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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프트 <이니셜D의 타쿠미를 동경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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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인 의미의 드리프트(drift)는 표류, 미끄러짐이다. 랠리 드라이버들의 주행 기법이었던 드리프트는 말 그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코너(커브라는 일반적인 용어와는 다름)를 공략하는 슬립 주행 테크닉을 말한다.

같은 슬립 주행이지만 드리프트가 파워 슬라이드와 다른 점은 자동차의 구동방식에 따른 운동 성능을 임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미끄러지는 동작을 파워 슬라이드라고 칭하는 반면, 드리프트는 운전자가 임의 각도와 속도, 주행 라인을 설정하고 주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그립 주행이 자동차 타이어가 노면과 미끄러지지 않고 최대한의 동력 효율을 살려 전체적인 주행 시간을 줄이는 주행 기법인 반면, 드리프트는 단순히 미끄러지는 행위가 아닌, 운전자의 의도로 자동차의 리어를 미끄러뜨리고 제어하면서 코너를 공략하는 테크닉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타이어의 스모크와 관성에 대항하는 자동차의 주행 모습, 물리력을 컨트롤하는 드라이버의 능력이 드리프트의 주된 매력이다.


드리프트의 종류와 오버 스티어

드리프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기초적인 접근인 사이드 브레이크(혹은 E브레이크)를 이용한 사이드 턴부터, 차체 전체의 무게중심 이동을 이용하는 관성 드리프트, 랠리나 4륜 구동 자동차에서 사용되는 4륜 드리프트, 긴 코너를 미끄러짐만으로 우아하게 공략하는 롱 스웨이 드리프트,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리어를 흘리는 브레이킹 드리프트 등 방법과 구동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드리프트의 기본은 후륜 구동이 중심이다. 물론 때에 따라 4륜 혹은 리어만 잠기는 전륜 드리프트가 있긴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드리프트보다 파워 슬라이드에 가깝기 때문에 제외한다. 오버스티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차는 알려진 대로 후륜 구동 자동차다. 기본적으로 일정 원을 선회하는 모든 자동차는 전체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갖게 되지만 원심력이 걸리면서 이탈하는 부분은 구동 방식에 따라 다르다. 보통 구동계와 조향계가 앞쪽에 있는 전륜 구동의 경우 앞쪽이 선회를 먼저 이탈하는 언더스티어 성향을 가지게 되고, 구동계과 조향계가 각각 앞쪽과 뒤쪽으로 나뉘어져 있는 후륜 구동의 경우 오버스티어 성향을 가진다. 이 때문에 스포츠카들이나 온로드의 레이스 머신들은 대부분 후륜 구동이나 미드십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원 선회만 마스터해도 절반은 성공

드리프트의 기본인 원 선회는 작은 공간만 있으면 연습할 수 있다. 한 개의 파일런을 중심으로 일정한 원을 그리는 동작인데, 오버스티어 특성상 계속 회전하다 보면 회전 반경이 작아진다. 때문에 일정한 원을 그리려면 리어를 미끄러뜨려 원하는 만큼의 원둘레를 주행할 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일본의 유명 프로 드리프트 선수의 경우 하루 네 시간씩 2년 동안 원선회만 연습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우선 파일런을 바라보면서 스티어링 휠을 한쪽 방향으로 최대한 감아준다. 그 상태에서 rpm을 최고토크 부근(나에게 배당된 AE86의 경우 8500)에 맞추고 클러치를 이어 출발 시키면 된다. 이 때 차는 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원을 그리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앞축(조향축)을 중심으로 뒷부분만 회전하게 된다. 리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스티어링 휠을 반대방향으로 살며시 풀어주면서 액셀링을 조절해 줘야 하는데 액셀 오프는 절대 금물이다. 이때 액셀링의 느낌은 “왕~왕~왕~” 하는 느낌에 가깝다. 차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세를 잡았을 때 놓치지 말고 액셀링과 카운터 스티어를 해야 한다. 시선 역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고 있어야 한다. 만약 시선을 잃어버리게 되면 자동차의 움직임 역시 중심을 잃고 만다. 원 선회 과정 안에는 프리프트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다. 오버스티어의 느낌, 하중이 이동하는 느낌이나 적절한 타이밍에 맞춘 카운터스티어, 정밀한 액셀 전개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체험하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원 선회,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본격적인 코스 공략은 어떻게?

