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면 충분했다. 그래서 37을 만들었다' 인피니티가 G37을 내놓으면서 광고에 기용한 카피다. 그랬다. 과분했던 G35 심장에 매스를 대 출력을 높인 인피니티는 7단 자동 변속기와 매칭 해 더 빠르고 부드러운 신형 G37 세단을 내놓은 것이다.
인피니티는 안 그래도 잘 팔리던 G35 세단에 날개를 달아 신형 G37 세단을 만들었다. 공공연히 BMW 3시리즈를 들먹이던 G세단에 더욱 강력하고 확실한 아이템을 추가한 셈.
진화한 G37 세단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엔진과 변속기에 있다. 앞 범퍼와 맞닿아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프런트 오버행,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운 브리지스톤 포텐자 타이어는 G35부터 굳건했던 럭셔리 다이내믹 스포츠 세단 본연의 이미지와 흐름을 같이한다.
뒷바퀴를 돌려 힘 있게 전진하는 특성을 감안해 앞(225/50R 18), 뒤(245/45R 18) 타이어 크기를 달리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하지만 시승차인 스포츠 모델과 달리 프리미엄에는 앞 뒤 모두 같은 크기의 타이어가 꼽힌다. 선착순 100명에게만 특별 선물한다는 리어스포일러와 범퍼 양끝 트윈 머플러, 더 매섭게 치켜 뜬 헤드램프와 서슬 퍼렇게 날 선 일본도를 가지런히 정리한 프런트 그릴은 무섭고 독하기로 유명한 사무라이의 근엄함이 도드라진다. G세단의 매끈하고 날씬하며 유연하고 매력적인 스타일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인테리어에도 큰 변화는 없다. 눈에 띠는 거라면 이전엔 없었던 터치스크린 방식의 내비게이션(꽤 쓸 만하다. 심심한 맵이지만 햇빛이 모니터에 정면으로 비춰도 꽤 잘 보이고 움직임도 안정적이다)과 대시보드에서 센터페시아로 위치를 약간 옮긴 아날로그시계 정도. 좀 과하다 싶었던 센터페시아의 정신없는 버튼들도 많이 정리된 느낌이다. 그 수가 줄어든 것보다 익숙해진 탓인지 모르겠다. 창문 네 개는 모두 원터치로 여닫기가 가능하고 원터치 버튼 방식 선루프는 버튼 조작으로 20단계 이상 루프의 여는 양을 조절할 수 있다.
G35에서 G37 세단으로 바뀌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스타일링에 큰 불만은 없다. 어차피 변화의 핵심은 엔진 출력과 변속기에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전 G35 세단의 스타일링이 마음에 들었던 터라 괜히 손을 데 이상하게 만들지 않았음은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엔진을 깨우면서 예전 G35 세단의 시승 느낌을 떠올려본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엔진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자주 울컥거리며 출력을 과시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과분한 출력에 감동하면서도 가고 서길 반복하는 시내 도로에서는 살짝 기분이 거슬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315마력에서 333마력으로 엔진 출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매끄럽게 반응하고 움직인다. 세련된 성숙미가 도드라졌다. 피 끓는 청년에서 매너 좋은 ‘훈남’으로 성장했다.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은 최근 FX50을 통해 먼저 선보인 7단 자동변속기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부드러워졌다는 표현을 오해하면 안 된다. 단지 ‘예전보다’ 그렇다는 말이다. 가속페달을 좀 덜 민감하게 만져도 된다는 차원이다. 조금만 깊게 페달을 누르면 내가 언제 ‘훈남’이였냐며 ‘터프가이’로 돌변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두 얼굴이 모두 매력적이다.
신형 엔진(G37 쿠페를 통해 이미 선보였기에 엄밀히 말해 신형은 아니다)은 이전의 3.5ℓ V6 엔진의 스트로크를 키워 배기량을 3.7ℓ로 늘린 V6 DOHC 엔진.
7500rpm부터 레드존이 시작되는 고회전 엔진은 330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36.8kg·m(5200rpm)의 최대토크를 뽐낸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10%나 좋아졌다.
스티어링 휠은 꽤나 무겁게 돌아간다. 한손으로 휙휙 핸들을 돌리기란 거의 불가능하겠다. 하지만 330마력의 출력을 안정적이고 명민하게 다루려면 훨씬 더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세팅이다. 매끄럽게 움직이는 7단 자동변속기의 동력 전달 능력은 칭찬할 만하고 아래위로 짧게 움직이는 서스펜션은 도로를 야무지게 훑어 내리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포기하지 않는다.
G37 세단은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릴 수도 있고 문 네 짝에 사람 다섯이 올라탈 수도 있다. 게다가 잔기스를 스스로 치유하는 스크래치 실드 덕분에 차를 끔찍이 사랑하는 당신도 마음껏 기계식 자동 세차장에 드나들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동급의 유럽 모델과 차원이 다른 5000만원 전후에 불과하다.
인피니티 G37 세단 스포츠
레이아웃 앞 엔진, 뒷바퀴굴림,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7ℓ DOHC 330마력, 36.8kg·m
변속기 7단 자동
휠베이스 2850mm
길이×너비×높이 4755×1775×1450mm
연비 9.5km/ℓ
시승차가격 5220만원/4900만원(프리미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