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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지붕이 특별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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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하이브리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으로는 좋아해야 하는데 몸이 안 끌린다. 그럼에도 집 차 중 한 대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다.  
다루기 쉽고 효율성 좋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몰 때마다 대체로 만족스럽다. 그런데 왜 하이브리드가 끌리지 않을까? 아무래도 아쉬운 운전 재미 때문인 듯싶다. 하이브리드를 타고 좀 세게 밀어붙이고 차를 다그치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희한한 감정이 고개를 든다. 하이브리드는 부드럽고 온순하고 얌전히 운전해야 맛이 좋다.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의 후손을 걱정하며.  

아무튼 하이브리드는 좀 따분하다는 이미지가 크다. 결론부터 말하자.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그렇지 않다. 핸들링이 기대 이상으로 명민하고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하체도 다부지게 동여맸다. 보닛 아래 엔진을 얹고 뒤 시트 아래 배터리를 둔 덕에 무게중심이 낮아졌고 앞뒤 무게 배분도 좋아졌다. 215 55R 17인치 하이브리드 전용 휠은 과격한 코너에서는 단점이지만 대체로 전반적인 움직임에서는 나름 잘 버티고 승차감도 챙긴다.  
스마트스트림 2.0 엔진을 얹은 모델을 시승하면서 다소 싱거운 출력 성능에 아쉬움이 많았다. 편하고 안락하고 넓고 편의 장비 풍부하고 등 모든 게 좋았지만 심심한 출력 성능이 매력을 떨궜다. 편안하지만 이따금 좀 달리고 싶을 때 반응이 아쉬웠다.  
5%쯤 아쉬웠던 출력 성능을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모터와 배터리의 도움으로 말끔히 해소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누우 2.0 직분사 하이브리드 전용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엔진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19.3kg.m다. 여기에 38kW 급 하드타입 전기모터를 붙여 기존 출력 대비 8.6%를 끌어올렸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정확한 시스템 출력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대략 추정해보면 190마력 초중반쯤 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넉넉한 시스템 출력과 언제든 순간적으로 최대토크를 끌어다 쓰는 전기모터의 조합 덕분에 초반 가속이나 순간 가속도 답답하지 않다. 주행모드에 스포츠 모드를 추가해 하이브리드지만 펀 투 드라이빙을 고려한 셈이다.  
기대 이상의 주행성능과 움직임만큼 만족스러운 게 효율성이다. 표준연비는 리터당 18.2km. 시승 후 확인한 트립 컴퓨터 상 연비는 리터 당 19.9km였다.  

쏘나타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를 쓴다. 병렬형은 복합형보다 모터가 작고 구조가 간단해 효율이 뛰어나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엔진클러치 시스템을 쓴다. 출발과 저속 주행 시 엔진 클러치를 열어 정지에는 모터만 구동하고 힘이 많이 필요한 고속이나 오르막길에서는 엔진 클러치를 연결해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구동해 출력과 효율의 간극을 적절히 조절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현대차에서 처음 적용한 솔라 루프다. 원리는 간단하다. 태양광이 솔라 패널 내 태양전지에 들어오면 전기가 발생된다. 이 전기는 전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어기를 거쳐 주행용과 시동용 배터리에 동시에 저장된다. 결과적으로 이 전력은 주행용 배터리에 저장돼 직접적으로 주행거리를 늘려주거나, 시동용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한 발전기의 작동시간을 줄여 엔진의 부하를 줄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연비를 높여준다. 
반면 프리우스는 솔라루프에 연결된 별도의 배터리에 저장되기 때문에 별도의 배터리가 추가로 필요하고 이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가 다시 주행용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방식이어서 쏘나타의 것과는 원리가 다르다. 쏘나타는 주행용 배터리와 시동용 배터리를 바로 충전할 수 있어 효율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먼저 태양광이 들어오는 각도와 효율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자. 솔라 패널은 자동차의 루프에 부착되므로 지면과의 평행하게 위치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솔라 패널은 일반적으로 지면과 30도 각도로 설치되는 것이 발전 효율이 가장 좋다. 자동차의 루프는 지면과 0도여서 패널을 태양 입사광을 최적화해 설치한 건물 옥상보다는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감안해 충전효율이 높은 고성능 셀을 사용했다. 쏘나타에 부착된 셀의 효율은 22.8%로 일반 건축물에 부착되는 셀의 효율 15~19% 보다 30~50% 정도 높다. 
외부 조건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먼지나 낙엽 등으로 패널이 가려지면 발전량이 크게 줄어들 것 같지만 실험 결과 3~10% 미만의 손실만 발생하는 것으로 측정돼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오염되지만 않는다면 충전에 거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승 중 연속된 터널을 지날 때의 짧은 구간에서도 패널이 빛에 즉각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솔라 패널의 용량은 약 200W(정확히는 204W)다. 이는 태양빛을 1시간 동안 받으면 200Wh의 전기가 생산된다는 의미이다. 일조량이 좋을 때 100W 전구 2개, 또는 가정에서 많이 쓰는 막대형 LED 형광등(18W) 11개를 동시에 켜놓을 수 있는 제법 많은 전력량이다. 이렇게 하루 5.8시간씩 충전을 하면 연간 약 1300km를 달릴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주로 야외에 주차를 하고 주간 주행거리가 많은 운전자라면 보너스 주행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일조량 편차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표준연비 측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km/ℓ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7% 정도의 향상이 예상된다. 일조량 기준은 기상청 및 통계청에 공식 등록된 연간 평균 일조시간 및 일사량을 사용했다. 흐린 날, 맑은 날의 매일 편차는 있겠지만 연간 일조량은 이를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일조시간은 2010년 5.5시간에서 2018년은 6.9시간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최대한 객관적이고 보수적으로 기준을 잡아 최근 10년 평균 일조시간 5.8시간을 적용해 주행거리를 산출했다. 
솔라루프는 배터리 방전을 줄여주는 데도 도움을 준다. 최근 자동차용 블랙박스와 같은 추가 전자 장비 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이 늘어나면서 방전 사고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긴급출동 서비스 이용 사례 10건 중 무려 4건 이상이 배터리 방전(총 615만 건(2015년 기준))에 의한 것이었다. 

솔라루프를 통해 하루 동안 충전(5.8시간 기준) 되는 전류는 8만1200mAh로, 자동차가 하루에 소비하는 전류인 720mAh를 크게 상회한다. 또한 블랙박스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류(1만2000mAh)를 단 한 시간의 충전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다. 솔라루프가 있으면, 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확실히 줄어든다. 만약 햇빛이 들어오는 야외에 주차를 할 경우 블랙박스를 상시 작동시킨다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자동차 배터리는 방전이 되지 않는다. 지하 주차장에 장기 주차할 경우는 아쉽게도 해당되지 않는다. 
우연히도 며칠 전 K7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K7 하이브리드가 쏘나타에 비해 좀 더 안락하고 중후한 맛이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것 같다. 우선 솔라루프의 이점이 크고 K7보다 타는 맛이 좋다. 패키징이 좀 더 간결하고 제법 경쾌한 맛이 좋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내가 가지고 있던 하이브리드의 부정적 이미지를 새로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됐다.  

글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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