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너 드라이버라면 자동차의 어느 부분을 가장 많이 바라보게 될까? 앞면? 뒷면?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실제로 도로에서 운전 중이라고 상상을 해보면 정답은 아마 앞차의 뒷모습일 것이다. 특히 출퇴근 러시아워나, 신호 대기 중 또는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즐기는 중이라면 말이다. 믿지 못하겠는가? 그렇담 안개가 자욱한 시골길에서 당신은 도로의 차선을 의지하는가 아니면 앞서간 차의 테일 램프의 빨간 불빛을 찾고 있는가? 몇 년 사이 많이 늘어난 자동차의 종류와 다양한 디자인은 때로는 무료한 운전 중에 지루함을 달래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 차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승부욕을 자극하기도 하며, 구매욕구를 일으키기도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교통체증이 심한 유럽의 자동차들이 전면부나 옆면의 디자인 못지 않게 후면 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자동차 리어 디자인의 필수 요소
그렇다면 자동차의 후면부의 디자인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 어느 차를 막론하고 양산을 목적으로 했다면 안전을 위한 필수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Tail Lamp나 후면부 전체에 Turn signal, Break light, Back up Light, Rear Fog lamp, rear reflector 등을 구석구석 배치해야 하고 License plate를 후면부 가운데 위치 시키고 Exhaust Pipe를 가운데 또는 한쪽으로 몰아서 배치 한다. 여기에 Rear spoiler 등의 부속들을 적절한 형상과 크기, 모양으로 배치하고 모양을 다듬는 작업을 하는 것이 각 Brand의 디자인팀이 하는 일이다.
아우디 R8
R8은 타임머신 타고 미래에서 달려온 차 같다. 야심한 시각, 도로에서 마주친다면 금방이라도 변신할 트렌스포머 같은 디자인이다. R8은 에지와 곡선을 세련되게 사용했다. 과감한 공기 배출구 디자인은 R8의 특징 중 하나. 정면과 측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상어 지느러미 모양의 후면은 R8 디자인의 백미. 문제는 너무 미래지향적이라는 데 있다. 별로 호감은 가지 않는다. 너무 냉정하고 멋스럽기만 한 디자인이다. 전반의 뒤태 디자인에 비해 테일램프 디테일이 떨어지는 건 다소 아쉬운 부분.
아우디 뉴 TT
1세대 TT가 원을 모티프로 한 부드럽고 단순한 인상이었다면 뉴 TT는 에지와 곡선을 디자인 요소로 받아들여 구형에 비해 훨씬 날카롭고 강렬하며 다이내믹한 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더 크고 넓어진 트윈 머플러 사이의 간격, 후면을 가로지르는 리어 범퍼 주위의 날선 에지는 차를 더욱 와이드하고 안정감 있게 보이는 역할을 한다. 뒷범퍼를 둘러싼 절묘한 파팅 라인도 눈여겨 볼부분. 아쉽다면 구형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은 테일램프의 디자인과 비례가 좀 식상하다는 정도.
인피니티 FX50S
FX50은 알맞게 부풀어오른 잘생긴 빵 같다. 전체적인 비율과 라인은 포토숍에서 스케일 조절한 애스톤 마틴의 뱅퀴시를 보는 듯하다. 들어갈 듯 나오는 볼륨감과 보일 듯 말듯 확실하게 자리 잡은 캐릭터 라인을 완성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경쟁자 중 하나인 렉서스와 디자인을 비교하면 인피니티의 완승이다. 졸음 가득한 테일램프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위트인가. 졸고 있는 강아지 시추를 닮은 뒷모습도 호감지수를 높이는 요소.
랜드로버 프리랜더2
개성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브랜드가 랜드로버다.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디자인, 그러나 이름만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랜드로버이기에 통용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고수한다. 롤스로이스가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않듯, 깐깐해 보이는 영국자동차(비록 인도로 넘어갔지만)는 콧대 높고 딱딱한 영국 신사의 뒷모습같다. 두 개의 원을 적당히 구성해 배치한 테일램프는 물론이고 모든 디자인 요소가 적재적소에 잘 자리 잡고 있다. 너무 정갈한 구성 탓에 10분 이상 이 차를 따르다가는 졸음운전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재규어 XKR
애스톤 마틴의 디자인 DNA를 지닌 형제차임에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녀석이 재규어 XKR이다. BMW Z3와 마쓰다 MX-5를 섞어 놓은 듯한 후면 디자인을 멀리서 보면 그저 그런 로드스터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뒤로 너무 말려버린 리어 펜더 라인과 안쪽으로 자리 잡은 테일램프의 원형 디테일, 좁게 배치한 듀얼 배기구는 차를 왜소하게 만든다. XKR의 뒷모습만 놓고 보면 거금을 들여 이 차를 선택하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페라리 430 스쿠데리아
F430 스페셜 버전인 스쿠데리아는 블랙과 레드의 강렬한 색상 대비를 통해 차를 상하로 분리했다. 엠블럼을 중앙에 박아 넣고 거의 중심에 배기구를 배치했다. 네 개의 원형 테일램프는 최대한 밖으로 밀어내 차를 더욱 와이드하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었다. 돌출된 네 개의 원형 테일램프는 전투기의 카리스마를 연상시키는 효과까지 지녔지만 지름이 작은 테일램프는 페라리 명성에 비해 좀 소심해 보인다. 차체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라인과 함께 카본과 메시로 마감한 검은 영역은 스쿠데리아만의 디자인 백미.
