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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미쓰비시 아웃랜더와 닛산 무라노 '맞짱'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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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의 아웃랜더와 닛산 무라노를 비교 시승했다.  다르고 틀린 일본산 SUV를 말이다.

미쓰비시 아웃랜더와 닛산 무라노가 최근 국내 데뷔했다. 상품성 좋고 매력적인 4000만 원대 일본산 중형 SUV라는 공통분모 아래 펼쳐진 진검승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의외의 결과가 펼쳐졌다

일본 대중 메이커 미쓰비시와 닛산이 9월과 11월에 국내 공식 진출했다. 출사표를 던진 두 메이커의 라인업에는 중형 SUV가 포함됐다. 미쓰비시 아웃랜더와 닛산 무라노. 두 모델이 갖는 의미는 꽤 중요하다.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첫 모델의 흥행여부에 따라 앞으로 가야 할 멀고 긴 여정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아웃랜더와 무라노는 4000만원대(아웃랜더는 4200만원, 무라노는 4890만원으로 700만 원 정도 차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썩 괜찮은 일본산 중형 SUV다. 이 같은 이유로 비교를 통해 두 모델의 특징과 장단점을 파헤쳐 보고자 했다. 하지만 실제로 타 본 두 모델은 추구하는 방향과 목적이 분명히 달랐다.

오전 11시 반, 자유로 휴게소에서 아웃랜더를 만났다. 멀끔한 인상의 아웃랜더는 직선 위주의 반듯하고 강단 있는 모습이다. 아웃랜더는 파제로와 함께 미쓰비시를 대표하는 중형 SUV. 랠리를 재패한 미쓰비시의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모델이 파제로라면 아웃랜더는 달리는 재미가 쏠쏠한 온로드 컨셉트의 중형 SUV다. 2005년 일본에서 데뷔한 아웃랜더는 에어트랙의 후속 모델인 셈. 스포츠 세단 랜서와 미니밴 델리카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웃랜더는 랜서 에볼루션의 시스템을 대거 사용해 온로드 달리기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화보 촬영에서 만났던 무라노는 구면이지만 여전히 괴팍한(?) 앞모습은 익숙하지 않다. 2002년 처음 등장한 무라노는 2007년 LA모터쇼를 통해 2세대 모델을 공개하고 2008년 9월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무라노는 내년 초 국내 데뷔할 알티마와 맥시마의 D플랫폼을 공유하는 도심형 럭셔리 중형 크로스오버다.

재미와 매력 다른 일본산 종마

SUV에서 운전재미를 찾지 말라는 속설은 아웃랜더 앞에서는 안 통한다.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감각이 다분한 아웃랜더는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날카롭게 움직인다. 랜서 에볼루션에서 감탄했던 반응 빠른 패들 시프트가 아웃랜더의 움직임을 더욱 적극적이고 스포티하게 만든다.

V6 3리터 SOHC MIVEC 엔진의 아웃랜더 최고출력은 220마력, 최대토크는 28.1kg·m. 실린더 블록을 알루미늄 다이캐스트로 만들어 가속 성능과 연비, 명민한 핸들링을 동시에 구현했다. 센터콘솔에 달린 다이얼을 통해 세 가지 모드(2WD, 4WD, 4WD 록)로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마음에 드는 건 주행 중 언제라도 구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2WD 모드에서는 앞바퀴굴림으로, 4WD 모드에서는 85: 15로 앞바퀴에 토크를 실었다 상황에 따라 40:60으로 뒷바퀴에 더 많은 힘을 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WD와 4WD 모드의 연비 차이는 1% 내외에 그친다. 굳이 2WD를 고집할 필요 없이 평소에도 4WD로 안정적인 달리기를 즐기라는 의미다.


단단한 아웃랜더와 부드러운 무라노

말랑하고 부드러운 국내 차 승차감에 익숙한 오너라면 아웃랜더의 탄탄하고 다부진 하체감각이 다소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유럽차와 흡사한 감각이지만 일본 차 특유의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특별히 울퉁불퉁한 도로나 비포장 도로를 달리지 않는 한 승차감은 편하다.

