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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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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이니 벌써 옛날 일이 됐다. 영종도 스카이72 서킷에서 이벤트가 열렸다. 9월 22일 본격 데뷔한 미쓰비시가 대표차종 두 대를 이끌고 시승행사를 치른 것. 으레 그렇듯 공식 딜러의 데뷔 전 간 보기쯤 되는 시승행사다. 관심은 시승보다 차에 더 많이 쏠렸다. 미쓰비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력하게 대변하는 랜서 에볼루션과 SUV 아웃랜더 때문이다.

‘란에보’로 더 잘 알려진 랜서 에볼루션은 세계적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카리스마 넘치는 모델이다. 이 차는 미쓰비시 엔지니어링의 총아이자 고성능 네바퀴굴림 준중형 세단으로 랠리나 서킷 같은 특별 장소는 물론 일반도로에서도 똑똑하고 매끄러운 반응으로 정평 나 있다. 1992년부터 2007년까지 15년 간 무려 10번이나 진화한 랜서 에볼루션의 국내 데뷔 모델은 가장 최근 것인 10기(엄밀히 따지면 3번이고 10기는 4세대에 해당한다).

그 괴물 같은 성능은 이름값을 하고도 남는다.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시스템의 2.0ℓ MIVEC 엔진은 295마력 최고출력과 41.5kg/m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게다가 내뿜을 수 있는 토크의 대부분(40kg?m)이 실용 영역인 2000~4000rpm 사이에서 나온다. 이 급의 차에 이 정도 토크는 분에 넘친다.

저기 랜서 에볼루션이 서 있다. 이제는 상징이 돼버린 큼지막한 마름모꼴 프런트 그릴 가운데로 범퍼가 지나고 그 아래 그릴 사이로 라디에이터가 선명하다. 터빈을 돌려 끌어올린 출력에 비례해 뜨거워지는 열을 다스리는 중요 아이템이다.
 

랜서 에볼루션은 메이커 튜닝카다. 터보차저를 얹어 출력을 키우고 빌스테인 쇼크업소버와 아이바흐 스프링으로 서스펜션을 세팅했다. 넘쳐나는 출력을 제압하기 위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의 것. 휠 사이로 보이는 빨간색 브렘보 캘리퍼가 유난히 도드라진다.

랜서 에볼루션은 시트도 남다르다. 질 좋은 가죽으로 튼튼하게 만든 레카로 버킷시트는 타고 내리기 불편하다. 이래서 이 차를 랠리의 제왕이라고 하나 보다. 아마 편안하고 안락한 시트였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다. 자연스럽게 잡히는 타이트한 시트 포지션이 운전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서킷 진입 전 슬라럼 코스를 지난다. 15년 간 랠리에서 다져진 핸들링의 달인답다. 롤링과 바운싱은 극도로 억제됐고 스티어링에 반응하는 차의 움직임은 날렵하고 매끄럽다.

직선보다 크고 작은 코너가 많은 서킷으로 본격 진입했다. 2000rpm부터 터지는 토크의 초반 가속감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넘치는 출력에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맞물린 차는 정확한 레코드 라인을 그리고 코너를 공략하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랜서 에볼루션을 다루는 팁 하나.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면 스로틀 밸브를 완전히 열고 더 열심히 달려야 한다. 그러면 잡힐 것 같지 않던 불량 자세가 네 바퀴로 전달되는 강력한 출력과 그립에 제압당해 차는 앞으로 잘도 나간다. 트윈 클러치 SST의 반응은 최근 경험한 그 어떤 기어박스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신형 911을 타 본 누군가는 포르쉐의 더블 클러치 PDK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라고 칭찬한다.

하지만 수십 명의 기자가 반복해서 시승하는 동안 타이어 교체 시기를 놓친 시승차는 금세 정상적인 그립을 잃고 하염없이 미끄러지고 추스르기를 반복한다. 한편으론 S-AWC(Super-All Wheel Control)의 개입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진동이 섀시를 타고 몸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패밀리 세단이라면 가당치 않겠지만 랜서 에볼루션이기에 이해한다. 게다가 지금은 그립력 잃은 타이어로 서킷을 거칠게 달리고 있지 않나.

