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0일, 화성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부품 시승회가 열렸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에서 열린단다. 그만큼 자동차와 부품 관련 메이커들에게 한국은 중요한 나라다.
차 뿐만 아니라 무엇이건 한국에서 성공하면 어딜 가도 성공한다고 그쪽 사람들끼리 말한다고 한다. 그만큼 입맛 까다롭고 취향 독특한 민족이다.
이름도 생소하다. 부품 시승회라. 이번 행사의 주최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기업 콘티넨탈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콘티넨탈 섀시, 안전 사업 부문.
솔직히 콘티넨탈은 타이어 메이커인줄 알았다. 하지만 콘티넨탈은 타이어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다(국내에서 콘티넨탈은 타이어 메이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871년 독일 하노버에서 시작한 글로벌 부품 전문 기업 콘티넨탈은 구동과 타이어, 브레이크, 섀시, 자동차 전장 등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한 모든 것들에 대해 개발하고 연구하며 생산한다.
규모도 장난이 아니다. 36개국 200여 사업장에서 15만여명의 식구를 먹여 살린다. 이런 콘티넨탈이 국내에 들어와 활동하기 시작한 건 1995년부터다. 13년이 넘은 그들은 국내 모든 메이커에 많은 수의 부품을 공급 중이다.
부품 시승회의 진행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콘티넨탈에서 개발한 최신 부품을 시승차에 달고 동승한 엔지니어가 부품에 대해 설명한다.
엔지니어의 본보기 시승이 끝나면 직접 운전하며 부품 성능을 경험한다. 시승회에 소개된 부품은 AFFP(포스 피드백 액셀러레이터), MK100 ESC(차세대 ESC), MK100 ABS(차세대 ABS), EPB(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Lider Sensor/Camera Sensor(충격경보/완화시스템) 등 최근 개발됐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들이다.
골프(테스트카라서인지 상태는 별로지만 여전히 골프 특유의 탄탄함은 남아있다)에 장착된 MK100 ESC는 구형보다 작고 가벼워졌으면서 동시에 경차부터 소형 트럭까지 모든 차에 적용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전에는 소형, 중대형, 소형 트럭에 사용 가능한 ESC가 제각각이었지만 MK100 ESC 개발로 모든 차에 일괄 적용이 가능하게 됐다.
ABS, TCS가 결합된 차세대 ESC는 눈길 정도의 마찰계수를 보이는 저마찰로 시험장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구형 ESC보다 더 좋아졌다는 느낌은 없다. 연구원 역시 성능보다는 경량화와 소형화가 큰 의미라고 했다.
다이하스 무브에는 MK100 ABS가 달려 있다. 차세대 ABS 역시 ESC와 마찬가지로 작고 가벼워진 것이 특징. 1.7kg이었던 기존 ABS보다 0.4kg 줄어들어 1.3kg에 불과하다. 메이커의 경량화, 소형화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콘티넨탈은 소재를 연구하고 설계를 달리하는 수고를 반복한다.
차세대 ABS보다 더 관심을 끈 건 무브라는 자동차였다. 사진으로만 봤지 사실 실물은 처음 보고 시승했다. 이 작은 차체로 어찌 이리 방만한 실내 공간을 뽑아낼까 싶도록 놀랍다. 벤치 시트는 클래식하고 엔진룸은 공간에 여유가 없다. 사고나면 완전 대박일 듯 싶으니 아주 조심해야겠다.
무브는 경차다. 골목길을 잘 가고 서고 주정차 하기 편한 경차다. 딱 경차만큼 반응하고 움직이고 달린다. 실용성의 우위에 선 무브는 승차감이나 출력 성능이 좀 딸린다 해도 이해할 만한 차다.
일본과 유럽 메이커에 적용 중인 AFFP는 운전자가 설정해둔 속도와 차간거리에 따라 액셀러레이터의 답력을 무겁게 하고 진동을 사용해 위험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시스템이다. 설정 속도나 앞차와의 거리와 가까워지면 패들이 무거워진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꽤 강한 진동으로 더 강력하게 경고한다. 졸음 운전이나 전방 주시 태만 등 크고 작은 사고 예방에 탁월한 처방약으로 쓰임새가 크겠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는 강력한 파킹 브레이크는 물론 최근 고급차에 유행처럼 달려 나오는 오토 홀딩, 그리고 비상 브레이크 기능을 담고 있다. 파킹 브레이크나 오토홀딩도 훌륭하지만 브레이크 패들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버튼을 이용해 비상 정지가 가능하다는 건 큰 매력이다.
게다가 케이블 방식이 아닌 전자 방식으로 캘리퍼를 직접 움직이는 덕에 잠그고 푸는 시간이 1초 내외로 짧고 안정적이며 정확하다. 이 시스템이 양산차에 적용되는 시기는 유럽이 2011년, 국내는 2012년쯤으로 점쳐진다.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추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RUM(추돌 충격 저감 시스템)은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부품으로 꼽을 만하다. 비록 시속 20km 내에서만 안정적으로 움직이지만 주행 중 장애물을 만나면 RUM 시스템이 자동으로 급정거해 사고를 막는다. 서는 느낌도 강력하고 안정적이다.
시속 30km 안에서 장애물을 발견했을 때에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가장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움직여 사고를 막는다.
이 모든 시스템을 총망라한 차는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쯤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기에는 너무 비싼 모델들이다. 성능 좋은 부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콘티넨탈 관계자의 말처럼 작은 차에도 성능 좋은 콘티넨탈 부품을 달고 달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