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그 가문의 막내 모델 G70의 2020년형 모델을 시승했다.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옵션이 좀 더 강화됐고 없던 패키지 프로그램도 생겼다. 올여름, 부분변경 모델을 앞두고 있기에 연식 변경이지만 변화는 소극적이다. 그래도 감성품질과 가격 대비 성능은 제법 훌륭한 녀석 아닌가! 2016년 G70의 데뷔와 동시에 시승을 했고, 이 가격에 이 정도 출력과 상품성이면 괜찮은 게 아닌가 생각하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제네시스라는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의 네임밸류가 얼마나 빨리 본 궤도에 오르는지가 관건이겠구나 싶었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는 2015년 등장했다. 올해로 딱 5년이 됐다. 소형, 중형, 대형 세단 라인업에 최근 중형 SUV인 GV80까지 내놓으면서 제네시스 안에서 한 단계 더 높은 브랜드 위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브랜드 출범 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2020년형으로 나온 막내 G70과 마주했다. 그것도 2.0 터보가 아니라 화끈한 3.3 터보 H 트랙 모델이다.
개인적으로 G70 디자인을 좋아한다. 낮고 넓은 차체는 언뜻 봐도 잘 달리고 잘 서게 생겼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그렇듯이 밸런스를 잘 챙겼다. 균형미 안에서 뒷바퀴 굴림 모델의 근육질 차체로 그려냈다. 과격한 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하고 다부진 이미지도 잘 만들었다.
앞모습은 두 형들과 비슷하다.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 가운데에서 날개처럼 퍼지는 선을 그릴과 연결하면 G90 프런트 그릴과 비슷한 디자인이 된다. 옆에서 보면 극단적인 앞 오버행과 두툼하면서 늘씬한 비율이 매력적이다. 트렁크 끝까지 흘러내리는 지붕 선은 쿠페 같은 스타일을 만들다. 덕분에 실내는 좀 좁아졌지만.
앞 펜더 뒤에 달린 아가미는 좀 작정해 달리고자 하는 콘셉트의 디자인적 근거이기도 하다. 아가미 위로 짙게 차체를 타고 흐르는 캐릭터 라인도 다이내믹한 맛을 강조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이 크롬 장식의 아가미였다. 데뷔 당시부터 탐탁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출력 모델의 아이템으로 과하게 눈에 띄고 대놓고 강조하려는 뭔가 불편한 이미지가 있었다. 이는 올여름 등장할 부분변경 모델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두 줄 주간 주행 등이 포함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디자인도 부분변경 모델에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GV80처럼 두 줄 램프로 바뀌고 뒤 번호판의 위치와 디자인도 제법 크게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내의 전체적인 구성은 데뷔 초와 같다. 3년 밖에 되지 않은 모델임에도 요즘 나오는 모델들이 디지털화와 크고 화려한 모니터들을 강조하다 보니 비교적 작고 단출한 메뉴 구성 탓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독특한 것은 12.3인치 계기반 안의 그래픽 중 3D 기능이다. 마치 안경을 쓰고 3D 영화를 보는 듯 독특하고 신선하다. 하지만 오래 보기에는 부담스럽고 피로한 느낌이 강해 기존의 단순한 그래픽으로 바꿔 달렸다.
시승 모델은 3.3T 두 트림 가운데 윗급 모델이다. 5000만 원이 훌쩍 넘는 최상위 모델에 넣을 수 있는 옵션을 더 더했다. 덕분에 5000만 원대 중반을 훌쩍 넘었다. 사실 이 모델은 추가할 옵션도 딱히 없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부터 성능 좋은 스포츠 타이어, 안전주행 관련 편의 장비와 반자율 주행장치까지 기본이다. 하지만 연식 변경에서 이 녀석도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겼다. 바로 얼티밋 옵션이다. 모델과 트림에 따라 얼티밋 1, 2, 3 중 선택이 가능하고, 숫자에 따라 패키지 내용과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이 녀석은 얼티밋 3 옵션을 추가할 수 있으며 내용은 고성능 스틸 브레이크 패드가 들어가고,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고성능 스포츠 타이어를 신을 수 있다. 사이드 미러를 비롯한 실내의 많은 트림에 리얼 카본이 적용된다. 별게 아닌 듯하지만 카본이 주는 다이내믹하고 고급스러운 맛은 제법 강하다. 특히 실내에 들어서면 카본 파츠가 주는 독특한 맛이 좋다.