온로드에서 좀 달릴 줄 아는 아웃랜더는 루프를 알루미늄으로 덮어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게 설정하고 AWC(All Wheel Control)와 ASC(Active Stability Control)를 함께 사용해 주행 안정성을 키웠다.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휠, 서스펜션, 엔진과 변속기 등 움직임과 관련한 모든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제어하는 AWC에 ASC가 가세한다. ASC는 롤링을 최소화해 더욱 튼튼한 주행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시스템. 이 정도면 어지간한 세단보다 재미있고 안전한 달리기가 가능하겠다.

왜건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시트 포지션에 탄탄한 서스펜션, 낮은 무게중심과 주행안정시스템, 날카로운 핸들링과 번개 같은 패들 시프트의 변속 감각, MIVEC 엔진의 변화무쌍한 가변밸브 타이밍 시스템까지. 재미있고 유쾌하며 경쾌한 중형 SUV를 간만에 만나 좀 달린 이날, 아웃랜더는 ‘님쫌짱’인 듯싶다.

그렇다면 닛산의 도심형 크로스오버 무라노는? 무라노는 아웃랜더와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다. 부드러우면서 편안하고 정숙한 주행 감각에 심혈을 기울인 그랜드 투어러 색깔이 짙다. 무단변속기와 최고출력 260마력의 V6 3.5?엔진이 만난 무라노는 재미보다는 여유로운 운전이 주는 윤택함이 두드러진다. 다소 묵직한 핸들링은 안정감 있는 움직임을 보장하지만 과격하게 코너를 돌거나 차선 변경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하체 감각이다.

운전재미만 놓고 보면 별 매력이 없지만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과 정숙성을 놓고 보면 꽤 탐나는 모델이다. 경제성이란 화두를 놓고 보았을 때 정속 주행 시 2000rpm을 좀처럼 넘지 않고 곧잘 움직이는 무라노의 무단변속기도 매력적인 요소. 급가속 시 6300rpm에 타코미터 바늘이 고정된 채 속도만 꾸준히 오르는 계기판을 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무라노는 각종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분석, 토크를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의 지능형 AWD 시스템을 얹었다. 이 시스템은 가파른 언덕이나 오프로드를 오르는 것보다 온로드에서의 주행안정성에 더 큰 도움을 준다.   


클래식하고 다부진 아웃랜더, 미래지향적이고 무서운 무라노

개인적으로는 무라노보다 아웃랜더의 생김새가 더 끌린다. 구면이지만 여전히 어색한 무라노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보다 직선 위주의 클래식한 정통 SUV의 다부진 아웃랜더가 더 좋다. 시승에 동참한 김형준 수석 에디터는 무라노 디자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으로 봐서는 아니다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꽤 멋지고 전체적인 비율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에 반해 최민관 에디터는 괌에서 탔던 1세대 무라노의 생김새가 더 좋다고 했다. 괴팍하고 과도하게 부풀린 디자인이 영 어색하고 불편한 모양이다.

앞서 말했듯 아웃랜더는 전통적인 SUV 디자인을 고수하며 단정하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중세 시대 검투사가 올라타 전장으로 내달려도 좋을 생김새다. 미쓰비시는 직선 위주의 디자인에 앞 범퍼와 펜더에 곡선을 더해 자칫 밋밋하고 지루할 디자인에 포인트를 더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에어 인테이크와 에어댐이 만들어내는 다이내믹한 포스도 마음에 든다. 비교적 낮은 최저 지상고(210mm)는 온로드에서 다부지게 달려주겠다는 의지를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아래위로 나뉘어 열리는 플랩 폴드 타입의 테일 게이트 또한 독특하고 실용적인 세일링 포인트. 테일 게이트 위에 올릴 수 있는 물건의 무게는 200kg을 넘지 않아야 한다. 100kg이 넘지 않는 성인 남녀라면 함께 걸터앉아 사랑놀이를 즐겨도 좋겠다.

