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프 채널 아나운서 정희정을 [모터 트렌드] 1월 호에서 인터뷰했다.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좀 엉뚱한 구석이 많은 미녀라고 한다. 2003년 SBS미디어넷에 들어와 골프 전문 캐스터로 활동 중인 아나운서 정희정. 그녀는 스스로를 양면성 강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과도하게 성숙했다가 아이보다 더 순수해지는가 하면 천상 여자였다가 세상 털털한 소년 같기도 한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최근 개인적인 관심사가 뭔가
여행과 책 읽기다. 내게 여행은 초미의 관심사다. 해마다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꽤 오래전부터 해오던 거다. 거기에 요즘에는 책 읽는 재미까지 붙었다. 매년 해외여행을 가려면 목돈이 필요할 텐데, 여유자금이 많은가 보다
안 그래도 여행 비용을 규모 있게, 그리고 좀 덜 부담스럽게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1년짜리 여행 적금을 붙는다. 올 8월에는 일주일 동안 프랑스와 영국을 다녀왔다. 샐러리맨인 탓에 장기간 시간 내기가 어려워 동남아를 자주 여행했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단연 최고다. 너무 좋아서 무려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감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매력이 넘실대는 곳이 바로 싱가포르다.
또 하나의 관심사가 책읽기라고
책 읽는 데 재미가 붙었다.〈달콤 쌉사름한 초콜렛〉과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은 흥미로운가
매력적이다. 스포츠 캐스터는 생생한 현장에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환희와 감동의 순간과 소식을 전한다. 얼마 전 프로 골퍼 신지애 선수가 브리티시 국제골프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정말 큰 이슈였다. 환희와 감동의 소식을 전하고 즐거움을 공유하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골프채널 아나운서니까 골프도 잘 치겠다
별로 잘 치지 못한다. 골프 중계를 하다보니 필요에 의해 배우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골프의 매력? 자연과 호흡하며 유유자적 좋은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골프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다.
선망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도 무언가 더 해보고 싶은 게 있을까
너무 많아서 탈이다. 욕심이 많은 건가(웃음). 아나운서는 하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였다. 통역대학원에 입학해 통역사도 해보고 싶고 요리도 배우고 싶다. 결혼 계획도 세우고 싶고 부모님 효도 관광도 보내 드리고 싶다.
2001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그녀는 2006년 겨울, 자신의 명의로 된 첫 차로 BMW 320i를 선택했다. 시집가기 전 수입차 한 번 태워주겠다던 아버지의 약속 덕분에 꽤 좋은 차를 첫차로 거둘 수 있었다. 320i를 탄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느끼고 생각한 것도 많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좋은 것만 기억에 남았다. 스마트키는 지금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이템이고, 정비 관리 시스템도 마음에 든다. 계기판 정보 창을 통해 소모품 교체 주기를 알려주는 편의장비 말이다. 나처럼 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질적인 편의장비다. 아마 이 시스템이 없었다면 관리는커녕 지금껏 차가 온전히 굴러다닐 수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의외의 대답이다. BMW 오너라면 움직임이나 성능, 뭐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운전의 즐거움이야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난 개인적으로 그저 빨리 달리는 것보다 주행 중 배틀을 좋아한다. 상대를 제치고 룸 밀러로 멀어져가는 차를 지그시 훔쳐보는 그런 재미 말이다. 주행 중 가속감은 매력적이다. 묵직하면서도 경쾌하고 다부진 핸들링도 물론이고. 아무리 좋다 해도 아쉽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지는 않을 텐데 솔직히 말해서 아직 없다, 아니, 있었는데 익숙해져서 잊어버린 것 같다. 사람을 알아갈수록 상대방에 익숙해지듯 차도 그런 존재 같다. 내 명의의 첫 차를 타기 전에는 아빠, 엄마 차를 번갈아 타고 다녔다. SM5는 사이드 미러가 너무 작아 불편했고 벤츠 E320은 문이 너무 무거워 불편했는데, 그 불편함도 잠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적응하고 익숙해졌다. 내 차도 뭔가 아쉽고 불편한 게 있었을 텐데 이제는 기억도 안 난다.
당신에게 차는 어떤 존재인가
친구고 연인이고 집이고 분신이고, 뭐 그렇다. 차라는 공간 자체가 참 좋다.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불편한 자리보다 차에서 무언가 먹기도 하고 라디오도 듣고 책도 보고 잠도 자고 그런 걸 즐기는 편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누리는 특별한 즐거움과 편안함이 좋다. 평소 운전 중에는 차창도 잘 열지 않는다. 내 공간이 세상에 공개되는 기분이 들어서다.
차에서 들을 만한 음반 하나만 소개해주면 고맙겠다
미안하지만 라디오를 주로 듣는다. 아마 오디오를 켜면 FM 95.9가 나올 거다. 운전하면서 듣는 진행자들의 멘트가 꽤 재미있다. 특히 저녁에 하는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즐겨 듣는다. 김미화 특유의 부담 없는 진행이 좋고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유익한, 혹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차가 없던 시절, 그녀는 차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한여름 폭염에도, 한겨울 한파에도 예쁘고 고상하게 차에 앉아 즐겁고 편안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안락하고 편안한, 그리고 온전히 사적인 공간을 원했던 그녀에게 320i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안식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