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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볼보 & 만 트럭_도로 위의 몬스터 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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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내게는 거대한 트럭을 몰고 전국을 누비던 옆집 아저씨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였다. 유년시절 동경의 대상이던 트럭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며 경험한 트럭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년의 기억
모든 게 호기심의 대상이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트럭 기사 아저씨가 옆집에 살았다. 사람들이 트럭 기사라니까 그런가 보다 했을 뿐 그가 트럭을 몰거나 트럭에서 내리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트럭 주차장이 집과 멀리 떨어진 탓에 항상 그곳에 트럭을 두고 작은 차를 타고 집에 왔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거였다.

그러던 여름방학 어느 날, 툇마루에서 뒹굴거리던 내게 옆집 아저씨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트럭을 태워줄 테니 아저씨와 같이가자는. 엔진 달고 움직이는 건 뭐든 좋아했던 까닭에 군말 없이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초등학생인 내게 트럭은 집보다 더 크고 높아 오르지도 못할 존재처럼 느껴졌다. 먼저 차에 탄 아저씨가 들어올려 줘 겨우 올라탄 트럭과 그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난생처음 보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심하게 털털거리는 진동과 귀가 먹먹할 만큼 큰 소음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항상 올려다보던 세상을 반대로 내려다보는 재미와 타고 넘으려 작심만 하면 못 갈 곳 없을 것 같던 강력했던 트럭의 기억은 꽤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릴 적 트럭의 생김새와 소리, 승차감은 옅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위대하게 느껴졌던 트럭의 기세와 그 큰 덩치를 마음대로 운전하던 옆집 아저씨의 흐뭇한 미소는 아직도 선명하다. 


트럭 이야기

트럭에 대한 특별하고 소중한 어릴 적 기억을 회상하며 트럭을 타고 하루를 보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수입 트럭 두 대를 반나절씩 나누어 타고 이것저것 만져 보고 눌러 보고 누워 보고 앉아 보고 몰아 보며 꼬박 하루를 지냈다. 나눠 탄 두 대의 트럭이 무어냐고? 지금  사진으로 보시는 볼보와 만 트럭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트럭은 틀린 말이다. 트럭이라 하면 덤프트럭처럼 견인차와 짐을 실어 나르는 공간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탈 수 있고 엔진이 달려 있는 견인차와 짐을 실을 수 있는 트레일러, 혹은 섀시가 분리된 것은 트랙터와 트레일러라고 구분해서 불러야 정확하다. 사진에 보이는 큰바위얼굴은 트랙터다. 더 정확하게는 6×2, 또는 6×4 트랙터라고 해야 한다. 트럭의 형님쯤 되는 이 멋진 차도 트랙터지만 농기계 중에도 트랙터란 기종이 있기 때문에 전체 바퀴 수와 구동 바퀴 수를 표시해 농기계와 구분한다. 하지만 우리는 편의상 트랙터 대신 트럭으로 부르기로 했다.  

볼보는 스웨덴 트럭이고 만은 독일 트럭이다. 같은 유럽 트럭이지만 두 트럭의 스타일과 감성은 좀 다르다. 여성스럽고 고급스러우며 섬세한 감성이 묻어나는, 다소 정적인 취향이 볼보라면 만은 탱크와 비행기를 만들던, 게르만 민족 특유의 남성미와 동적인 취향이 다분히 강하다. 트럭인데 볼보처럼 여성스럽고 섬세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도 많다. 트럭 본연의 기능과 성능에 단단함은 기본이고 그 위에 덧입혀진 스타일링이 그렇다는 말이다. 

말 나온 김에 두 메이커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 스웨덴 고든버그에 있는 본사의 정확한 이름은 ‘볼보트럭코포레이션’(이하 볼보트럭). ‘볼보’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니 ‘구르다’는 의미의 라틴어였다.

