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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_시승

링컨 MK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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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지향했던 링컨 LS의 뒤를 이어 등장한 MKZ는 젊어지기 위한, 더 솔직하게 살아남기 위한 링컨의 변화에 선두에 섰다. 

1917년은 캐딜락과 더불어 아메리칸 럭셔리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링컨의 역사가 시작된 해다.

캐딜락의 탄생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헨리 리랜드는 평소 존경했던 대통령 에이브럼 링컨의 이름을 따 링컨이란 엔지니어 메이커를 만든다.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기에 비행기용 엔진을 우선 생산한 링컨은 전쟁이 끝나자 고급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링컨은 5년만인 1922년, 결국 포드에 흡수되기에 이른다.

이후 현재까지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링컨은 포드의 고급차 부문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수혈을 요구하는 입장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

MKZ를 거론하기 전에 아빠 모델 격인 LS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1999년, 링컨의 젊은 피 수혈을 통해 탄생한 LS는 젊어지기 위한 링컨의 브랜드 이미지 리딩 모델이자 중년이미지 탈피 수단이었다.

3.9리터 V8 엔진에 50:50에 가까운 무게배분을 통해 좋은 평을 얻었던 LS는 여기에 3.0리터 V6 엔진을 얹은 모델을 함께 준비해 ‘젊은 링컨’의 이미지를 알리는데 노력했다.

하지만 엔트리급 럭셔리카인 LS 하나만으로 링컨 브랜드의 이미지를 젊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그들의 라인업은 여전히 지루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포드는 한발 늦게 젊은 피 수혈에 더욱 열 올리기 시작했고 MKZ는 링컨의 역사적 사명을 띤 현재의 모델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마쓰다6의 CD3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한 MKZ는 포드사의 퓨전과 머큐리사의 밀란이란 모델과 함께 개발됐다.

총 8개의 브랜드(포드, 링컨, 머큐리, 마쯔다,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 마틴)를 거느리고 있는 포드는 돈과 시간 절약을 위한 현명한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플랫폼을 공유했다고 세 모델이 비슷하겠거니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MKZ는 달라진 겉모습과 실내 디자인을 갖추었고 편의사양도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미국차 특유의 덜 꼼꼼한 마무리는 지적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2007년형에 와서는 그 격차를 완벽히 하기 위해 MKZ만의 고유한 특성들을 부각시켰는데, 기존의 3.0리터 V6 엔진에서 3.5리터 V6 엔진으로의 업그레이드가 바로 그 것이다.

MKZ는 이제까지의 링컨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전 모델들이 곡선과 덩치를 강조해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긴 반면 MKZ는 팽팽한 면과 높은 벨트라인, 모서리를 강조해 세련되고 단단한 인상을 전한다.


의도적으로 덩치를 키웠기 때문에 차량의 크기는 현대 NF소나타와 비슷하다.

길이가 5미터에 육박했던 LS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아진 셈이지만 차고는 오히려 높아져 최근 디자인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는 셈.

링컨 전통의 폭포수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링컨 가문임을 나타내는 대표적 포인트 중 하나.

4등분으로 분리된 헤드램프에는 옵션으로 HID가 적용되지만 국내 수입사양에서는 할로겐전구를 사용하고 있다.

크롬 도금된 사이드 미러는 주차 공간 넉넉한 미국 차답게 버튼은 커녕 손으로도 접을 수 없다.

LED를 중심으로 한 테일램프는 트렁크 중앙을 세로로 가로지르고 붉은 리플렉터 밑으로 배치된 트윈 머플러는 대륙적 간겅함과 독특함을 만들어낸다.

높은 트렁크리드는 447리터라는 넉넉한 적재공간을 보장하며, 트렁크 안쪽으로 뒷시트 폴딩 손잡이를 내장해 실용성을 확보했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실내로 들어선다.

네모와 원을 중심으로 완성한 인테리어 구성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편.