사브 터보 X
사브의 스페셜 모델 터보 X의 디자인 원형은 9-3다. 물론 원형을 좀 다듬기는 했지만 9-3와 터보 X 디자인의 차이는 생각보다 작다. 모자라거나 과하지 않은 볼륨과 라인들, 충분한 크기의 테일 램프를 통해 합리적인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브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항공기 생산 브랜드라는 특색 때문인 듯. 특히 후면부에 주로 사용한 수평 라인은 차를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만드는 요소. 적절한 곳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사각 배기구 디자인은 꽤 쓸 만하지만 전체적으로 심심하고 지루하다.
볼보 C30
보수적인 볼보의 대변신. 적어도 뒷모습만 보면 그러하지만 앞모습은 여전히 평범한 볼보에 불과하다. C30 디자인은 심사숙고 끝에 볼보가 내놓은 야심작임이 분명하다. 글라스 테일게이트가 주는 특이한 디자인과 C필러 끝부터 연결되는 일체형 테일램프는 독창적인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좋고 나쁨이 명확히 갈릴 듯. C30의 열혈 팬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이유는 귀여운 팬더, 혹은 스마일맨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때문인가. 배기구와 테일램프 디자인은 수준급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예뻐 보이지는 않는다.
볼보 XC90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안전을 내세우며 절제된 디자인을 고수하던 볼보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던 듯 조금씩 둥글둥글해지고 있다. 곡선을 사용함으로써 볼보만의 디자인 색이 많이 변한 것과 달리 뒷모습은 100m 전방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볼보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했다. 바로 리어 펜더와 C필러, 테일램프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계단식 디자인이다. 이 테일램프는 쌍용의 뉴 코란도가 원조다. 더불어 기아 뉴 스포티지 구성을 참조한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돌고 도는 게 디자인이니까. 유행에는 다소 뒤처진 머플러 디자인과 위치는 XC90의 단단한 인상과 함께 더욱 보수적으로 만드는 디자인 요소.
닛산 무라노
인피니티 FX50S와 뒷모습을 비교해 보라.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 SUV에 비해 군살을 상당히 많이 덜어내 무난해진 디자인이다. 다부진 인상의 테일램프에서 머플러로 연결되는 라인과 테일 게이트 뒤쪽 유리 라인은 무라노 뒷모습 디자인의 특징. 풍선 모양의 뒷유리는 닛산이 르노와 한 식구라는 점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후면 리플렉터 디자인의 성의 없음과 전체적으로 바깥쪽으로, 그리고 위로 뻗어나간 라인들이 차를 껑충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닛산 GT-R
마니아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한 GT-R의 최신식 버전. 명성에 비해 뒷모습 디자인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방황하는 캐릭터 라인들과 더불어 앞쪽 디자인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진행된 에지들의 조합은 어설프게 손댄 튜닝카를 떠오르게 한다. 역 사다리꼴 모양의 트렁크 파팅 라인이나 리어 스포일러의 생김새, 무엇보다 어설프게 잘라놓은 면의 볼륨감은 GT-R의 명성과 성능은 물론 앞쪽 디자인의 감동까지 반감시키는 애석한 디자인이다.
렉서스 IS250
렉서스 디자인은 독특하면서도 개성 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에 비해 디자인이 주는 감동은 부족하다. 물론 SC처럼 감흥을 주는 디자인도 있지만 말이다. 최근 선보이는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렉서스의 ‘엘-피네스’ 철학은 IS250에서 다양한 시도로 엿보인다. 테일램프에 사용한 곡선과 에지, 특히 부채살을 펼치듯 안에서 밖으로 퍼지는 디테일한 램프 디자인은 사뭇 신선하다.