볼보트럭은 1927년부터 트럭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트럭 사업에 뛰어든 볼보트럭은 2001년에 프랑스 르노 트럭과 미국 맥 트럭을 사들여 세계 최대 트럭 메이커로 급부상했다. 지금은 전 세계 10개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130여 개 나라에 팔을 뻗어 세계인들을 상대로 트럭을 팔아치운다. 양산차를 만들어 파는 볼보보다 몇 배는 더 웅장하고 탄탄한 회사가 바로 볼보트럭이다.

볼보는 국내 활동도 적극적이다. 스웨덴 본사가 직접 투자해 볼보트럭코리아를 만들었는데 그게 벌써 13년 전인 1996년 이야기다. 볼보트럭코리아는 고객과 1:1로 부딪히며 볼보트럭의 우수함과 장점을 끝없이 알려 나갔고 결국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럭을 팔아치우는 메이저 수입 트럭회사가 됐다.

그렇다면 만 트럭은? 이름도 생소하다고? 그럼 곤란하다. 만 트럭 역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상용차 메이커다. 독일 뮌헨에 있는 본사의 정확한 이름은 만상용차그룹(이하 만트럭). 만트럭버스코리아는 만상용차그룹의 국내 법인이다. 볼보트럭이 세계 최대 트럭 메이커라면 만상용차그룹은 유럽 최대의 상용차 메이커다. 볼보가 트럭에 치중하는 동안 만상용차그룹은 트럭과 버스를 비롯해 상용에 쓰이는 범용차를 만들면서 운송과 관련한 솔루션까지 제공했다. 만상용차그룹은 만트럭과 함께 네오플랜이라는 버스도 만들어 돈을 긁어모았다. 만트럭이 국내에서 좀 덜 대중적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된다. 왜냐고? 2008 올해의 트럭으로 선정됐고 국제적 권위의 상을 무려 일곱 차례나 수상한 최초의 상용차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지루한 이야기가 길어져서 미안하다. 이처럼 대단한 두 메이커의 트럭 중 최상급 모델만 골라 타면서 하루를 보냈다는 자랑을 하고 싶어 그랬다.



트럭으로 들어가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친절하기도 하다. 시승차가 없는(그 덩어리 큰 차를 어떻게 시승차로 두고 관리 운영하겠나) 국내 트럭 메이커의 치명적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각종 매체의 시승 요구에 답하고 있다. 새차만큼, 어쩌면 새차보다 더 보기 좋은 트럭의 오너를 섭외해 시승차로 제공한다. 물론 오너에게는 하루 일당 대신 거금을 현금으로 계산하고 빌려오는 거다.

타보기로 한 트럭은 500마력짜리 D13B 엔진을 얹은 볼보 FH 모델이다. 터보차저와 인터쿨러를 단 FH의 D13B 엔진의 배기량은 무려 1만2800cc로 직렬 6기통 디젤이다. 그 거대한 엔진의 배기가스는 어찌나 깨끗한지 엄격하기로 유명한 대기환경기준 유로4까지 충족시켰단다.

시승차를 기다리는 동안 창문 큰 건물 2층 밥집에서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체험 장소는 볼보트럭코리아 본사가 있는 동탄 신도시. 도시개발계획 하에 반듯하게 만들어진 신도시는 영화 세트장처럼 깔끔하고 정갈했다. 건물 외벽에 내걸린 간판도 일정한 크기와 서체로 군더더기 없이 알맞은 위치에 놓였다. 아파트 상가가 밀집한 4차선 도로는 보기보다 차와 사람이 많아 복잡했다. 그런데 시승 트럭이 상가 건물 앞까지 온다고 했다. 그 덩치 큰 괴물이 복잡하고 어수선한 이곳까지 잘 굴러들어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상가 건물 앞에 당도했다는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가니 4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을 떡하니 막고 선 거대한 볼보트럭이 보인다. 트레일러, 또는 섀시를 매달고 그 위에 컨테이너 박스 등을 얹은, 뱀처럼 길게 돌아다니는 트럭만 보다가 몸체가 싹둑 잘린 큰바위얼굴만 서있는 걸 보니 어색하고 생경한 광경이다. 큰바위얼굴이 너무 크고 높은데다 뒤는 아무것도 없이 바퀴만(네 개 중 두 개는 허공에 떠다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다) 달려 있으니 급브레이크라도 밟으면 앞으로 고꾸라져 아스팔트에 얼굴이 갈릴 것 같다.