구면이지만 괴팍하거나 혹은 개성적으로 생긴 무라노의 앞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그런데 또 옆 라인을 보면 꽤 훌륭하고 멋스러우며 안정적인 디자인에 감탄하게 된다. 곡선을 많이 사용한 데다 앞 범퍼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생김새는 석기시대 손으로 갈아 만든 거대한 화살촉과도 비슷하다. 좋고 나쁨이 분명한 무라노 디자인에 대해 닛산은 에어로 다이내믹을 기반으로 한 패션성과 스포티한 성능을 주제로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높게 설정된 최저 지상고와 여유 있는 휠 하우스를 보면 오프로드에 강할 것 같지만 부드러운 하체 감각과 정숙한 실내를 보면 도심형 크로스오버임이 틀림없다. 곡선으로 부풀린 아웃랜더 펜더와 달리 무라노는 부푼 펜더를 싹둑 잘라낸 단면(르노삼성 SM같은)같이 생겼다. 곡선을 주제로 한 디자인은 중세 시대 귀족 부인들이 입던 풍만한 치마 같다. 어찌 보면 과도하고 진보적인 디자인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곡선미를 적절히 섞어 매끈하고 매력적인 생김새를 가진 무라노. 디자인 선택은 개개인 취향이니 각자 알아서 판단하기를.

고급스러운 마감재와 직관적인 레이아웃의 아웃랜더 실내는 수준 높고 합리적인 감성을 만들어 낸다. 검정을 주제로 한 실내는 메탈 트림으로 포인트를 더해 무료함을 덜었고 대시보드 위와 곳곳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실용성을 높였다. 세미 버킷 타입의 탄탄한 시트는 안정적이고 스포티한 운전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미끄러울 것 같지만 생각 이상으로 그립이 뛰어나 손바닥에 착착 감긴다. 스티어링 휠에 바싹 달라붙은 패들시프트는 랜서 에볼루션에서 경험했던 빠른 변속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지만 스티어링 칼럼에 붙어 스티어링 휠과 따로 노는 고정식이어서 과격한 핸들링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직관적인 레이아웃은 조작이 편하다. 대시보드 중앙 상단에 오디오 시스템이, 그 아래로 자동과 수동을 겸한 에어 컨트롤러 다이얼이 나란히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 만든 락포드 포스게이트 오디오 시스템은 랜서 에볼루션과 동일한 것. 오디오 시스템의 탄탄하고 힘 있는 중저음은 공간을 매력적인 사운드로 채운다. 뒷자리 승객을 위한 DVD플레이어와 9인치 디스플레이 모니터로 구성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200만원만 추가하면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다.

무라노는 인피니티 실내와 흡사하지만 화려한 감각은 덜어내고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곳곳에 럭셔리한 감성품질이 묻어나지만 다소 가볍게 ‘똑딱’거리는 방향지시등 소리의 질감은 아웃랜더가 더 고급스럽다. 말캉한 대시보드 마감재와 푹신하고 부드럽고 크고 넓적한 시트는 미국차와 닮았다. 인피니티에서 보았던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무라노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편안하고 안락하며 정숙한 감각이 돋보이는 무라노 실내의 하이라이트는 뒷자리다. 대개 SUV 뒷자리는 불편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만들게 마련이지만 무라노 뒷자리는 어지간한 세단보다 더 편하고 안락하다. 레버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아웃랜더와 달리 시트 사이로 삐죽 나온 끈을 당겨 각도를 맞춰야 하는 건 럭셔리 컨셉트에서 벗어난 부분이다. 내가 모르는 어떤 사연이 있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테일 게이트는 버튼을 이용해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고 뒤 공간 벽에 달린 레버와 버튼을 이용해 손가락 하나로 등받이를 접었다 펼 수도 있다. 인피니티 EX에서 처음 경험하며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을 편의장비라고, 손으로 접고 펴게 하고 가격을 낮추는 게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시스템이다. 레버와 버튼으로 등받이를 접고 펴면서 다시 한 번 원가 절감에 대해 생각했다. 


