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브랜드의 기함은 기술과 존재감의 총아다. 우리의 기술력과 차 만드는 노하우는 이렇게나 탁월하다는 과시의 모델이자 대중에게 인정받는 결정체가 된다.
BMW 7시리즈도 마찬가지다. 7시리즈 라인업 가운데 이 모델은 가장 강력하고 값비싼 760Li x 드라이브 V12 엑셀런스 모델이다. 참고로 BMW는 부분변경 7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디자인 트림을 나눠 M 스포츠 패키지와 좀 더 고상한 엑셀런스를 선보인다. 고로 이 녀석은 최고 성능 7시리즈면서 좀 더 고상하고 우아한 디자인을 품은 셈이다.
이번 7시리즈는 6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완전 변경에 버금가는 변화를 선보였다.
이전보다 약 50% 커진 키드니 그릴은 전면 보닛 상단의 함께 커진 BMW 엠블럼과 조화를 이뤄 웅장한 맛을 더했다.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올라간 액티브 에어 스트림(상황에 따라 여닫는 키드니 그릴)과 함께 주행 효율성을 높인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모델에는 최대 500m까지 비추는 레이저 라이트가 적용됐다.
공기 흡입구는 커다란 에어 디플렉터와 통합됐으며, 크롬 장식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측면 에어 브리더는 수직 형태로 새로 디자인해 BMW 특유의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뒷모습은 더욱 슬림 해진 L자형 LED 테일램프와 크롬 라인 하단의 조명 디테일을 더해 7시리즈만의 우아하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기함답게 넓은 실내는 이전보다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졌다. 거의 모든 부분을 퀼팅 처리한 최고급 메리노 가죽 시트(다른 7시리즈는 나파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통풍과 열선은 물론 허리를 위아래로 나누고 무릎 받침 길이와 사이드 볼스터까지 디테일하게 조율할 수 있다. 4존 에어컨과 인디비주얼 가죽 대시보드는 모든 7시리즈에 기본이다. 여기에 이 녀석 같은 롱 휠베이스 모델에는 파노라마 글라스 스카이라운지, 마사지 시트도 추가됐다.
7시리즈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6기통과 8기통, 12기통의 가솔린 및 디젤 엔진 모델은 물론, 최신의 BMW e 드라이브 시스템을 탑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라인업이 풍성하다.
간략히 라인업 한 번 짚고 넘어가자. 7시리즈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 녀석은 6.6리터 12기통 쿼드 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609마력을 낸다. 750Li xDrive는 4.4리터 8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530마력, 3.0리터 터보 가솔린의 740Li xDrive는 340마력을 낸다. 7시리즈의 디젤 라인업은 3.0리터 6기통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뉴 740d xDrive와 740Ld xDrive는 최고출력 320마력, 뉴 730d xDrive와 730Ld xDrive는 최고출력 265마력을 낸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창밖 세상이 나와는 다른 세계 같은 단절감은 변함없이 실내는 고요하다. V12 가솔린 엔진 자체의 정숙성도 탁월하지만 보다 더 안락한 실내를 위한 BMW의 노력도 만만찮았으리라. 더 두꺼운 앞 유리를 쓰고 사방을 두른 옆 창도 이중 접합유리니까.
가속페달에 무게감을 더하면 언제든 원하는 만큼 강력하고 호기롭게 속도를 높였다. 12기통 6.6리터 대배기량과 터빈 4개의 기세는 어느 슈퍼카와 맞붙어도 꿀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하이퍼카 브랜드를 제외하면 양산 모델에서 12기통 엔진을 만나는 건 어려운 시대가 됐다. 자신의 기함 윗급 모델에 12기통 대배기량 가솔린엔진을 얹은 BMW의 다이내믹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낼만하다.
80을 훌쩍 넘는 토크는 뒷바퀴 두 개만으로 온전히 제어하기란 어렵다. 즉 이 녀석도 BMW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X 드라이브를 품었다. 덕분에 언제든 치고 나가는 맛이 안정적이고 화끈하다. 구동방식이 주는 장점은 코너에서 특히 두각을 발휘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기함답게 부드럽고 안락한 맛이 강해 날카로움이 떨어지지만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주행모드를 바꾸면 슈퍼 세단으로 급변한다. 실내를 파고드는 배기음이 자극적으로 변하고 에어 서스펜션이 자세를 낮춰 노면 대응력을 키운다. 이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전자제어식 댐퍼와 셀프 레벨링 기능을 적용한 2축 에어 서스펜션을 포함한다.
묵직해지는 핸들링과 높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달리는 덕에 7시리즈가 M 모델처럼 변한다. 참고로 BMW는 7시리즈에 M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 우아하고 안락함이 콘셉트인 기함에 M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들은 진정한 M이 아니라면 시도하지 않겠다고 작심한 것이다. 결국 현실에서 이 녀석이 M7을 잠정적으로 대신하는 셈이다.
750Li x 드라이브 M 스포츠와 M760Li x 드라이브에 적용되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과 능동형 롤 안정화 기능을 갖춘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 시스템은 M 부럽지 않은 날렵한 핸들링과 뛰어난 균형감을 선사한다. 뒷좌석도 중요하지만 가끔 운전 재미를 즐기고 싶은 드라이버의 욕망을 채우기에 이만한 모델도 찾기 어려우리라.
BMW에게 숙명의 라이벌은 원하건 원치 않건 메르세데스-벤츠다. 브랜드 기술과 노하우의 총아인 기함에서도 라이벌 경쟁은 여전하다. 시장 판매량만 놓고 보면 애석하게도 S-클래스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은 7시리즈. 부분 변경이지만 전체 변경 못지않은 과감한 변화와 시도로 일신해 우아하고 강건하게 돌아왔다. 라이벌 리벤지가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