관계자에게 몸통 잘린 머리만 돌아다니는 것이 이상하다 했더니 기다란 트레일러를 달고 나왔다면 운전은커녕 촬영도 힘들 거라고 했다. 더불어 생경해 보이는 저 큰바위얼굴이 바로 1억원을 훌쩍 넘는 실제 판매 제품이란다. 트랙터와 트레일러는 따로 구분해 판매하는데 대게 트럭회사들은 트랙터만 판매하고 트레일러는 트레일러 전문 유통 회사를 통해 차주들이 따로 구입한다.

트레일러는 메이커와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수입과 국산으로 나뉘고 에어 서스펜션과 아닌 것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차주들은 적당한 가격의 수입 메이커 제품에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트레일러를 구입하는데 보통 4000~6000만원, 비싼 건 8000만원까지도 올라간다. 트랙터 구입비용을 1억5000만원으로만 잡아도 한 세트에 2억원에서 2억3000만원을 육박한다. 그래서 트랙터 소유주들은 모두 개인사업자고 사업가다. 

골리앗을 올려다본 다윗의 기분이 이랬을까. 상가 건물 2층 높이와 키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거구의 트럭은 말 그대로 집채만 했다. 개인 오너 차답게 애정으로 쓸고 닦은 흔적이 역력하다. 전면 아래위로 헤드램프만한 안개등을 멋스럽게 달고 천장에는 트럭의 전유물 같은 에어혼 나팔까지 매달았다. 옆모습을 보니 날카로운 뿔이 난 잘생긴 유니콘이 날개를 파닥이며 승천하는 그림까지 그려놓았다. 움직이는 예술이 따로 없다. 가끔 보던, 승용차나 승합차에 그려진 그림과는 차원이 다르다. 화폭이 넓고 평면으로 방대하게 펼쳐져 있다 보니 제대로 된 하나의 작품이 된다. 프린트를 정교하게 오려붙인 줄 알았더니 직접 페인트로 그린 정교한 예술품이다. 

차에 오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사다리를 밟고 높은 곳에 오르듯 양 옆의 봉을 잡고 성큼성큼 계단을 밟아야 실내로 들어설 수 있다. 오너가 이 차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는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알아버렸다.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한구석에 두고 맨발로 들어서야 했다. 바닥에는 일반 카 매트가 아니라 양탄자 수준의 카펫이 깔려 있다. 마치 고급 빌라 응접실 같다. 뭐 그리 대단한 차라고 신발까지 벗어가며 타야 하나 했는데 오너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트럭 오너들은 트레일러 위에 짐을 싣고 장거리 운전을 떠난다. 보통 항구에서 내륙으로 이동해야 하는 커다란 짐들이다. 짐을 부리러 한 번 움직였다 빈차로 돌아올 수는 없으니 적어도 하룻밤은 차에서 기거해야 한다. 차주에게 트럭은 움직이는 사무실이자 집이다. 정 실어 나를 일거리가 없으면 빈 차로 움직여도 되지 않느냐고? 1만cc가 넘는 엔진에 집채만한 트럭의 평균 연비가 얼마나 나올 것 같나? 운전자의 성향과 운전습관, 기술에 따라 천지 차이기는 하지만 2~3km/리터면 잘 나오는 축에 속한다. 경유 값이 휘발유 값과 비슷한 시국에 돈을 길에다 뿌리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섬세한 디자인은 필요도 없거니와 저 큰 실내에 무슨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각이 필요할까 싶었던 트럭의 실내는 대형 수입 세단만큼, 어쩌면 그것보다 더 안락하고 특별했다. 세단의 두 배쯤은 더 길고 클 것 같은 대시보드는 곡선으로 휘어져 모든 조작 버튼이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평평하게 누운 커다란 스티어링휠만 아니라면 고급 세단 인테리어를 약간 부풀린 느낌이다. 계기판의 기본 구조도 세단과 비슷하지만 좀 더 크다 보니 각종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창 크기도 크고 노출되는 정보량도 많다.

