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한 메이크업 기술로 더 곱게 화장한 신형 베이비 렉서스는 VDIM까지 얹어 더욱 명민해졌다.
어떤 모델이건 렉서스의 첫 느낌은 감동적이다. 스톱 스타트 버튼을 눌렀을 때의 세레머니는 장엄한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듯 매력적이다. 계기판의 날카롭고 캄캄한 바늘이 찬란한 백색 바늘로 변해 계기판의 처음과 끝을 빠르게 훑고 내려오면 잠들었던 엔진이 깨어나며 숨을 고른다. 동시에 조명은 동트는 세상을 감싸 안는 묘연한 안개마냥 실내를 끌어안는다.
대시보드는 질감이 독특하고 몇 개의 곡선이 유연한 감각을 뽐낸다. 그 우아한 선들은 도어패널을 비롯해 실내 전체로, 그리고 겉모습까지 이어진다. 몇 번을 들어도 명쾌한 이해가 어려운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은 경험을 통해 오감으로 이해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그래도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하다면 도리 없다. 가까운 렉서스 매장에 들러 ‘L피네스’를 직접 느끼는 수밖에.
렉서스가 대개 그렇듯 시트는 적당히 부드럽지만 탄력 있고 고급스럽다. 하지만 다정하며 익숙하다. 익숙한 것은 시트만이 아니다. 운전하는 내내 모든 것들이 너무 쉽게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 그만큼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만족스런 감성품질과 엔지니어링을 제공한다는 방증이다. 너무 빨리 익숙해지다 보니 오히려 쉬 질릴까 두려울 정도다.
IS250이 국내에서 판매된 지 3년이 넘었다. 그동안 큰 변화는 없었지만 인기는 꾸준했다. 20~30대 젊은이들은 폭발적이지 않지만 은근한 동경의 대상으로 위시 리스트에 꼬박꼬박 메모해 두는 그런 모델이었다. 반갑게도 IS250이 디자인과 내용을 변경해 신형을 선보였다.
신형 IS250의 판매 모델은 프리미엄과 스타일 에디션 두 가지. 스타일 에디션은 이름 그대로 좀 더 트렌디하고 과감한 스타일에 신경 쓴 모델이다. 페달에 알루미늄을 덧대고 전용 메탈 그레이 트림으로 꾸몄다. 휠도 18인치로 키우고 좀 더 과격하게 달려도 좋을 스포츠 서스펜션을 달았다. 물론 가격도 에디션답다. 프리미엄보다는 100만원이 비싸고 2008년형 모델보다는 200만원이 비싼 4850만원. 소비자들에게는 얼마 전 가격 인하를 단행한 ES의 행보가 IS에도 닿기를 바랐지만 그건 바람일 뿐 가격은 더 올랐다.
시승차인 신형 IS250 스타일 에디션을 받아들고 처음에는 대체 어디가 바뀐 건지 한참 고민했다. 한두 번 IS250을 시승했던 내게 신형의 새로워진 부분을 짚어내기란 숨은그림찾기보다 어려웠다. 메이커가 제시한 자료를 보니 범퍼와 사이드미러를 비롯한 내외장을 보다 입체적이고 세련되게 다듬었다고 했다. 마침 주차장 한편에 구형이 서 있다. 구형과 신형을 번갈아 바라보길 한참,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디자인이 바뀌었고 사이드미러의 방향지시등이 추가됐다. 게다가 다소 네모져 디자인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사이드미러가 보다 날카롭고 예뻐졌다. 보디라인을 아주 섬세하게 손대 보다 더 젊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로 만들었다. 한참 유행하는 쁘띠 성형을 한 것이다. 어딜 손댔는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더 매력적이고 예뻐지도록 하는 귀족 성형 말이다.
IS250 스페셜 에디션 페달에는 알루미늄이 덧대어져 있고 패들 시프트의 더하기와 빼기 기호가 도드라진다. 미리 밝히지만 구형과 신형의 가장 큰 차이는 렉서스의 ‘차체 역학 통합 제어 시스템’인 VDIM을 추가한 것에 있다. 보다 명민하고 안전하게, 더욱 빠르고 즐겁게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제아무리 스포츠 세단이라지만 사운드는 여전히 렉서스답게 정제되어 있다. 윈도 밖 풍경과 실내는 다른 세상처럼 생경하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 안에서 행복과 안녕을 완벽히 보장받은 기분이다.
바닥이 파일 만큼 있는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몸을 시트 안으로 밀어대는 직관적인 가속감은 아니다. 하지만 뒤에서 밀어대는 뒷바퀴굴림 특유의 듬직한 가속감은 시속 100km를 넘고 200km를 넘어서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과연 2.5ℓ 엔진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출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18인치 알로이 휠과 VDIM으로 무장한 신형 IS250은 분명 달리는 재미가 더 커졌다. 부드럽지만 가볍지 않게 걸러내는 노면 충격은 섀시를 거쳐 시트로 오는 동안 상쇄돼 언제나 안락하고 부드럽다. 자동 6단 기어박스의 유연한 변속 감각은 거의 알아채기 힘들 만큼 매끄럽다.
양재역 부근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길은 생각보다 코너가 급격하다. 진입 속도는 시속 100km. 비명을 질러대면서도 움켜쥔 도로를 놓지 않고 끈끈하게 붙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흐트러짐 없이 일관되게 움직인다. 예측 가능하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시도다. 더 빠른 속도로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모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토록 안락하고 편안하면서 이 정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어지간한 모델도 부럽거나 아쉽지 않다. 탐나는 물건이다.
IS250은 인간을 감동시키는 기계다. 한 번 보고 각인되는 개성 만점 디자인은 아니지만 자꾸 보고 싶어지는 외모다. 터프하고 다부진 생김새는 ‘좀’ 달려줄 듯한 분위기지만 좋은 집안의 막내로 귀여움을 한몸에 자란 녀석답게 고상하고 도도한 분위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렉서스의 막내 모델이지만 토요타의 전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이미지는 건재하다.
일본산 럭셔리 스포츠 세단인 렉서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정제된 안락함과 편안함, 안정적이면서 재미까지 있는 달리기 성능 등 신형 IS250의 매력은 꽤나 다양하다. 그렇다면 신형 IS250의 가치는? 당신에게 4850만원이란 가격은 어쩌면 생각보다 저렴할 수도, 혹은 터무니없이 비쌀 수도 있다.
렉서스 IS250
레이아웃 앞 엔진, 뒷바퀴굴림,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2.5ℓ 207마력, 25.5kg?m
변속기 자동 6단
길이×너비×높이 4575×1800×1425mm
휠베이스 2730mm
공차중량 1630kg
연비 11.4km/ℓ
시승차 가격 485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