힘센, 어떤 신적인 존재가 내 몸을 저 멀리 집어던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슈퍼카는 일반 양산차와 뭔가 다를 것 같다. 유지, 관리하는 나름의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나
배터리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운행 횟수가 적다보니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가 많다. 새차 구입 시 지급되는 충전기를 꽂아 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운행거리가 적다고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할 부품을 챙기지 않는 것도 문제다. 물론 운행거리가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사용 기간도 중요하다. 그 외의 기본적인 관리는 워크숍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업그레이드 서비스만으로 충분하다. 너무 바쁜 탓에 워크숍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가능하면 시기에 맞춰 들르는 게 좋다.
어지간한 고장은 바로 해결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리가 어렵거나 문제가 심각한 차가 입고되면 어떻게 해결하나
테크니컬 리포트를 작성해 본사로 이메일을 띄우면 답변이 돌아온다. 심각한 문제의 대부분은 이렇게 해결이 가능하다. 그래도 해결이 안된다면 아태지역 담당 매니저에게 연락한다. 매니저는 국내와 본사의 연결 창구, 통로 같은 존재다. 본사 엔지니어와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도 안되면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 모르겠지만 당장 새차로 교체해 줄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무언지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 본사의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겠지.
부품 수급에 무리는 없나
기본적인 소모품과 빈번히 사용하는 부품은 워크숍에 마련된 부품 창고에 구비해둔다. 본사로부터 수급받아야 하는 부품이라면 늦어도 15일 안에 받을 수 있고 긴급 상황이라면 4~5일 만에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뒀다.
페라리, 마세라티는 순정 엔진오일로 무엇을 쓰고 권장 교체 주기는 어떻게 되나
현재 본사로부터 사용 승인이 떨어진 오일은 쉘이 유일하다. 점도는 5W-40과 10W-100을 사용 중이며 1만km, 또는 1년을 권장 교체주기로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질문이 하나 있다. 범퍼를 통째로 교체하려면 견적이 대충 얼마나 나오나
1000만원 전후쯤 될 거다.
성수동 FMK 서비스센터의 향후 계획은
판매 대수가 늘어남에 따라 판금도장 전용 부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엔지니어와 직원도 확충해 늘어난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거다. 물론 고객의 요구에 100% 부흥하는 확실한 서비스와 변함없는 신뢰를 밑바탕에 깔고 진행돼야 할 것들이다.
페라리&마세라티 전문 병원
페라리와 마세라티만 전문으로 정비하고 관리하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청담동? 아니면 도산대로? 전부 틀렸다. 정식 슈퍼카 정비센터는 수입차는 물론 자동차의 정비 및 튜닝의 메카인 성수동에 위치하고 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만 손보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성수동 FMK 서비스 센터’. 바닥재 색상과 두께부터 슈퍼카를 들어 올리는 리프트, 태극기와 이탈리아기의 크기와 기를 어디에 다는가 하는 것까지, 이탈리아 본사가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승인한 페라리 마세라티 전문 서비스센터가 바로 이곳이다.
이곳을 방문하면 우리나라에 페라리와 마세라티가 이다지도 많았던가 싶다. 입고된 차들이 그렇게 많으면 그렇게 자주 고장이 난다는 의미? 그런 건 절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이곳에서는 (주)FMK가 계절적 이슈를 고려해 진행하는 무상점검 프로그램, 서비스 예고 프로그램 등 지속적인 캠페인을 진행하는 현장이면서 동시에 소모품 관리와 크고 작은 사고 처리 등을 전담 관리한다. 물론 서비스 기간이 가까워진 고객에게 전화로 사전 안내하고 관리하는 업무까지 전담한다. 이곳에 차를 입고시켜보면 알게되는 사실 하나. 작은 스크래치 하나라도 생길 것을 대비해 질 좋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외장을 부분으로 덧씌우는 스크래치 방지 담요가 있는데 이것 또한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날아든 메이드 인 이탈리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