실내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이다. 레이아웃은 다이내믹하지만 소재와 마감재는 고급스럽다. 나파 가죽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불긍ㄴ 색 스티치로 장식한 세미 버킷 가죽 시트, 무광 알루미늄 등이 그렇다. 엔트리 모델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으로 인정받기 위한 메이커의 피나는 노력이 엿보인다.
G70은 연식 변경에서 내용 개선을 꾸준히 해왔다. 2019년형에는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와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공기 청정 모드, 고화질 DMB, 전동식 주차 브레이크 기능을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넣었었다. 2020년에는 터널 모드 자동 내기 전환 기능이 기본 적용된다. 앞 좌석과 뒤좌석 파워 세이프티 윈도가 추가됐으며, 19인치 휠 적용 모델의 경우 미쉐린 올 시즌 타이어로 교체할 수 있다. 이래저래 시작가는 높아졌지만 기본 옵션 구성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10~20만 원 저렴해진 셈이라고 메이커는 설명한다. 차 값은 비싸졌지만 가격 인하 효과인 셈이다.
적당히 폭신하면서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어주는 세미 버킷 가죽 시트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누른다. 엔진은 그래도다. 3.3리터 V6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370마력과 52.0kg.m 토크를 낸다. 변속기 또한 이전 그대로인 현대 트랜시스 8단 자동.
H 트랙이란 이름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도 그대로다. 마그나제 전자식 시스템은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 장치인 M-LSD가 기본 적용됐다. 앞뒤와 좌우 구동력 배분을 통합 제어하며 이론적으로는 앞뒤 구동력을 0에서 100까지 몰아 쓸 수 있고 평소에는 50 대 50을 유지한다. 상황에 따라 노멀에서는 4 대 6 또는 3 대 7로 뒤바퀴에 더 많은 힘을 싣는 경우가 많다.
정지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6300rpm에서 단수를 바꿔 문다. 출발 가속은 경쾌하고 부드럽다. 전 영역에서 매끄럽게 회전하고 강력하게 가속한다. 가속페달 반응은 직관적이고 변속기는 언제 바뀌었는지 모를 만큼 부드럽고 아늑하다. 터보랙 또한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출력은 넉넉하다.
고출력 스포츠 세단 G70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정숙함과 안락함이다. 엔진음은 물론 외부 소음도 충분히 걸러 실내는 늘 조용하다. 컴포트와 스포트 모드에 따른 사운드 차이는 있지만 강렬함과는 거리가 있다. 배기음도 살짝 달라지지만 화끈하게 커지거나 팝콘을 튀기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정지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단 4.7초. 언제 어디서건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속도를 밀어붙인다. 중속 영역대의 엔진 회전수에서도 출력은 늘 넉넉해 여유롭게 추월하고 차체를 쉽게 다룰 수 있다.
하체 감각은 제법 단단하다. 묵직하게 단단한 세팅은 스포츠 세단이라서 충분히 반갑고 이해할 만하다. 지저분한 노면을 달리면 이따금 통통거리지만 둔 턱이나 과속방지턱을 타고 넘은 이후의 거동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 녀석을 몰다 보면 운전이 달콤하고 속도감이 짜릿한 매력에 심취하게 된다. 그러면서 안락하고 편하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올여름 등장할 부분변경 G70은 얼마나 더 좋아질까? 2.5 터보와 3.5 터보 가솔린으로 파워 트레인을 바꾸고 디자인과 상품성까지 챙겨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굳이 가장 윗급 트림에 풀옵션을 하지 않는다면 5000만 원 아래로 380마력이 넘는 뒷바퀴 굴림 스포츠 세단을 누릴 수 있다. 제네시스라서 가능한 것이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