대부분의 드리프트 코스는 두 개의 우 코너와 두 개의 좌 코너가 기본이다. 우측 운전석인 일본과 영국의 경우 시계 반대방향의 서킷이 많고, 한국처럼 좌측 운전석을 사용하는 국가의 경우 시계방향의 서킷이 보편적이다. 드리프트를 배운 하다시 텐코쿠 서킷의 경우 R값이 큰 우측 코너를 시작으로 우측 두 개 좌측 두 개의 코너를 이용했다. 직선에서의 최대 진입 스피드는 100km가 넘는다. 거기에 코너 입구까지는 내리막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하중의 이동과 스피드 조절이 관건이다. 아래 설명에는 두 가지의 조건이 있다. N/A와 수동변속기 기준이며 LSD가 장착됐다는 조건이다.

우선 첫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 다운시프트를 해 리어를 미끄러트릴 준비를 한다. 레벨이 조금 높은 사람의 경우 시프트다운 보다 관성을 이용한 페인트 모션을 사용해 코너에 진입한다. 초보의 경우 시프트다운과 동시에 클러치를 밟고 사이드를 당겨 리어가 미끄러지는 것을 유도한다. 사이드의 사용은 아주 잠깐 리어가 미끄러질 때까지이며 이후에는 액셀링을 이용해 더 이상 미끄러지지 않도록 리어의 그립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2단 스피드는 대략 80km 정도. 코너의 진입까지는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고 있는 것이 좋다. 어설픈 액셀링은 스핀을 만들기 때문이다. 코너에 진입하기 직전부터 리어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때 운전자의 의도로 인해 리어가 흐르면서 제어할 수 있으면 OK. 리어는 코너의 바깥방향으로 흐른다. 이 때 스티어링 휠이 코너의 안쪽(코너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 100% 스핀이다. 원 선회 때 배운 것처럼 리어가 바깥쪽으로 미끄러질 때 스티어링 휠의 위치는 코너의 반대방향, 그러니까 리어가 흐르고 있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하중이 안쪽으로 걸려 리어가 필요 이상으로 흘러나가는 것을(스핀에 가까운 상황) 어느 정도 방지해주면서 차체가 일정한 움직임을 갖도록 해준다. 이때 차체가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을 때 액셀러레이터를 부드럽게 밟아 진행을 유도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부드럽게 밟는 이유는 떨어진 엔진 회전수를 보정하고 미끄러진 리어의 그립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시선 역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 좌 코너 역시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만 운전석의 위치에 따라 좀 더 미세하고 정밀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흔히 레이싱 테크닉의 기본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웃 인 아웃 역시 드리프트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립 주행의 경우 기본적으로 진입 시 충분히 속력을 줄여 자체 움직임을 최소화하지만 드리프트의 경우는 진입 시의 스피드가 가진 관성과 운동에너지를 살려 코너를 공략하는 것이다. 핸들링과 액셀링, 하중의 이동에 따른 대처, 이 세박자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우아한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공략 할 수 있다. 실제로 코너 한 개를 공략하는 시간은 1~2초 내외이다.

기사의 목적은 드리프트는 과연 어떤 기법이며 어떤 느낌을 가졌는가 하는 거다. 모든 것이 기본이 있듯 기본 중의 기본을 소개한 것이다. 또한 드리프트는 결코 이론으로 정복 될 수 없는 분야이다. 차종과 타이어의 선택, 출력에 따라 어느 것이 최고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여러 가지 상황을 접해보고 그에 따른 대처는 철저하게 운전자의 몫이며, 운전자의 대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드리프트. 이것이 궁금하다


어디서 어떻게 배웠나?

