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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렉서스가 만든 네바퀴굴림 LS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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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LS460 AWD)

타시려거든 뒷문으로


네바퀴로 달리는 렉서스 플래그십일지라도 뒷자리에 앉는 게 좋다.  운전 재미는 별로지만 편하고 안락한 뒷자리에 앉아서 유유자적 시간 보내며 목적지로 가는 건 꽤 달콤하기 때문이다.

LS460같은 플래그십 모델을 타려거든 뒷문으로 타야 한다. 운전석은 기사 몫으로 남겨두고 보조석은 수행비서가 앉아야 제맛이다. 기사를 자청하려거든 운전석에 앉아도 좋다. 과하게 큰 차체지만 넘치는 출력과 이러저러한 시스템 덕분에 안락하고 편안한 운전에 대해 한 수 배울 수 있다.

그래도 변치 않는 건 뒷자리가 가장 편안하고 안락하다는 사실. 운전 좀 할 줄 알고 좋아한다면 GS나 IS를 선택하는 게 맞다. 선팅도 안된 벌거숭이 창을 단 시승차를 몰다보면 사장님의 철없는 아들, 혹은 회장님을 기다리며 거리를 배회하는 기사가 된  듯한 기분이다. 철없는 아들이나 기사 놀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운전석보다는 뒷자리가 더 편하고 안락하고 기분 좋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걸 뿐.

네바퀴굴림 LS 460이라 해도 과도한(?) 안락함과 정숙하며 부드러운 감각에 변화는 없다. 여전히 프레스티지카 컨셉트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프레스티지카, 혹은 기함이라고 하는 차들은 쉽게 말해 메이커에서 가장 크고 비싸게 파는 차를 말한다. 당연히 가장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거니와 운전석보다 뒷자리 사장님, 사모님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렉서스답게 실내는 정숙하다. 정숙하다 못해 적막할 정도로 차분한 실내는 하이브리드카라 우겨도 믿겠다. 일본차 특유의 세심한 감성품질은 오리엔탈리즘 정서와 과도한 배려, 예의가 넘쳐난다. 1억 원을 훌쩍 넘긴 고급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풍성하다.

매끄럽고 나긋한 8단 자동변속기의 움직임은 계기판 바늘을 유심히 살펴야 확인이 가능하다. 362마력의 출력을 토해내는 4.6리터 V8 엔진은 2t이 넘는 거구를 나긋나긋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주행 감각은 다이내믹함, 또는 스포티함과 정반대로 맞서는 안락하고 부드러우며 정숙한 쪽에 초점을 맞췄다. 패이고 깎이거나 굴곡진 도로는 알맞은 속도로 부드럽고 여유롭게 달려야 한다. 그래야 동승자들이 자세를 고쳐 잡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LS460은 과격하게 다루어서는 안될 모델이다. AWD라 할지라도.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도로를 휘젓거나 과격한 가고 서기를 반복하며 속도를 즐기기에는 너무 크며 부드럽고 정숙하다. 의도적으로 스포츠 주행을 한다 해도 재미가 없다. 몸으로 느껴지는 속도감은 실제 속도의 반이나 될까 싶고 핸들을 감았다 풀 때마다 거구가 휘청거리고 뒤뚱거리기도 한다. 물론 렉서스의 자랑거리인 VDIM(차체 역학 통합제어시스템)이 계기판에 깜빡이며 자세를 잡아주지만 더 이상 거칠게 내몰아서 빼먹을 운전재미는 없다. 하긴 뒷자리에 사장님, 사모님을 모시고 그 누가 이처럼 과격한 운전을 할쏘냐.

뒷자리는 기대보다 더 편하고 아늑하다. 시트 등받이와 방석이 꽤 큰 범위에서 움직이고 오디오와 에어컨트롤러도 조절할 수 있다. 사장님은 운전자에게 잔소리할 필요가 없고 운전자는 그저 안전하고 부드러운 운전에만 신경 쓰면 그만이다. 몸 전체를 감싸는 부드럽고 폭신한 가죽 시트, 뒷유리와 뒷창문을 모두 가릴 수 있는 블라인드는 버튼 하나로 올렸다 내릴 수 있어 프라이빗 공간으로도 쓰임새가 크다. LS가 국내 막 데뷔하고 시승하며 비즈니스 항공석보다 편하다고 했던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국내에서 렉서스의 위상은 대단하다. 정숙하고 예의바르며 고장 없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디자인은 물론 품질까지 아우르는 그들의 ‘엘-피네스’ 철학은 그릴과 엠블럼부터 범퍼와 머플러 팁에까지 일관된 흐름을 유지한다. 여유만 되면 부모님께 한 대 사드리고 싶다. 물론 운전 실력 좋은 기사까지 붙여서 말이다.