렉서스 LS460
다분히 렉서스다운 디자인이다. 뒷모습을 보면 렉서스는 LS460에 다소 도발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 뒷모습만 놓고 보면 이것이 진정 렉서스의 기함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 물론 실제 크기의 당당함은 기함임에 분명하지만 디자인만으로는 힘이 빠진다. 끝을 둥글게 말아 올린 테일램프 라인은 차를 떠 보이게 만들고 트렁크의 캐릭터 라인은 그런 느낌을 더욱 끌어올려 차체가 좁아 보이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차체의 하이라이트를 따라 흐르는 테일램프의 디테일은 일품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SL63 AMG
AMG가 벤츠의 스페셜 튜닝 버전이라는 건 다들 아실 테고. 이 모델은 고성능 버전답게 과감한 디자인과 디테일을 자랑한다. 직접 본 적이 없으니 LED가 적용된 테일램프 디테일의 세세한 디자인 품평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생김새는 테일램프를 위아래로 눌러 놓은 듯 친근하다. 하지만 고성능 버전다운 카리스마나 특별한 디자인 요소는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뒷모습에 한해서지만.
폭스바겐 페이톤
페이톤은 고성능 소형차로 유명한 폭스바겐이 고급 브랜드로의 본격적인 이미지 쇄신을 위한 야심작이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는 후문. 워낙 소형차로 유명한 폭스바겐이 럭셔리 세단을 지향하는 페이톤을 골프와 비슷한 느낌으로 디자인한 탓도 크다. 아우디를 연상시키는 볼륨에 골프보다 심심한 테일램프 디테일, 소위 말해 큰 차로서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디자인이 페이톤 실패 요인 중 하나다. 아마 페이톤이 300C 정도의 디자인 포스만 발산했다면 이미지 쇄신도 가능했을 듯. 페이톤의 뒷모습은 특별한 1%가 되기엔 뭔가 부족하다.
BMW M6
역시 BMW다. 뒷모습만 얼핏 보면 튜닝한 뉴 SM5처럼 보이지만(물론 사진으로 봤을 때) 실제로 M6의 볼륨감은 잘 단련된 종마의 근육을 보는 듯하다. 마치 비버가 앞니를 드러내고 웃는 듯한 엠블럼 주변 디자인은 이 차가 엄청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녀석이란 걸 잠시 잊게 만든다. 뒷모습의 디테일한 디자인이 뛰어나진 않지만, 야수를 귀엽게 만드는 위트는 높이 살 만하다. 비버를 닮은 도로 위의 M6 뒷모습은 매력적이고 유쾌한 디자인이다.
BMW 530i
당신이 BMW 530i의 뒤를 따라간다고 가정하자. 무엇을 상상하겠나? 아이섀도를 바짝 올린 여인의 눈매? 화난 개구쟁이 동네 꼬마? 필자는 디즈니만화에 나오는 부엉이 모습이 보인다. 헤드램프를 보면 독수리 눈매가 떠오르겠지만 테일램프를 보면 흰눈썹 부엉이가 떠오른다. 최근 BMW는 에지와 곡선을 많이 사용해 지나치게 과격했던 디자인을 다소 안정화시켰다. 뒷범퍼에 사용한 과감한 직선은 차를 단단하게 만들고 위로 치켜올라 간 테일램프와 아래로 향한 리플렉터는 중심을 잡아준다.
BMW X6
X6 등장 후 누군가 그랬다. 쌍용 액티언이 CUV의 원조라고. 인정한다! 문제는 비슷한 비율의 CUV라도 다부지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X6 디자인과 비교가 안된다는 거다. 최근 BMW 디자인에 자주 등장하는 곡선과 직선 에지의 복합적인 사용, 면과 면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탄생하는 날카로운 에지는 캐릭터의 카리스마와 잘 발달돼 쩍쩍 갈라진 근육미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X3, X5의 테일램프 디자인과 흐름을 같이해 SUV 본능도 잊지 않았다.
미니 쿠퍼 S
일단 미니 쿠퍼 디자인은 만점부터 주고 시작하자. 미니는 이미 어느 차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브랜드 가치와 독보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녔다. 단순하면서 단단해 보이는 차체에 세련된 쿠퍼 S만의 레터링, 중앙에 위치한 두 개의 배기구 배치, 두꺼운 크롬으로 마무리한 테일램프까지.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를 깔끔히 마무리한 디테일에 블랙으로 마감한 C필러, 둥근 리어 스포일러. 미니 쿠퍼 S는 소형차 특유의 위트에 다이내믹한 스포티함을 적절히 가미한 매력적인 디자인의 표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