네바퀴굴림 방식의 중형 SUV 아웃랜더 역시 달리기와 코너링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다. 알루미늄으로 천장을 덮은 덕분에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과격한 코너링과 핸들링에도 유연하고 상냥하게 반응한다. 3.0ℓ MIVEC 엔진의 220마력은 답답하지 않은 출력이다. 특히 1, 2단에서의 가속감은 칭찬할 만하다.

9월 12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한 미쓰비시는 올해 안에 랜서와 이클립스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카 마니아로서 성능 좋고 개성 강한 모델을 많이 볼 수 있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미쓰비시의 한국 내 공식 배급을 책임진 MMSK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느냐에 달렸다. MMSK여, 멋진 승부를 기대하겠다, 라고 <모터 트렌드> 2008년 10월호에 적었다.

현재 상황은? 고객들이 생각하기에 비싸게 책정된 가격에 몹쓸 꼴을 당하더니 세계 경기 침체와 엔고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보배드림에 란에보 오너라며 열악한 국내 A/S 센터의 적나라함으로 보여주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11월 말, 신형 이클립스를 국내 소개했다. 생각보다 적은 마력수와 높은 가격으로 네티즌과 마니아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MMSK의 선전과 미쓰비시의 국내 안정적 안착을 기원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써 부디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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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모델을 시승했지만 이토록 강렬하고 매력적인 차를 만나본 적이 있었던가. 터보차저를 더한 엔진의 담대한 퍼포먼스와 명민한 핸들링, 랠리의 제왕에 군림하며 쌓아 올린 최고의 하체감각에 흠잡을 데 없이 매력적인 생김새까지. 

국내 공식 데뷔한 랜서 에볼루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설왕설래 가운데 으뜸은 6200만원이란 가격이다. 생각보다 약간(?) 높게 책정된 가격이 안타까웠고 국내에 미쓰비시가 터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시승 후 에디터는 한낮 부질없는 기우에 불과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타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야’한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랜서 에볼루션’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흥분하고 감동한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하지 않았어도, 그의 전설 같은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하다. 랜서 에볼루션만의 특별하고 대담한 오라가 선명하게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데뷔한 랜서 에볼루션 10기(4세대)는 다년간의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혹평과 함께 세계 랠리 무대를 평정한 전설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다. 혹자는 랠리 무대의 평정과 양산차가 무슨 관계냐며 별거 아닌 듯 무관심하다. 모터스포츠에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투자한 메이커는 축척된 기술과 노하우를 양산차 만드는 데 사용한다. 그들은 명민하고 권위 있는 명차를 만들어내고 특화된 기술을 선보인다. 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도 마찬가지다. 랠리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익히고 체득한 풍부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명차를 만든다.

사진 속 랜서 에볼루션을 꼼꼼히 봐주길 바란다. 그 모습이 너무 진취적이고 다이내믹하다고 해서 차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과장된 디자인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랜서 에볼루션은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뛰어나며 놀라운 능력과 내공을 지녔다. 터보차저 시스템을 더한 2리터 엔진에서는 비범한 295마력의 출력 성능을 만들어내고 움직이는 내내 네 바퀴가 도로를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는 4륜구동 시스템으로 와인딩 로드를 지배한다.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통하는 빌스테인 스프링과 아이바크 쇽 업소버, 포르쉐도 사용하는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레카로 버킷 시트까지. 북미 프리미엄 오디오 메이커인 락포드 포스게이트 오디오 시스템은 엔터테인먼트로써의 가치를 급상승 시키는 핫 아이템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만든 완벽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랜서 에볼루션 디자인은 흠잡을 데 없다. 전설이 돼버린 사다리꼴 프런트 그릴 한가운데로 앞 범퍼가 지나가고 고성능의 주역인 터빈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 자리 잡은 라디에이터가 도드라진다. 높은 벨트라인(창문 바로 아래의 도드라진 측면 라인)은 두툼하고 다부진 스타일링을 더욱 강조하고 트렁크 리드에 찰싹 달라붙은 스포일러와 트윈 머플러는 “날 추월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하고 그의 뒤를 따르는 수많은 추종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운전석과 보조석의 레카로 버킷 시트(버킷 타입의 시트가 아니라 경주용 차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버킷 시트다)는 질 좋고 매끈한 가죽을 사용했다. 부드러우면서 동시에 착좌감도 좋은 레카로 버킷 시트는 운전을 위한 최적의 드라이빙 포지션을 만들어준다. 

