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랜저가 등장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랜저의 관심과 인기는 뜨겁다. 부분변경 모델이 이토록 큰 관심과 이목을 집중 시킨 모델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사실 그랜저 IG는 부분변경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변화의 폭이 크다. 우선 차체 크기가 달라졌다. 기존 그랜저보다 모든 게 커졌다. 길이는 60mm나 커진 4990mm, 실내 공간의 가늠좌인 휠베이스는 40mm나 길어졌다. 그랜저보다 한 발 먼저 등장해 인기몰이하고 있는 형제 모델 K7보다 길이는 5mm가 작지만 휠베이스는 30mm나 길다.
겉모습도 변화의 폭이 크다. 그중 핵심요소만 딱 짚고 넘어가자.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이 적용된 마름모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히든 라이팅 주간주행등이다. 호불호 강한 새 얼굴은 프런트 그릴을 과감히 없애고 한 덩어리의 차체처럼 디자인돼 아직은 좀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파격 없이 새로움은 존재하기 힘든 법. 도로에서 많이 보이고 눈에 익으면 달리 보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메시 타입의 앞 범퍼 그릴로 미래지향적이고 다이내믹한 맛을 강조했다.
옆모습은 60mm 길어진 덕에 보다 풍성해진 C 필러의 볼륨감이다. 캐릭터 라인을 더하고 다듬어 앞바퀴 굴림이지만 뒷바퀴 굴림처럼 힘 있고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강조한다.
뒷모습은 그랜저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매력적으로 진화했다. 슬릭한 디자인의 테일램프와 제동등, 방향지시등, 후진등을 LED로 꾸몄다. 트렁크 끝을 살짝 치켜세우고 테일램프를 가로로 이은 화려한 가로 바 조명 또한 발광이 선명하고 일정해 현대차 기함의 감성을 잘 살렸다.
겉모습 변화의 폭도 상당하지만 실내는 그야말로 전혀 다른 녀석으로 진화했다. 기어노브 대신 전자식 변속 버튼으로 군더더기를 없앴고, 12.3인치 풀 컬러 디지털 계기반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이어붙여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를 강조한다.
추가된 옵션도 화려한 끝판왕 수준이다. 4단계로 나눠 상태를 표시하는 공기 청정 시스템, 요추 안마 기능을 품은 2세대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 새로운 사용자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자연의 소리, 다양한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카카오 i 음성인식 기능, 64가지 앰비언트 램프 등 현대차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편의 장비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통장 잔고는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현대차의 기함답게 이 녀석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가 늘어난 2열 공간이다. 기존 그랜저보다 33mm, K7 프리미어보다 23mm가 길다. 실내 공간의 여유는 특별히 거론하지 않아도 좋다. 어른 5명이 편안히 앉아 전국 일주를 다녀도 괜찮다.
반자율 주행 장치도 현대차가 구현할 수 있는 최신의 것들을 모두 적용시켰다.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코너에서 적절히 속도를 줄여 달리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추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보조,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풍성하다.
파워트레인도 제법 다양해 본인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 고를 수 있다. 가솔린 3.3과 2.5, LPi 2.5, 그리고 오늘 시승기의 주인공인 2.4 하이브리드다. 세타 2 2.4 MP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궁합을 맞추는 하이브리드의 엔진 최고출력은 159마력, 최대토크는 21.0kg.m를 낸다. 여기에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은 5500rpm에서 200마력을 낸다. 효율성이 중요한 덕목인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표준연비는 1리터에 16.2km(17인치 기준)를 달린다. 기존 그랜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큰 틀에서 같지만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4개의 조립부품에서 1개로 통합한 회생제동 시스템은 제동감이 더 자연스럽고 유압 응답 성능을 높였다. 또한 근소하지만 더 조용하게 작동한다.
혹자는 리콜 사태를 불러왔던 안 좋은 기억의 세타 2 엔진을 굳이 또 사용했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제조사에 확인한 결과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싶다. 2010년부터 사용해 온 엔진과 큰 틀에서 괴를 같이 하지만 많은 부분을 개선하고 다듬어 이전의 이슈들을 완벽히 정리해 올렸다고 한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C 타입 스티어링 휠일 것이다. 솔직히 기술적으로 C 타입보다 R 타입이 자연스럽고 좋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콘셉트를 고려해 곰곰이 생각해 보자. 기술 발전을 통해 요즘 C 타입 스티어링 휠 감각은 예전의 이질적이고 불편한 것과 완전히 다르다. 솔직히 일반 운전자들 중 C 타입과 R 타입 핸들링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정숙하고 부드럽고 안락하게 타는 맛이 강조된 녀석이다. 시승하며 어쩔 수 없는 테스트 과정 중 과격한 코너링에서 살짝 아쉬운 맛이 없지 않지만 장담컨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그토록 과격한 운전을 하는 운전자는 없으리라. 그렇다면 충분히 정확하고 빠릿하고 대체로 만족스러운 핸들링 감각을 드러낸다.
그랜저 가운데 가장 잘 어울리는 파워트레인이 하이브리드라고 이야기한 근거를 정리해 보자. 이 녀석은 늘 정숙하고 안락하다. 묵직함 위에 탄탄한 고명을 더한 하체 감각과 고요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매우 환상적이다. 부분변경을 넘어서는 고급스러운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잘 어울린다. 게다가 커다란 현대차 기함을 마음 편히 몰면서 표준연비에 육박하는 효율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정숙하고 안락한 현대차의 정점을 경험하고 싶다면, 영상 감상 후 한 번쯤 직접 운전대를 잡고 느껴볼 것을 권한다. 생각보다 특별한 경험을 즐길 가능성이 크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