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행위가 더 이상 불편하거나 이상한 게 아닌 요즘. 현대차가 혼라이프 SUV라는 타이틀을 걸고 새 모델 베뉴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물론 형제 브랜드인 기아차까지 합쳐도 베뉴는 가장 작은 SUV다. 바로 위에 코나가 있고, 투싼과 싼타페, 대형 SUV인 펠리세이드가 라인업을 이룬다.
베뉴는 B-세그먼트 소형 SUV다. 현대차그룹 안에서도 같은 체급이 수두룩하다. 코나, 스토닉, 셀토스 등이 대표적이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040×1,770×1,585㎜. 코나보다 125㎜ 짧고 30㎜ 좁다. 반면 키는 20㎜ 크다. 스토닉과 비교하면 65㎜나 우월하다. 즉, 키 높이 구두 신은 해치백보단 정통 SUV 비율을 따른다.
우선 생김새부터 보자. 사진보다 아담한 실물은 비율이 좋다. 특히 옆에서 보면 길이는 짧지만 높이는 제법 높고 선과 면을 잘 살려 다부지고 귀여운 맛이 좋다.
헤드램프부터 테일램프까지 짙게 이어진 선명한 어깨선은 실제 길이보다 좀 더 길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낸다.
휠 하우스 공간에 여유가 있어 17인치 알로이 휠도 그리 크게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베뉴는 트림에 따라 15인치와 17인치 휠 중 고를 수 있다. 막내지만 SUV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휠 하우스와 차체 아래에 플라스틱을 덧댔다.
얼굴은 막내지만 쉽게 보지 말라는 듯 커다란 캐스케이드 그릴로 힘을 줬다. 커다란 그릴 안으로 십자가 무늬가 빼곡하게 박혀 있는데,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린다. 헤드 램프를 감싼 둥근 네모 주간주행등은 그 어떤 차보다 선명하고 반짝인다. 보석 같은 테일램프는 보는 각도에 따라 패턴이 달라지는 렌티큘러 렌즈다. 이 독특하고 깜찍한 아이템은 세계 최초다.
혼라이프 SUV는 대체로 젊은 층을 겨냥한다. 때문에 각기 다른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세심하게 챙겼다. 우선 조합할 수 있는 색깔만 21가지나 된다. 외장 색만 10가지, 지붕도 3가지 중 고를 수 있다. 실내도 3가지나 된다. 더불어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으로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 반려견이나 차박을 위한 특별한 옵션도 준비했다. 막내 SUV 베뉴는 이동 수단을 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실내는 단순하고 담백하다.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버튼과 다이얼을 달았다. 기어노브 앞에 수납공간도 단순하지만 실용적이고 컵홀더도 마련했다. 센터 콘솔은 작은 차답게 앙증맞아 공간이 넓지는 않다. 시트는 열선은 품었지만 통풍은 빠졌다. 작고 가벼운 차에 통풍 기능까지 있으면 과했을까? 아마도 연식변경 모델에는 들어갈지 모른다.
뒷좌석은 좁다. 어른을 뒤에 태우고 장거리 여행을 쾌적하게 떠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 가운데 팔걸이나 송풍구도 없다. 이 차는 혼자, 또는 둘이 타는 혼라이프 SUV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뒷공간 여유와 편의 장비를 일정 부분 포기한 대신 실용성과 운전자 편의에 치중했다.
베뉴의 파워 트레인은 1.6리터 가솔린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무단변속기인 IVT 하나다. 아반떼와 K3에도 올라가는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 123마력과 최대토크 15.7kg.m를 낸다.
기본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높고 작은 차체는 운전이 쉽고 시야가 시원하다. 누가 몰아도 다루기 쉽고 금세 익숙해진다는 의미다. 시트 높이가 좀 더 낮았으면 좋겠다 싶다. 하지만 작은 차체에 공간 활용성을 키우려면 시트 포지션을 높여 무릎을 굽혀 앉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
1200kg 전후인 작은 SUV는 실용 영역 구간에서 가볍고 경쾌하게 달린다. 작은 SUV지만 실내는 기대 이상 조용하다. 무단변속기지만 IVT의 출력 직결감과 반응은 비교적 정학하고 믿음직하다. 출력을 좀 낮추고 연비를 높인 이 엔진의 표준연비는 리터당 13.7km. 주행 후 트립 컴퓨터로 확인한 실연비는 리터당 14km 대를 보였다.
주행 중 추월이나 급가속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반응이 반박자 느리게 rpm을 쳐올린다. 3000prm을 넘기면서 힘에 부친 듯 거칠게 우는 엔진음이 실내를 파고들지만 가속은 화끈하지는 않다. 하지만 전반적인 파워트레인 구성과 반응은 칭찬할 만하다. 차체와 무게에 잘 어울리는 출력은 거의 대부분의 주행에서 스트레스 없이 힘을 내고 반응한다.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앞)과 토션 빔(뒤). 댐핑 스트로크를 짧게 설정해 작은 SUV의 하체 감각은 제법 통통거려 부드럽거나 안락한 맛은 좀 떨어진다. 젊은 운전자들이 많이 즐길 모델인 걸 감안한 세팅이어도 승차감은 다소 거칠다. 매끈한 도로나 고속도로를 달리면 문제없지만 지저분한 국도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면 몸이 피곤하다. 뒷좌석은 더 통통거린다. 작은 공간에 편의 장비 없는 뒷좌석이라 승차감이 더 거칠게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정리해보자. 베뉴는 혼라이프 SUV라는 콘셉트에 맞춰 훌룽하게 완성한 차다. 작고 높아서 운전이 쉽다. 효율성 좋은 파워트레인은 크게 부족함 없이 안성맞춤이다. 뒷공간이 작고 불편하지만 그건 문제가 안된다. 혼라이프 SUV니까. 다소 거칠게 통통거리는 하체는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이자 낭만일 수도 있다.
SUV 전성시대지만 생애 첫 차로 SUV를 선택하길 망설였던 이들, 또는 더 작은 SUV를 원하던 이들, 2000만 원 아래에 제법 괜찮은 성능과 편의장비를 품은 SUV를 찾았던 이들에게 베뉴는 제법 괜찮은 해답이 될 것이다.
가격 1473~2111만 원
엔진 1598cc I4, 123마력, 15.7kgㆍ m
변속기 IVT(무단변속기), FWD
성능 0→100 11.2초, NA km/h, 13.3~13.7km/ ℓ
무게 1155~1215kg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