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다_시승

이보크는 디젤보다 가솔린?!(+영상)

반응형

영국 대표 SUV 브랜드 레인지로버가 막내 모델 이보크의 2세대 모델을 내놓았다. 사실 이건 작년 여름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왜 이보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그렇다. 당시 국내 출시된 2세대 이보크, 즉 신형 이보크는 디젤 모델만 공개됐다. 매끈하고 날렵한 디자인에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숙명인 진동과 소음이 난무한 디젤 모델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아쉽기는 했다.  
그랬던 신형 이보크가 가솔린 엔진을 품은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한 것이다. 매력적으로 아름다운 차체에 부드럽고 조용하게 반응하는 가솔린 엔진을 얹고 나긋나긋 포근하게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1년 처음 국내 등장했다. 비싼 가격과 레인지로버라는 브랜드의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들렸다. 그래도 이보크는 콘셉트카 같은 디자인과 스타일로 전 세계에 약 77만 대가 팔리면서 나름 선방했다.  

2세대로 진화한 이보크의 전체적인 스타일과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만큼 콘셉트카 디자인을 충실히 반영해 생김새만큼은 누구에게 빠지지 않는 1세대 디자인이 지금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큰 틀은 유지하고 형제 차인 벨라의 축소판처럼 디테일을 좀 더 꼼꼼하게 다듬고 완성도를 높여 신형을 선보인 것이다. 
깔끔한 면과 절제된 라인으로 눈에 걸리는 요소를 줄였다. 문 손잡이마저 들어갔다 나오는 타입으로 달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을 영감으로 만든 서울 펄 실버 컬러까지 추가해 레인지로버의 한국 사랑을 내심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값비싼 레인지로버가 우리나라에서 잘 팔리고 많이 팔린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존에 없던 실질적으로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는 옵션들도 추가했다. 필요에 따라 뒷시야를 모니터처럼 보여주는 클리어 사이트 룸 미러는 뒷창이 좁아 사람이나 짐을 실으면 룸미러로 거의 뒤 상황을 볼 수 없는 스타일에서 기인한 단점을 없앴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처음에 잠시 어색하지만 모니터처럼 선명하고 정확하게 룸미러로 뒤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실제 거울로 보는 것보다 상황 파악이 쉽고 정확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실내는 군더더기가 없다.  몇 개의 물리적 버튼을 제외하면 모두 센터패시아에 아래 위로 달린 두 개의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기능들을 다룬다. 인 컨트롤 터치 프로 듀오라는 이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래 위로 각각 10인치 듀얼 스크린 모니터로 분리하는데 아래 모니터에서는 주행모드와 공조장치 등의 기능들을 주로 조율할 수 있다. 센터패시아 위에 달린 모니터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가장 잘 보이는 위치로의 조절도 쉽다.  
1세대보다 21mm 길어진 휠베이스는 크진 않지만 뒤공간의 무릎 공간에 여유를 더했고, 26리터라는 공간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뒤 시트 등받이는 40 대 20 대 40으로 나눠 접을 수 있어 기본 591리터의 뒤공간을 최대 1383리터까지 늘릴 수 있다.  

가솔린 엔진을 품은 이보크 P250 모델의 파워 트레인은 2.0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춘다.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kg.m는 정지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7.5초가 걸린다.  
제원 상 제법 넉넉한 출력 성능이지만 실제로 차를 몰면 아쉽지는 않지만 호쾌하거나 시원한 가속 성능은 아니다. 작은 SUV 지만 2톤에 가까운 무게와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이 주는 넘치는 안정감이 달리기 성능의 날카롭고 칼칼한 맛을 덜어내고 있다. 호쾌함이 적은 대신 누구나 안락하고 편하게 달리고 세울 수 있는 대중적인 감각이다. 특히 이보크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여성들은 다루기 쉽고 타고 내리기 편하며 나름 실용적인 SUV를 경험할 수 있다.  

이보크의 하체는 기본적으로 푹신하고 물렁하다. 디자인만 보면 아스팔트에 달라붙어 기민하고 명민하게 잘 달릴 것 같지만 실제로 차를 몰면 느낌이 다르다. 이는 막내지만 오프로드 성능에 특화된 레인지로버의 DNA 때문이다. 굴곡 많고 노면 상태 안 좋은 길을 달리기 위해서는 서스펜션의 여유와 노면에 말랑말랑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작부터 낮은 포복으로 단단하고 다부지게 달리는 도심형 SUV와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오프로더 가문답게 이보크도 다양한 주행기술을 품었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와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이 그것이다. 정교한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통해 현재 주행 중인 상황과 조건을 분석해 가장 이상적인 주행모드를 알아서 찾아 달리는 자동모드다. 다이내믹과 에코, 컴포트는 온 로드, 잔디밭과 자갈길, 눈길, 진흙과 요철, 모래, 암반, 저속 주행 등은 오프로드 주행모드다. 이처럼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주행모드와 기능들을 담아 누구든 원하는 곳 어디든 안전하고 완벽하게 누빌 수 있다.  

물을 건너는 능력도 좋다. 1세대는 500mm였는데, 2세대로 진화하면서 100mm를 늘려 최대 600mm까지 도강이 가능하다.  
가솔린 엔진을 품은 7000만 원대 이보크는 차 급과 덩치를 감안하면 여전히 비싸다. 하지만 누구든 편히 다룰 수 있는 크기와 안전장비, 고급스러운 실내와 오프로드에 특화된 다양한 주행모드,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디자인과 스타일, 레인지로버라는 브랜드의 감성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녀석도 드물다. 그리고  마지막 첨언을 하자면, 매끈하게 잘 생긴 이보크는 디젤보다 가솔린 엔진이 더 잘 어울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