다이내믹 아웃랜더와 럭셔리 무라노

아웃랜더는 유럽차 같은 일본차고 무라노는 미국차 같은 일본차다. 아웃랜더는 직관적이고 다이내믹하며 즐겁고 경쾌한 움직임으로 운전의 맛을 아는 모델이다. 무라노는 럭셔리(어느 부분에서는 사치스럽기까지 하다)하고 부드러우며 조용하고 안락한 주행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아웃랜더와 무라노의 지향점은 이렇게 달랐다.

두 모델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서 심각하게 갈등할 소비자는 없을 듯싶다. 게다가 적잖은 돈 700만원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다이내믹 스포츠 도심형 SUV를 원한다면 아웃랜더를, 그랜드 투어러 컨셉트의 고급스럽고 편안한 도심형 크로스오버를 원한다면 무라노를 선택하면 오케이다.


미쓰비시 아웃랜더

도어 5 승차인원 5
엔진/구동계 앞 엔진/네바퀴굴림
길이 4640mm 너비 1800mm 높이 1720mm 휠베이스 2670mm 
가격 4200만원
보증 기간 4년 10만km 연비 9.0km/리터
주행 가능 거리 540km
연료탱크 용량 60ℓ
엔진 V6 2998cc SOHC 24밸브 MIVEC
출력 220마력/6250rpm 토크 28.1kgm/4000rpm
변속기 자동6단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225/55R18

닛산 무라노

도어 5 승차인원 5
엔진/구동계 앞 엔진/네바퀴굴림
길이 4805mm 너비 1885mm 높이 1730mm 휠베이스 2825mm 
가격 4890만원
보증 기간 5년 9만6000km
연비 9.8km/리터
주행 가능 거리 803km
연료탱크 용량 82ℓ
엔진 V6 3498cc DOHC 24밸브
출력 260마력/6000rpm 토크 34.0kgm/4400rpm
변속기 X트로닉 CVT
공차중량 1895kg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235/65R18
CO₂ 배출량 263g/km


경쟁모델들

렉서스 RX350
V6 3456cc, 276마력, 34.9kg·m, 8.9km/리터
6900만원
좀 더 고급스러운 일본산 SUV를 원한다면 이 모델을 고려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2000만 원 이상의 값어치를 찾아내는 건 당신 몫이다.

링컨 MKX
V6 3496cc, 270마력, 34.6kg·m, 7.9km/리터
5490만원
진정한 미국산 그랜드 투어러 컨셉트를 원한다면 MKX만한 모델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지형과 도로 상태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은 알아두시길.

짚 그랜드 체로키 3.0 CRD 라레도
V6 2987cc, 218마력, 52.0kg·m, 9.5km/리터
5790만원
짚은 전통과 도심형 SUV를 아우른 수작 중의 수작이다. 비록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클래식하고 믿음직한 정통 SUV에 이만한 모델은 없다.

포드 이스케이프
V6 2967cc, 203마력, 26.7kg·m, 8.3km/리터
3310만원
미국차라는 것과 수입차라는 선입견만 버리면 이보다 더 실용적이고 편한 모델은 드물다. 아웃랜더와 무라노보다 나은 건 진정 가격뿐?

현대 베라크루즈 300VX 밸류
V6 2959cc, 240마력, 46.0kg·m, 10.7km/리터
3438만원
애국자가 아니더라도 비교 검토해 결정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국산 모델 중 하나. 가격은 3200만~4200만원까지 다양하다. 
 
기아 모하비 JV300
V6 2959cc, 250마력, 55.0kg·m, 10.8km/리터
3597만원
넓고 화려한 동시에 실용적이고 가격도 두 모델보다 저렴하다. 세련된 파워트레인과 ZF 6단 기어의 성능도 무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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