엔진을 껐는데도 발밑으로 뜨거운 바람이 솔솔 나와 희한하다 싶었는데 엔진 작동과 별개로 연료를 사용해 히팅하는 장치가 있다고 한다. 이 기능은 볼보트럭뿐 아니라 모든 트럭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뜨거운 바람을 한 시간 동안 틀어도 연료는 채 500cc가 소비되지 않는다. 주차한 채로 차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오너를 배려하는 메이커의 마음이다.

시트에 앉으니 ‘치~익’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며 편안한 감각으로 쿠션이 세팅된다.  이건 버스기사들이나 앉을 수 있다는 그 고급스러운 에어쿠션 시트? 도로에 대한 정보가 그대로 전해지는 단단한 시트의 그 느낌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공기량도 취향에 따라 많고 적게 세팅할 수 있어 더 푹신하거나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버튼과 노브가 여기저기 많이도 붙어 있다. 크기가 크다보니 살필 것도 많고 돌볼 것도 많은 탓이다. 대부분의 버튼과 노브는 세단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트럭이기에 필요한 것들도 몇 가지 있다.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연결할 때 필요한 움직임, 혹은 장치와 관련한 버튼이나 많은 짐을 싣고 험한 길을 오르고 내려야 할 때 필요한 트랙션 컨트롤 버튼 등이다. 특이한 건 기어노브가 시트의 엉덩이 부분 오른쪽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는 것과 주차 브레이크가 대시보드 상단에 자리 잡은 것이다. 전진 12단, 후진 4단 구성의 자동변속기를 제어하는 기어노브는 무척 작고 노브도 작아 거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기어박스에 전자 신호만 보내면 되는 설계구조 때문이다. 최근 트럭 메이커들은 주거공간으로써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작게, 그리고 거치적거리지 않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큰 덩치 덕분에 물건을 넣어둘 수 있는 수납공간은 상당히 다양하고 부피도 크다. 앞 유리 위에도 칸칸이 사물함이 있고 대시보드와 도어를 비롯해 여기저기 많기도 많다.

캡이 높다보니 실내에서의 움직임이 무척 편하다. 이렇게 캡을 높게 만들면 루프에 걸리는 게 많아 꽤 신경 쓰일 것 같은데 의외로 별로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름드리 가로수의 잔가지들이 가장 많이 걸리고 치렁치렁 늘어진 전선줄이 두 번째로 성가시지만 움직이는데 심각한 부담을 줄만큼은 아니란다. 불편함을 약간 감수하고라도 루프가 높은 게 실내에서 오랜 시간 지내야 하는 차주들에겐 훨씬 좋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시트 뒤에 있는 침대였다. 볼보의 경우 원래 2층 침대였던 구조에서 위 침대를 제거하고 덩어리 큰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사물함으로 바꾼 사양으로 트럭을 판매한다. 외국처럼 교대 운전까지 해가며 장거리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문 국내 상황을 감안한 볼보트럭코리아의 선택이다.

생각보다 공간도 넉넉하고 매트리스 쿠션도 좋아 내방 침대가 안 부럽다. 키 180cm를 훌쩍 넘지만 않는다면 편안히 누워 쉬고, 잠을 청할 수도 있겠다. 침대 주변에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벽에 달린 독서등도 있고 조명이나 에어컨 등 누워 쉴 때 제어해야 하는 장치의 버튼만 침대 옆에 따로 모아둬 번거로운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게다가 옆 유리는 커튼으로 완벽히 막을 수 있어 수면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토록 아늑하고 편안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 보니 집 없이 트럭만 있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고급 세단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 넓고 높은 실내 덕분에 개방감 좋고 여유로운 실내, 엔진을 돌리지 않아도 실내로 불어드는 따뜻한 바람, 에어 쿠션으로 푹신푹신 기분 좋은 시트와 침대까지. 돈 많고 시간 많으면 트럭 한 대 사서 유유자적 놀러 다니고 싶은 마음이다.