뒷바퀴굴림 세단은 갑자기 눈 내리는 겨울이 문제다. 안정적인 밸런스와 무게배분을 통해 잘 달리고 잘 서는 뒷바퀴굴림이 눈 내리고 얼음이 언 겨울 도로에서는 거북이보다 느려진다. 10년 된 100만원짜리 국산차도 잘 다니는 도산대로 낮은 언덕을 유럽 프리미엄 모델들은 꽁지만 흔들며 오르지 못한다. 뒷자리 사장님과 사모님은 “운전 고따구로 할 꼬야~~” 하며 애꿎은 운전석 기사만 나무란다. 결국 사장과 사모는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고 짜증 난 기사는 애꿎은 담배만 피워댄다.

친절한 렉서스는 기사는 물론 사장님과 사모님까지 생각해 네바퀴굴림 모델을 추가했다. 눈길, 빗길은 물론이고 대관령과 미시령 고갯길도 유유자적 더 안정적이고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 LS460 AWD를 말이다. 앞바퀴건 뒷바퀴건 두 바퀴로 달리는 것보다 네 바퀴로 달리는 게 더 안정적이고 좋은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만큼 좀 더 많은 기름을 써야 하고 약간이지만 움직임이 둔해져 상대적으로 굼뜬 감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LS460 AWD는 어떨까. LS460보다 리터당 1.3km(LS460은 8.8km/리터, AWD는 7.5km/리터)적게 달리고 움직임이 약간 둔해졌지만 안정감은 더 커졌다. 놀라운 사실은 1억2000만원이라는 가격이다. 1억3000만원인 LS460보다 1000만원이 저렴한 1억2000만원에 팔린다. 뒷바퀴굴림보다 네바퀴굴림이 비싼 게 일반적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1000만원은 어디서 절약했을까.

과도한 편의사양 중 딱 세 가지만 걷어냈다. 지갑에 넣을 만큼 얇은 카드 키 대신 도톰한 스마트 키로, 마크 레빈슨 대신 파이오니아 오디오 시스템을 얹었고 실내에서 버튼으로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는 기능을 뺐다. 과도한 편의사양 걷어내기로 LS의 품위를 잃어버린 건 아니냐고? 걱정마라.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세 가지 장비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라인업 가운데 네바퀴굴림 모델이 가장 저렴하다는 건 칭찬해 줄 만한 일이다. 세계 경제 침체와 엔고 때문에 허덕이는 일본 메이커와 렉서스는 어려울수록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가격 조정을 통해 시장 상황이 나아졌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LS460 AWD를 기점으로 한 렉서스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렉서스 LS460 AWD

도어 4
승차인원 5
엔진/구동계 앞 엔진/네바퀴굴림
변속기 자동8단
길이 5030mm
너비 1875mm 높이 1465mm 휠베이스 2970mm 
가격 1억2000만원
보증기간 4년 10만km
연비 7.5km/리터
주행 가능 거리 630km
연료탱크 용량 84ℓ
엔진 V8 32밸브 4608cc 최고출력 362마력/6400rpm 최대토크 47.6kgm/4100rpm
공차중량 2105kg
서스펜션 멀티링크/멀티링크
타이어 235/50R 18
CO₂ 배출량 312g/km



LS460 AWD와 경쟁할 만한 모델은 대략 이정도


쌍용 체어맨 W 500
V8 4966cc, 306마력, 45.0kg·m
네바퀴 굴림, 7.3km/리터
8770만원
최신형은 아니지만 벤츠 플랫폼과 엔진을 사용한 체어맨 W 500 네바퀴굴림 모델을 타면 200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아우디 A8 4.2 FSI 콰트로
V8 4172cc, 350마력, 44.9kg·m
네바퀴 굴림, 7.6km/리터
1억2850만원
네바퀴굴림의 할아버지격인 콰트로 시스템과 승승장구하는 독일 메이커의 든든함. 매력적인 모델임엔 틀림없다.

폭스바겐 페이톤 V8 4.2 LWB
V8 4172cc, 355마력, 43.8kg·m네바퀴 굴림, 6.6km/리터
1억2700만원
온통 유리로 둘러싸인 글라스덴 공장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는 폭스바겐 페이톤은 LS460 AWD를 선택하기 전 최종적으로 시승해 볼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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