야마구치 현에 위치한 하다시 텐코쿠 드리프트 전용 서킷이다. 강사진은 한국에 최초로(2005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쇼 드리프트를 선보였던 히로시마의 네오 포스 팀의 강사진. 하루 임대료는 차 한 대당 약 4000엔 정도로 900m의 코스에 아홉 개의 코너를 갖추고 있으며 전체적인 크기는 문막의 발보린 파크 보다 조금 작다. 아스팔트 코스 외에도 콘크리트로 포장된 원 선회 전용 연습장이 갖춰진 곳이다. 일본에는 이런 서킷이 현(한국의 도 정도) 단위로 수십 개가 산재해 있다.

드리프트 준비 과정은?

드리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어 타이어. 연습용 차의 경우 리어의 서스펜션은 프런트에 비해 가볍게(무르게) 세팅하고, 마모가 심한 리어 타이어의 경우 로 그립 타이어나 트레드가 거의 남지 않은 타이어를 이용한다. 하루 동안 소비한 타이어는 트레드가 50% 정도 남은 던롭의 SP스포츠 하드 컴파운드 타입으로 두 세트(4개)를 사용했다. 반면 철저하게 그립을 요하는 앞 타이어의 경우 어드반 네오바를 사용했다.

어떤 차가 드리프트에 유리한가?

터보와 N/A 중 터보가 유리하다. N/A의 경우 액셀링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스핀하거나 원하는 라인을 그리기 매우 힘들다. 필자의 경우 많은 차들 중에(실비아, 페어레이디Z, 유노스 로드스터, AE86 등등) 이니셜D 주인공의 차인 AE86을 배정받았다. 왜냐? 드리프트 하면 AE86이 떠오른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독립 스로틀이 장착된 5밸브 4AG 엔진은 11000rpm을 돌릴 수 있으며, LSD와 서스펜션 등은 드리프트 전용으로 세팅된 차다. 


출력이 높으면 무조건 장땡?

결코 그렇지 않다. 드리프트는 철저하게 드라이버 중심이다. 출력 보다 중요한 것이 드라이빙 테크닉이다. 실제로 그룹 드라이빙의 맨 선두에(가장 빠른 차) 13인치 타이어에 65마력을 가진 닛산 써니 픽업이 전체 대열을 이끌었던 것도 경험했었다. 경차 혜택을 받는 비슷한 출력의 모닝도 15인치 타이어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실제로 이렇게 하라

출발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라인을 설정하면 된다. 하지만 직선에서 스피드를 최대한 살려야 컨트롤하기도 쉽고, 날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코너 진입 직전에는 다운시프트를 하던 관성을 이용하던 운전자의 레벨에 맞추면 된다. 초보자의 경우 스티어링 휠을 코너 방향으로 꺾음과 동시에 사이드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사이드 브레이크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상태에서 클러치를 밟아 동력을 끈어주고 사이드를 당겼다 내리면 되는데 당기는 시간이 너무 길면 스핀하게 된다. 가볍게 당겼다 리어가 흐르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 때 곧장 내려준다.


리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원심력은 코너의 바깥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이때 스티어링 휠이 계속 코너 방향으로 있으면 곧장 스핀이다. 리어가 미끄러지는 방향의 반대로 하중을 이동시켜 리어가 한 축을 중심으로 회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부에서 보면 타이어의 방향은 코너의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 떼 차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자세를 잡으면 액셀러레이터를 부드럽게 밟아줘야 한다. 

다음 코너를 대비해 빠져나오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코너를 빠져나올 때는 떨어진 엔진 회전수를 보정해 주어야 한다. 또한 다음에 이어지는 코너의 예상 진입을 읽고 원하는 라인을 설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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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모터 트렌드 2008년 12월호 황욱익 칼럼> 기사다. 그와 연을 맺은 건 2003년도로 기억한다. 자동차 전문지 모터 매거진 기자 시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그만 둘 날을 받아 두었을 때 황욱익 기자가 새로 들어왔다.

딴지 일보에서 자동차뿐 아니라 여러 글들을 써 왔던 그만 남겨두고 잡지사를 떠났던 게 지금도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는 열심히 잘 살고 있다.

물론 그도 모터 매거진을 떠났지만 현재도 모터 매거진 필자로 활동 중이다. 이러저러한 자동차 관련 일을 하고 글을 쓰는 그는 모터 트렌드 한국판에도 고정 칼럼을 진행 중인 나의 외부 필자 중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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