만트럭은 대전의 만트럭PDI센터에서 만났다. 출고 대기 중인 만트럭은 볼보트럭과 느낌이 또 다르다. 볼보트럭보다 생김새가 훨씬 트럭답다. 헤드램프와 안개등을 분리해 이단으로 범퍼를 쌓고 그 위에 진짜 트럭이 올라앉은 느낌이다. 직선을 많이 사용해 단단하고 다부지게 생긴 만트럭은 볼보트럭 보다 더 거대하고 듬직해 보인다.

만트럭 역시 양쪽의 봉을 잡고 계단을 세 걸음이나 옮겨야 실내로 입성이 가능하다. 겉모습처럼 실내도 투박하고 남성적인 느낌이다. 고급스러움은 만트럭도 마찬가지지만 좀 더 트럭답고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과 설계가 투박하지만 믿음직스럽다. 크고 작은 버튼으로 선루프도 여닫고 앞 유리의 햇빛 가리개도 자동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다. 물론 햇빛 가리개의 높이 조절도 가능하다. 사물함의 크기와 개수도 차고 넘친다. 직선을 많이 사용해 단순하게 설계한 덕분에 사물함의 디자인과 부피가 볼보보다 더 깊고 넓어 실용적이다. 만트럭에는 자동변속기를 제어하는 컨트롤러의 기어 노브 대신 로터리 방식의 레버로 돼 있어 사용하기가 더 편하고 정확하다.

만트럭은 2층 침대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여 국내 고객에게 소개한다. 2층 침대는 접었다 펼 수 있어 실용적이며 가끔 다용도 선반으로 사용해도 좋다. 동승자가 있다면 한 차에서 각각 침대에 누워 노닥거리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두 커플이 한 트럭으로 놀러가도 재미있겠다. 매트리스의 쿠션 감각은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으나 취향에 따라 차후에 교체해도 되는 부분이니 큰 걱정은 없다. 금속 기계강국 독일 메이커답게 단단하고 강직한 감성이 실내 곳곳에서 흘러 넘친다.

트럭만큼 경기 흐름에 민감하고 반영도가 정확한 분야도 드물다. 불황의 시작은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찾아오고 트럭 판매는 급격히 떨어진다. 만트럭버스코리아 김종호 차장은 “10월부터 판매가 뚝 떨어지더니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지금 같은 불황이라면 기존의 트럭 기사들도 먹고살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4대강 정비 사업이라도 시작되면 건설 경기가 좀 풀릴 거라 믿는 수많은 트럭 기사들의 바람은 생각보다 컸다. 개인적으로야 4대강 정비사업이건 대운하건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들 앞에서 대놓고 “노!”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트럭운전이 생활인 그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볼보트럭과 마찬가지로 만트럭 역시 엔진 구동 없이 실내에서 히터를 사용할 수 있다. 트레일러를 연결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탑재하고 험로를 이동해야 할 때 필요한 시스템도 볼보트럭과 내용과 쓰임새가 비슷했다. 좀 특이한 건 앞 유리 아래 부분이 밖에서 열린다는 것인데 그곳을 통해 간단히 정비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이 닿지 않아 닦기 힘든 높은 곳까지 꼼꼼히 청소할 수 있는 기다란 청소도구까지 마련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독일 메이커 특유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트럭은 운전자들에게 삶의 터전이고 밥줄이며 집이고 잠자리다. 메이커들은 트럭 기사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이같은 최상급 트럭을 만든다. 어릴 적 트럭에 올라 타 감동했던 옆집 아저씨의 스러져가는 고물 트럭과는 차원이 다른 디자인과 성능, 편의장비의 최고급 트럭들. 일반 세단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에 트럭이라서 필요한 첨단 기능까지 더하고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곳곳에 에어 쿠션과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했다. 거주공간으로써의 활용도와 탑승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천장을 최대한 높게 만들고 크고 작은 짐들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곳곳에 사물함을 마련했다. 게다가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누워 쉴 수 있는 드넓고 안락한 침대까지 품고 있다. 오늘도 트럭 기사들은 경제의 대동맥을 타고 끝없는 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트럭을 몰다

