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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혼다 시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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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얼굴을 고치고 2009년형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컴백했다. 좀 밋밋한 얼굴때문에 고민하던 시빅은  급기야 성형외과를 찾아 전문의와 상의했고 수술 범위를 앞뒤로 아주 약간만 잡았다. 그 결과 구형보다 조금 더 기억에 남는 외모로 거듭났다. 뭐 아주 대단히 멋진 매력남으로 변한건 아니다.  

2006년 말 국내 데뷔한 시빅이 쓸 만한 얼굴을 하고 2009년형이란 타이틀로 돌아왔다. 닮은 듯 다른 신형의 등장 소식에 2년 넘게 시빅을 타고 있는 선배는 마음 졸여왔다. 신형 시빅이 대대적인 성형을 통해 꽃미남으로 변한다면 자기의 구형 애마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질까 봐서였다. 하지만 선배는 신형 시빅을 보고 “별반 달라진 게 없구만”하고 코웃음 치며 흐뭇해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시빅 오너나 마니아가 아니라면 성형수술의 아픔도 몰라주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다른 신형의 존재감을 우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꼼꼼히 살피기로 하고 우선 앞모습을 예의주시했다. 프런트 그릴과 헤드램프의 모양새가 바뀌었다. 더불어 앞 범퍼가 약간 더 두툼해지고 길어진 듯도 싶다. 사실 스타일링을 대변하는 중심은 프런트 그릴과 헤드램프, 범퍼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일링의 일대 변혁을 쉬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뚜렷한 존재감 없는 구형 시빅의 디자인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심심하고 밋밋했던 구형 시빅의 디자인이 머릿속에서 쉽게 떠오르지 않으니 신형의 어디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대번에 쉽게 알기가 힘들다.

홍보담당자의 말을 빌면 “신형 어코드와 레전드의 다이내믹하고 공격적인 스타일링을 시빅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앞모습을 보니 좀 그런 것도 같지만 ‘확’하고 느껴질 만큼 강력한 인상은 아니다. 한 달 전쯤 홍보담당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유럽 버전 시빅과도 비슷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이전보다 좀 더 트렌디하고 스포티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만큼은 아니었다.  

혼다 엠블럼을 중심으로 길게 헤드램프까지 뻗어있는 물소 뿔 같은 그릴이 약간 더 두꺼워졌고 범퍼 아래 인테이크 그릴을 3등분으로 나누었다. 이 부분이 입체적인 얼굴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다. 또한 신형 시빅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다.

테일램프가 바뀌었고 트렁크 리드에 스포일러가 추가됐다. 트렁크까지 이어져 이등분 된 테일램프 안으로 8각형 모양의 램프가 추가됐고 트렁크 리드에 일체형 스포일러가 올라붙었다. 2009년형 시빅의 도드라진 특징에 대한 이야기는 이상이다. 비록 닮은 듯 다른 신형 시빅의 존재감이 아주 크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혼다가 시빅 러버들에게 보내는 애틋한 감사의 마음쯤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충분하다. 

사실 구형 시빅의 스타일링은 구형이라 하기에는 어색할 만큼 미래지향적이다. 독특한 스타일링과 이미지 덕분이다. 구형과 같은 신형 인테리어도 눈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일말의 신선함이 아직 존재했다. 대시보드를 1, 2층으로 나눠 속도계를 따로 배치한 멀티플렉스 미터를 처음 보았을 때 그 미래지향적이고 신선한 스타일링에 얼마나 충격을 느꼈었던가.

구형이나 신형이나 경쾌한 시빅은 운전이 재미있다. 고급스럽거나 중후한 감각보다는 다소 소란스럽게 통통 거리며 때론 거칠기도 한 말썽꾸러기다운 이미지가 더 크다. 6750rpm부터 시작하는 2ℓ 고회전 엔진의 혼다다운 매끄럽고 날카로운 움직임과 중형보다 준중형에 더 가까운 콤팩트한 차체, 그 덕분에 야무지고 가볍게 컨트롤할 수 있는 몸놀림, 고성능 스포츠세단만큼 빠르고 예리하지는 않지만 운전의 재미를 늘리기에 충분한 패들시프트까지 재미있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빅은 보기보다 실내도 넓다. 180cm에 100kg이 훌쩍 넘는 선배가 공간에 대한 불만 없이 오랜 시간 칭찬하고 예뻐하며 타고 다니는 걸 보면 분명하다. 어쨌든 닮은 듯 다른 신형 시빅의 존재감은 비록 미미할지라도 그 매력은 건재했다.

시빅은 분명 매력적인 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못생겼고 운전의 재미는 있지만 정숙하거나 안락함, 혹은 다정한 감성은 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혼다 시빅 2.0
레이아웃  앞 엔진, 앞바퀴굴림,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I-VTEC 155마력, 19.7kg·m
변속기   5단 자동
휠베이스  2700mm
길이×너비×높이  4555×1750×1440mm
공차중량 1330kg
연비   11.5km/ℓ
가격   303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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