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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그랜저는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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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는 등장 이전부터 대중의 대표 관심 대상이었다. 유출 사진 한 장에 온라인 조회 수가 늘었고, 하찮은 정보 하나에도 갑론을박이 성행했다. 완전 변경도 아닌 부분 변경 모델이 이 정도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건 그 어떤 차도 아닌, 그랜저라서 가능한 일이다. 

뜨거움의 한복판에 설왕설래하던 부분변경 그랜저가 공개됐고 시승도 했다. 디자인과 옵션, 시승에 대한 보다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 시승 영상을 통해 공감하시길 바란다. 그래도 기사 읽고 사진 보는 또 다른 맛도 있는 법. 굵고 짧게 오늘 경험한 그랜저 이야기를 해본다. 

6세대 그랜저는 2016년에 등장했다. 3년 만에 부분 변경을 했으니 조금 이른 시기의 부분 변경인 셈이다. 솔직히 부분 변경이라기엔 아쉽다.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크다. 디자인부터 차체 크기, 파워트레인 구성 등 반 완전 변경쯤 되는 수준이다. 

우선 차체가 길어졌다. 전체 길이는 60mm, 실내 크기의 가늠좌가 되는 휠베이스는 40mm가 길어졌다. 현대차의 기함답게 차체 길이를 늘려 먼저 등장해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인 기아 K7보다 휠베이스를 키웠다. 길이는 근소하게 작지만 실내공간은 더 크다는 의미. 차체 크기를 보면 무승부다. 

유출 사진에서부터 논란이 됐던 앞모습은 실제로도 여전히 좀 생소하다. 디자인은 익숙해지는 과정이 늘 필요한 법. 반나절을 운전하고 바라보니 신선함으로 좀 변하기 시작했고 독창적이고 용감한 현대차의 표현이자 도전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패턴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테두리 없이 차체와 이어 붙은 듯 완성한 프런트 그릴은 헤드램프와도 이어져 있다. 독특하게도 헤드램프 안쪽 다이아몬드 패턴이 주간 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겸한다. 프런트 그릴이 유기적으로 반짝이며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감성을 자극한다. 시간이 지나면 프런트 그릴이 현란하게 바뀌며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이 든다. 

옆모습도 길어진 차체에 풍만함과 다이내믹함을 강조하기 위한 요소를 더했다. 뒤 펜더 위를 가로지르는 에지 라인을 더하고 면을 부풀려 허벅지의 부푼 근육미를 강조했다. 낮아진 소비자 연령층을 고려한 보다 젊은 디자인의 시도다. 

앞모습과 일맥상통하게 진화한 뒷모습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테일램프를 이어 붙여 빛으로 강조한 가로 바 디자인의 틀은 유지하면서 디테일을 세심하게 챙겨 완성도를 더했다. 다이아몬드 패턴을 조각처럼 세기고 파 넣어 가까이에서 볼수록 매력이 커지는 디테일을 강조했다. 실제로는 양 끝 두 개의 머플러 팁이지만 크롬 배기구는 4개로 만들어 스포티한 멋을 강조한 것도 언뜻 보면 자연스럽다. 

실내의 변화는 겉모습에 비하면 다른 차 수준이다. 모니터 옆 애매하게 박혔던 바늘 시계도 덜어냈다. 넓고 길게 뻗은 수평 디자인을 강조하고 12.3인치 LCD 디지털 계기반과 모니터가 정갈하고 깔끔하다. 전자식 변속 버튼 또한 실내를 정갈하게 구성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모니터 안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색과 그래픽이 다르다.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아쿠아를 처음으로 적용했는데, 색감이나 표현 방식이 제법 훌륭하고 고급스럽다. 

시승 모델은 윗급 모델에 넣을 수 있는 옵션을 모두 더한, 이보다 더 비싸게 구입할 수 없는 사양이었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시승 모델인 캘리그래피까지 트림 구성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제법 넓다. 칭찬할 만한 구성은 파워 트레인에 따른 옵션 차별이 없다는 사실. 트림에 따라 구성과 더할 수 있는 옵션이 다를 뿐이다. 2.5 가솔린 엔진인 스마트스트림이 기본이고, 옵션으로 3.3 엔진을 더하는 식이다. 참고로 파워 트레인은 2.5와 3,3리터 가솔린 엔진과 3.0 LPi, 2.4 하이브리드 4가지다. 

3.3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추는 시승차의 최고출력은 290마력, 최대토크는 35.0kg.m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누른다. 실내로 들이치는 시동 소리조차 거의 없다. 시트에 올랐을 때부터, 솔직히 말하면 그랜저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누구나 불만 없이 적당히 만족하며 칭찬할 만한 무난하고 부드럽고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패밀리 세단일 거라는 걸 알았다. 그게 실제로 기대에 얼마나 부합할지가 궁금했다. 

시트에 앉았을 때부터 안락하고 편안하고 적당히 고급스러웠다. 몸을 받아내는 감각은 몸통을 조여 매 운전에 집중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여유롭고 푸근하게 품어내며 지친 몸을 기대 쉬라고 말한다.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해도 반응은 한결같이 나긋하고 부드럽다. 6기통에 적지 않은 배기량과 출력이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정숙하고 부드럽다. 풀 드로틀을 해도 실내로 들이치는 엔진음을 애써 막아내 정숙함을 헤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버튼으로 누르는 전자식 변속기라서 패들 시프트도 달려 있다. 패들 시프트의 변속 속도와 반응 또한 부드럽고 여유 있다. 별도 빼 둔 공조장치 관련 버튼들 사이에 숨은그림찾기 하듯 숨은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눌러 주행모드를 4가지 중 고를 수 있다. 에코, 컴포트, 스포트, 스마트다.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가속페달 반응이 날카로워지고 스티어링 휠이 좀 무겁게 움직이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아늑하다. 그래서 스포트 모드보다 컴포트나 스마트 모드를 찾게 된다. 

뒷공간은 그야말로 광활하다. 시트 등받이를 접어 드넓게 짐을 싣지는 못하지만 가운데 쪽창을 열어 긴 짐을 나를 수 있다. 굳이 등받이까지 접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커다란 트렁크가 있어 짐 공간이 아쉬울 일은 별로 없으리라. 

현대차는 격변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듯싶다. 고여있으면 썩어 사라지리라는 현실을 제대로 간파하고 파격과 도전의 결과물들을 용감히 보여주고 있다. 완전 변경에 가까운 부분 변경과 안팎의 새로운 시도를 통한 이슈를 만든다. 현대차의 기함인 그랜저에서도 파격과 도전은 꺾이지 않았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최대한 열심히 보고 만지고 달리고 돌면서 경험한 그랜저. 그랜저는 이미 성공했고 성공한 모델이지만 현대차의 성공적이고 밝은 미래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봤고, 결론은 제법 긍정적이었다. 이들의 도전과 파격, 앞으로의 행보를 예상하는 가늠좌로 이번 부분 변경 그랜저는 의미 있는 모델임에 분명하다. 더불어 현대차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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