볼보트럭과 만트럭을 번갈아가며 운전했다. 기본적인 메커니즘과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느낌이나 감성은 약간씩 달랐다. 앞서 언급했듯 볼보는 500마력짜리 직렬 6기통 터보 디젤을 얹었고 만트럭은 1만2419cc D26 커먼레일 엔진을 달았다. D26 엔진의 최고출력은 1900rpm에서 480마력을, 1050~1400rpm 사이에서 23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정도 급에서 20마력의 출력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이므로 출력 성능은 동급으로 봐도 무방하다.

두 트럭 모두 오토와 매뉴얼 모드를 마련해두고 있어 평소에는 오토 모드로 다니다가 험로를 만나거나 손으로 기어를 제어해야 할 때 매뉴얼 모드로 전환하면 된다. 만트럭의 경우 Dm 모드를 따로 구성해두고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유용하고 쓰임이 많다. 출력과 토크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작고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할 때 패들 조작만으로 부드럽고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게 바로 Dm 모드다. 액셀러레이터 패달을 아무리 깊게 밟아도 시속 20km를 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트럭을 움직인다.

두 트럭은 시승 코스가 좀 달랐다. 정식 번호판을 단 볼보트럭은 복잡하고 차도 많은 동탄 신도시의 일반도로를, 번호판 없는 만트럭은 출고장 내 넓은 공터를 코스로 잡았다. 볼보 FH 운전석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완전 딴 세상이다. 어릴 적 탔던 옆집 아저씨의 구닥다리 트럭에서 느꼈던 감동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작은 내차를 운전하며 줄곧 올려만 보던 버스 지붕을 내려다보는 맛은 생각보다 달다.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몰고 도로를 누비는 기분이다.

옆자리 관계자가 천천히 가자고 한다. 속으로 ‘지금도 느려 터져 죽겠는데 뭘 더 천천히 가나’하면서 계기판 속도계를 보니 시속 70km를 넘어가고 있다. 출고 때부터 속도를 제한해둔 탓에 시속 90km 이상 달리지 못하는 걸 감안하면 초보운전자가 겁도 없이 트럭을 몬 격이다. 그런데 정말로 속도감은 시속 20~30km에 머물러 있었다. 크고 육중한 덩치와 무게 때문에 속도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측면에 달린 사이드 미러는 종류도 다양하다. 크고 넓적해 전신 거울을 통째로 붙여 달고 다니는 기분이다. 옆자리 관계자가 트럭 옆 차선을 비추는 가장 크고 세로로 긴 거울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걸 더 잘 살펴야 한다며 손으로 거울 하나를 가리킨다. 보조석 창문 바로 옆에 달려 차의 완전 옆구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저게 왜 필요할까 싶었는데 바로 알아버렸다. 덩치 크고 느린 트럭을 무시하며 쏜살같이 달라붙던 녹색 마티즈가 사이드 미러로 보였다. 그런데 잠시 후에 다시 보니 사이드미러 속 마티즈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차선을 바꿨거나 중간에 다른 길로 빠졌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티즈는 신호 대기 중인 내 트럭의 왼쪽 바로 옆에 빨판상어처럼 찰싹 달라붙어 서 있었고 사이드 미러에는 안 보이는 공간에 얌체처럼 들어와 서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 유심히 보라며 손으로 가리킨 미러를 보니 엉큼하게 옆구리에 붙어 있는 마티즈가 보였다. 이 거울을 자주 살피지 않으면 소형차나 오토바이, 사람 등 바로 옆에 선 사물을 옆구리로 밀거나 덮치게 된다고 했다. 크고 높아 구름 위에 앉아 넘실거리듯 움직이는 즐거움과 통쾌함 이면에 있는 덩치 큰 차의 비애다.

