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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람(인터뷰)

낸시랭과 토요타 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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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서 오전 9시에 인터뷰를 진행해 본 건 처음이다. 그리고 그녀만큼 적극적이고 매력적인 인터뷰이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독특한 매력이 막강한 낸시랭의 앞날이 더욱 더 찬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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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팝아트’ 낸시랭은 마차처럼 생긴 토요타 윌 비를 탄다. 그녀의 생애 첫 차면서 분신인 윌 비의 이름은 다름아닌 ‘윌 비 낸시’

삶 자체가 예술인 낸시랭을 청담동 한복판에서 만났다. 평론가들은 그녀의 존재 자체가 예술품이라고 했다. 그녀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팝아트인 것이다. 그녀는 다이내믹한 삶을 산다.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홍보대사로, 삼청동 갤러리 아트파크와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기획전을 진행 중인 작가로, 기업과의 프로젝트, 광고, 패션을 통한 팝아트의 선구자로 말이다.

팝아트가 뭐지?
팝아트는 파퓰러 아트(Popular Art)의 줄임말로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예술 장르의 대표주자다. 현대미술 장르 중 하나인 팝아트는 광고, 공산품, 패션 등 광범위한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일견 재미있기도 하지만 가볍게 보이기도 한다. 대중과 쉽게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는 예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럼 트렌디한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나?
그렇게 말하긴 힘들다. 유행을 따르는 예술은 아니니까. 상업적이고 대중과 좀 더 소통이 쉬운 예술이기는 하지만 유행에 민감한 예술은 절대 아니다.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언제?
홍대 대학원 시절, 그러니까 2002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언론에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향한 퍼포먼스 프로젝트, ‘초대받지 않은 꿈과 갈등’(부제 : 터뷰 요기니)이었다. 그리고 패션 잡지를 통해 데뷔한 유일한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은?
모든 게 다 애착이 간다. 특히 쌈지와 함께 만든 낸시랭 라인(기업과 손잡고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토털 패션 브랜드를 만든 것), 동아백화점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낸시랭 뮤지엄을 만든 것. 하지만 베니스 비엔날레를 향한 퍼포먼스 ‘초대받지 않은 꿈과 갈등’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간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고통과 시련, 예술에 대한 열망과 열정, 꿈이 혼합돼 나온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열성팬만큼 안티팬도 많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너무 감사하다. 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고 사랑의 표현이니까. 내겐 유독 극열성팬과 극안티팬이 많다. 역사 속 예술가들, 그러니까 피카소, 달리, 하물며 앤디 워홀까지도 ‘사이코, 혹은 광기어린’으로 평가됐다. 낸시 랭이 대중의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 되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더 열심히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과정이 만족스러운가?
만족스럽다. 계획하고 이룬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특히 기업과의 프로젝트는 기업 담당자로부터 먼저 연락이 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게 개인사가 됐고 긍정적인 이력이 됐다. 만족스럽고 즐거운 일이다.

4만km를 달린 2000년산 윌 비를 2006년 10월부터 타기 시작한 낸시 랭. 그리고 2년 만에 4만km를 달려 이제 8만km가 됐다. 윌 비는 낸시 랭의 생애 첫 차라서 더욱 특별하다. 사실 윌 비는 새 차를 사고 싶어도 못산다. 토요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진행했던 ‘윌 프로젝트’에 맞춰 한정 생산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모델 가운데 윌 비를 선택한 이유는?
많은 차들을 타보고 나서 윌 비를 사기로 결심했다. 윌 비를 처음 탔는데 너무 편안하고 익숙했다. 마치 합체 로봇처럼 말이다. 게다가 윌 비에 올라탄 나에게 주변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너무너무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신체구조와 차체 크기가 맞춤형 수트처럼 너무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작은데도 문이 네 개나 된다. 루프도 열리고 실내도 넓다. 1.3l 엔진이라 힘도 좋고 잔고장도 없다. 트렁크 공간도 넓어 정말 실용적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사로잡은 건 디자인이다. 미래지향적이고 트렌디한 겉모습과 달리 인테리어는 무척 클래식하다. 그리고 연비 정말 좋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6만5000원이 들어간다. 1l로 18km를 간다.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가 똑같다.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는데도 10일에서 11일을 탄다. 예술적인 연비다. 콤팩트한 차체 때문에 운전도 얼마나 경쾌하고 재미있고 부담 없는데.

칭찬이 자자하다. 그래도 단점이나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을텐데?
전혀 없다. 정말로 하나도 없다. 팝아티스트이자 자동차 마니아인 김태중 작가도 인정했다. 윌 비 정말 좋은 차라고 칭찬했다.

언제까지 탈거지?
정말 좋은 질문이다. 난 윌 비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차에 이름까지 지었다. ‘윌 비 낸시’라고. ‘낸시가 될거야’가 애마의 이름이다. 최고의 정비사에게 관리를 맡기고 움직이는 그 순간까지 함께할 거다. 벤틀리나 재규어같은 차를 사더라도 그건 세컨드 카일뿐, 퍼스트 카는 나의 윌 비 낸시가 될거다. 윌 비 낸시가 못 달리게 되면 내장재 덜어내고 차체를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거다. 그 안에서 책도 보고, 윌 비 낸시와 평생을 함께하는 거지. 그만큼 진심으로 이 차를 사랑한다.

자동차하면 떠오르는 생각?
합체 로봇. 나와 한몸 같고 패션 같은 것. 단순한 멋 이상으로 나와 잘 어울리고 편안해야 하는 대상.

윌 비 외에 좋아하는 차는 무엇?
벤틀리, 그리고 재규어 좋아한다. 난 클래식한 게 좋다. 클래식한 부분이 있어야 매력적인 차라고 생각한다. 벤틀리와 재규어는 클래식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잘 간직하고 있어서 좋다. 람보르기니처럼 너무 미래지향적이기만 한 차는 좀 그렇다. 물론 누가 준다면 좋아라 하고 타겠지만(웃음). 세컨카는 벤틀리로 하고 싶은데.

고양이 인형 ‘코코샤넬’을 어깨에 메거나 안고 다니는 그녀. 요염하고 귀여우면서 도발적이고 관능적이며 때로는 퇴폐적인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그녀. 낸시 랭과 윌 비 낸시는 정말 잘 어울렸다. 2년이 아니라 20년도 넘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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