높은 벨트라인보다도 더 높게 곧추선 대시보드는 예상대로 승용차가 아닌 픽업트럭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픽업트럭처럼 시트포지션이 높지 않아 참호 속에 들어와 앉은 듯 독특한 느낌이다.

거치적거리거나 답답한 느낌에 포근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더해져 각자의 취향에 평가를 맡겨야 하겠다.

시원시원하게 배치된 송풍구나 스위치의 모양 등은 최신 포드 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새틴 니켈 트림과 리얼 우드패널, 크롬 액센트를 넣어 링컨가문의 기품을 유지하고 있다.

계기판과 버튼에는 흰색 LED를 이용해 트렌디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시대에 뒤쳐진 느낌이었던 LS에 비하면 월등히 좋아졌지만 2% 부족한 섬세한 마무리는 다소 안타깝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외에 실내 온도와 바람세기까지 조절할 수 있도록 버튼을 배치해 사용하기 편리하다.

페달 높이는 조절되지 않지만 스티어링휠은 틸트와 텔레스코픽 기능을 지원해 체형에 맞는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식 조절이 가능한 시트는 적당히 부드럽고 여유롭다.

게다가 운전석 시트에는 메모리 기능과 타고 내리기 편안한 이지액세스 기능까지 담고 있어 렁컨의 진화를 또 한번 실감케 한다.

열선은 물론 통풍까지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그 만족감은 더욱 크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MKX가 전면에 내세우는 호화 사양인 THX II인증 오디오 시스템.

600와트 출력에 서브우퍼 2개를 포함해 총 14개의 스피커가 실내를 감싼다.
대시보드 중앙 상단은 물론 뒷선반까지 모조리 장악한 스피커 커버들의 위용이 예사롭지 않다.

아쉬운 점은 극장용 사운드 시스템에서 파생된 오디오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AV 모니터는 국내 옵션에서 빠졌다는 점.

영화 볼 때만 쓰라고 만들어놓은 오디오도 아니거니와, 주행 중에 혹은 시동을 걸어놓고 뭔가를 본다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THX인증 시스템이라는 타이틀이 아깝다는 인상은 피하기 힘들다.

LS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동방식일 것이다.

앞바퀴 굴림 방식인 MKZ는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AWD 모델도 갖추고 있다.

LS의 실내에서는 센터터널이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MKZ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처음부터 AWD 구동계를 고려해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바닥 중앙이 높지 않은 점은 인상적이다.

뒷좌석 공간은 덩치가 더 큰 LS보다도 오히려 넉넉해 아쉬울 것이 없지만, 기본적인 수납공간 외에는 편의사양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단점이다.

보닛 아래로 잠들어 있던 심장을 깨우자 두터운 벽 너머로부터 V6 엔진의 나지막한 공회전 소리가 들린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동원하고는 있지만 동급의 국내와 일본 메이커의 시동이 걸렸는지도 모르거나 가속페달을 밟기 미안할 정도로 연약한 소리만을 들려주는 것과는 접근방법이 다르다.

탑재된 엔진은 포드의 최신 듀라텍35 엔진.

Ward's Auto World의 ‘2007년 세계 10대 엔진’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이 엔진은 포드 엣지, 링컨 MKX와 MKZ, 신형 파이브 헌드레드, 마쓰다 CX-9와 함께 사용된다.

흡기 쪽에 가변 캠 타이밍(iVCT)을 쓰는 이 3.5리터 알루미늄 V6 엔진은 6250rpm에서 267마력의 최고출력을, 4,500rpm에서 34.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예상보다 한 단 더 높은 자동 6단.

하지만 놀랍게도 대다수 경쟁차들이 갖추고 있는, 그리고 LS에도 있었던 수동 변속모드는 장비하지 않았다.

시프트 레인지는 D와 L로만 구분되어 있고, 셀렉트 레버에 오버드라이브 버튼이 붙어있다.