기어를 자동 모드에 두고 운전하는데도 변속 감각이 독특하다. 꼭 수동변속기를 직접 움직여 기어를 바꾸는 그런 느낌이다. 세단의 매끄러운 변속 감각이 아니라 약간 느리고 투박한 기어의 움직임이랄까. 게다가 전진 12단짜리 기어는 1단부터 12단까지 차례대로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 2단으로 출발해 한 번에 4단, 혹은 5단으로, 또 그새 7단, 10단으로 옮겨가는 등 들쭉날쭉한 패턴을 보였다. 이래서 트럭 연비는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천지차이인가 보다.

2층 건물만큼 높은 데다가 에어 서스펜션과 에어 쿠션으로 무장한 트럭은 패이고 흠집 난 도로에 무신경하지만 주체할 수 없이 울렁거리며 요동치는 바운싱은 영 어색하고 불안하다. 다른 차선을 넘지 않고 집채만한 트럭을 몰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 차선에 쏙 들어와 움직이는 게 깜찍해 보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운전이 생각보다 쉽다. 시야가 높아 전방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고 크고 작은 사이드 미러가 사각지대를 완벽히 없애줘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완벽한 초보 트럭 운전자가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운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트레일러를 달지 않아 길이가 짧기 때문이었다.

트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토크로 제어되는 강력한 엔진 브레이크 성능이다. 사실 제아무리 성능 좋은 브레이크 시스템이라도 브레이크 드럼과 패드만으로 그 크고 강력한 트럭의 출력과 움직임을 통제하기란 사실상 힘겹다. 때문에 트럭에서는 엔진의 토크를 역이용한 엔진 브레이크의 역할이 크다. 볼보트럭과 만트럭 모두 스티어링휠 아래 왼쪽으로 레버가 달려 있어 간단한 레버 조작으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조작도 간단해 레버를 아래로 살짝 당기면 된다. 쉽게 말해 수동변속기를 단 승용차를 5단으로 운전하다 3단으로 기어 단수를 낮춤으로써 속도를 줄이는 그런 원리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엔진에 유입되는 흡기와 배기가스 통로를 동시에 일시적으로 막아 엔진과 차체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강력한 제동 성능을 끌어낸다고 했다. 레버 조작만으로 강력하게 속도가 줄어드는 트럭의 엔진 브레이크 성능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브레이크 패들을 강하게 밟는 것만으로 속도를 줄였다가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걱정 때문이기도 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 모든 차와 사람을 위에서 거느리는 호사를 누리는 건 분명 뿌듯하고 특별한 경험이지만 차 많고 비좁은 도로 위로 거구를 끌고 다닌다는 건 굉장히 피곤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단단함이나 경쾌함과는 거리가 먼, 푹신푹신한 하체 감각은 어찌하란 말인가. 

트럭에서 내려 평소 타고 다니던 작은 내 차로 옮겨 탔다. 캡슐에 올라탄 듯 작고 갑갑한 데다 바닥에 너무 붙어 있어 전방도 잘 안 보이고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빨거리고 통통거리며 이리저리 다닐 수 있는 경쾌한 움직임이 더 재미있고 편하다. 습관은 쉽게 버릴 수 없나 보다. 그런데 참 희한한 건 새록새록 트럭 운전대를 잡고 질주하던 그 느낌이 떠오르며 또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는 사실이다. 최신형 트럭이 국내 데뷔하는 날, 꼼꼼하게 조작하고 시승 느낌을 음미하며 다시 한 번 시승해 봐야겠다.


볼보 FH 6×2 트랙터
엔진          D13 직렬 6기통 1만2780cc
최고출력    500마력/1500~1800rpm
최대토크    245.0kg·m/1050~1450rpm
변속기      자동 12(전진), 4(후진)
길이         7060mm
너비         2490mm
높이         3300mm
총 중량     8450kg
가격         1억7060만 원



만 TGX 6×2 트랙터
엔진         D26 커먼레일 1만2419cc 
최고출력   480마력/1900rpm
최대토크   235.0kg·m/1050~1400rpm
변속기     자동 12(전진), 2(후진)
길이        6545mm
너비        2495mm
높이        3910mm
총 중량    8900kg
가격        1억61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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