시동을 켠다. 잠들었던 랜서 에볼루션의 전설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고요하던 카리스마가 눈을 뜨고 세상을 박차고 코너를 휘감기 위해 숨을 고른다. 슈퍼카만큼 강력한 배기음은 아니지만 자극적이고 감성적인 사운드가 특별하다. 
 

가속페달에 무게를 싣자 주변의 차와 건물들이 빠르게 흐른다. 평소 차를 운전하듯 페달을 지그시 밟았는데도 엔진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속도는 자극적으로 빨라진다. 2000rpm의 낮은 엔진 회전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40kg·m의 강력한 토크가 4000rpm까지 꾸준하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덕분이다. 아직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려 무척이나 억울한 배기가스는 라인을 따라 경량화 된 알루미늄 합금 터빈을 움직이고 팽팽한 가속과 추진력을 만들어 차를 움직인다.

굽이진 코스를 일부러 찾아 랠리의 제왕다운 하체감각과 핸들링을 느껴본다.“끝내주는데”나도 모르게 찬사가 터져 나온다. 안정된 밸런스와 세팅으로 아스팔트를 움켜쥔 채 코너를 돌고 또 돌아나간다. 목표했던 속도는 이미 넘어섰다. 이제부터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속도의 유희에 빠져든다. 1만 미터 상공의 희박한 산소농도를 이기고 엔진을 돌리기 위해 개발된 항공기 엔진 시스템인 터보차저가 대지로 내려와 차와 속도에 열광하는 마초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스티어링 휠 뒤에 찰싹 달라붙은 패들시프트는 눈 깜짝할 사이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톱니를 옮겨 물며 기어를 바꾼다. 제 아무리 손 빠르고 실력 좋은 드라이버라도 이젠 자동 변속기를 선택해야겠다. 변속 속도를 뛰어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랜서 에볼루션의 드라이빙 모드는 노멀과 스포츠, S-스포츠 세 가지 중 선택이 가능하다. 모드에 따른 차의 움직임과 반응에 차이가 크다. 각 단에서 허용하는 엔진회전수 범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S-스포츠는 완전히 서킷에서의 주행 패턴에 맞춰진 듯 과감하고 담대하다. RPM은 레드존 근처에서 쉽게 떨어질 줄 모르고 가속페달을 꾹꾹 밟으라고 자극한다.

랜서 에볼루션은 운전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운전자라도 실력 좋은 운전자가 누리는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빛만큼 빠른 패들 시프트가 정확하게 기어를 움직이고 안정된 세팅과 밸런스로 튜닝 차저를 더한 2리터 엔진은 300마력 가까운 출력을 발휘한다. 랠리를 평정하며 쌓아온 듬직한 하체감각과 날카롭고 정확히 반응하고 움직이는 핸들링, 퍼포먼스를 제압하는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운전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자세를 알아서 잡아주는 레카로 버킷 시트, 덩치 큰 남자 넷이 타도 넉넉한 실내 공간과 네 개의 도어까지.

좀 더 열정적이고 유쾌한 삶을 향유할 줄 아는 당신에게 최고의 아이템을 추천한다. 현대가 만들어 낸 최고의 성인용 장난감 랜서 에볼루션 말이다. 6200만원으로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이고 특별한 또 다른 세상을 꼭 만나보길 간절히 바란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크기(길이×너비×높이)  4495×1810×1480mm
휠베이스    2650mm        
엔진        DOHC 2.0ℓ MIVEC 터보
최고출력    295마력/6500rpm
최대토크    41.5kg·m/6000rpm
변속기      6단 자동
구동방식    S-AWC 4WD
연비        8.1km/ℓ
가격        6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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