계기판 하단에 표시되는 N과 S는 ‘기어중립’과 ‘스포츠모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차의 진행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 기능. 현재의 레인지는 옆을 내려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100km/h 순항 시 엔진 회전수는 1750rpm을 약간 넘어선다.

이 상태에서 오버드라이브를 끄면 3000rpm으로 상승하고, 다시 킥다운을 시도하면 4000rpm을 넘어서며 120km/h를 상회하게 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패달에 힘을 실어본다. 기어는 55km/h에서 2단, 100km/h에서 3단, 155km/h에서 4단, 계기판이 가리키는 최고속도인 200km/h에 다다르며 5단으로 바뀐다.

200km/h를 상회하며 레드존에 치닫던 rpm은 6단으로 변속되며 4750rpm을 유지하며 항속 주행하기 시작한다. 엔진회전수에 대한 차체의 반응은 초반부터 고속까지 플랫한 토크 특성이 돋보인다.

다이내믹이나 스포츠모드도 존재하지 않은 MKZ이지만 강력한 하드트레이닝을 성공적으로 마친 3.5리터 듀라텍 엔진덕분에 주행 중 가속감은 차고 넘친다.

오히려 달리기 성능을 완벽히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서스펜션이 불안할 정도.

새 엔진과 함께 더욱 단단하게 세팅 되었다는 서스펜션은 분명 전형적인 미국 모델의 그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스포츠세단 운운할 정도는 아니어서 LS와의 성격차이를 읽을 수 있다.

LS도 심하게 단단한 편은 아니었지만 MKZ는 더욱 부드러워 다이내믹한 주행보다 안락하고 푹신한 주행이 가능한 세팅이다.

주행 보조 장치로는 구동력을 확보해주는 TCS가 달려있지만 ESP는 미국 내 옵션으로도 준비되지 않기 때문에 차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움직임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스티어링은 속도에 따라 무게감을 더하는 속도감응형이지만 고속보다 저속에서 더 묵직한 느낌이다.

6미터가 넘는 큰 회전반경도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국내 도로 여건상 웬만해선 한번에 U턴 할 생각은 접는 게 좋다.

더 이상 클래식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로는 첨단의 21세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링컨이 MKZ를 필두로 보다 스포티한 럭셔리의 진화를 추구하고 나섰다.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세계가 인정한 엔진을 심장으로 선택했다.

강력한 달리기 성능과 보다 튼튼해진 뼈대를 바탕으로 3.5리터 엔진을 얹은 어퍼 미들 클래스 MKZ는 4390만원이란 착한 가격까지 제시하고 있어 그 매력이 더욱 크다.

4000만원 대에서 7000만원 대까지의 다양한 수입차 모델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링컨의 뉴 페이스 MKZ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예의주시해야 하겠다.

솔직히 나라면 4000만원 넘는 돈 주고 링컨 안사겠다. 

좀 더 주고 독일 메이커의 엔트리급 모델을 사거나 그도 아니면 차라리 잔고장 덜하고 마무리 꼼꼼한 일본 메이커, 그것도 아니라면 저렴한 현대차를 타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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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MKZ
크기×넓이×높이(mm) : 4840×1835×1470
휠베이스(mm) : 2727
차량중량(kg) : 1670
트렁크 용량(L) : 447
엔진형식 : V6 DOHC
배기량(cc) : 3496
보어×스트로크(mm) : 92.5 x 86.7
압축비 : 10.3:1
최고출력(마력/rpm) : 267/6250
최대토크(kg․m/rpm) : 34.4/4500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
트랜스미션 : 6단 자동
기어비 (1/2/3/4/5/6/R) : 4.15 / 2.37 / 1.56 / 1.16 / 0.86 / 0.69 / NA
최종감속비 : 3.46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파워)
타이어 : 225/50R 17
연비 : 8.4km/L
가격(만원) : 4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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