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_시승

BMW 320d! 얼마나 좋아졌나?(+영상)

까비야 2019. 8. 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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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의 황제는 BMW 3시리즈다. 왕은 언제나 도전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다. 하지만 이들이 왕의 자리를 탈환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돌아온 신형 3시리즈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진 속 신형 3시리즈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디자인이 기존 3시리즈 오너로써 예쁘게 보이다가 또 한 편으로 어색해 보였다. 구형 오너로써 신형 모델에 대한 일말의 질투심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눈앞에 등장한 실물을 사진보다 더 오래 음미했다. 

3시리즈는 1975년 첫 등장 후 약 45년간 다이내믹 콤팩트 세단 부문에서 즐거운 운전의 기준을 제시하는 BMW의 상징 모델로 군림했다. 크기는 이전 세대보다 확연히 커졌다. 길이는 76, 폭은 16, 높이는 6mm가 커졌다. 실내 크기를 가늠하는 휠베이스는 무려 41mm가 길어진 덕에 BMW는 뒷좌석이 옹색해서(실제로는 제법 넓다) 3시리즈는 가족차로 어울리지 않는다던 사람들의 핀잔에 제대로 제동을 걸었다. 

디자인 상징인 키드니 그릴은 커지다 못해 보닛을 파고 들었고 더더욱 공격적으로 변한 캐릭터 라인은 범퍼와 보닛을 휘감아 나갔다. 상황에 따라 구멍을 여닫으며 공기저항과 열관리 효율화를 꾀하는 액티브 에어스트림 키드니 그릴은 모든 모델에 기본이다.
신형 5시리즈와 7시리즈처럼 헤드램프와 키드니 그릴을 하나로 이어 붙여 디자인 일체감을 높였다. 신형 3시리즈는 모든 모델에 LED 헤드 램프가 기본 적용된다. 윗급 모델에서는 7시리즈에서 선보인 레이저 라이트를 고를 수도 있다. 신형 헤드 램프는 1998년 등장한 E46 3시리즈 헤드 램프를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훌륭히 재해석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차체를 타고 역동적으로 흐르는 한 쌍의 캐릭터 라인과 사이드 스커트 라인은 더욱 입체적이고 날렵한 인상을 만들었다. 뒷모습도 변화의 폭은 크다. 3차원 ‘L’ 자형 LED 테일램프와 더 커진 트윈 머플러 덕에 보다 공격적이면서 차체가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커진 차체와 더 커진 디자인 요소들(키드니그릴, 헤드 램프, 테일램프 등) 탓에 구형보다 가볍고 날카로운 맛은 좀 떨어지지만 묵직하면서 부드러운 매력이 커졌다. 남성성이 강해 호불호가 갈렸던 여성들도 좋아할 디자인을 품고 등장한 셈이다.  
신형의 변화는 실내에도 풍성하다. 운전자 중심의 레이아웃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옆자리는 더 넓고 안락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계기반과 모니터, 기어노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터페이스다. 12.3인치와 10.25인치 대형 고해상도 스크린 2개가 길게 이어 붙은 듯한 디스플레이 구성으로 보기 좋고 다루기 쉽게 완성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더 큰 개인적 취향상 현란하고 화려해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래픽의 풀 컬러 디지털 계기반보다 동그란 테두리에 실제 바늘이 춤추는 계기반이 그립기도 하다.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아날로그 계기반을 보고 있으면 자동차가 더 이상 교감의 대상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로 변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늘 깔끔하고 완벽하게 반응하는 로봇 같아 생기는 아쉬움이랄까. 여하튼 결론은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실내라는 것. 

마감재는 고급스럽고 조립품질은 꼼꼼하고 군더더기 없다. 공조 장치 디자인은 물론 버튼과 다이얼, 새로 디자인한 기어 노브와 그 옆으로 자리를 옮긴 시동 버튼 등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실내가 새 모델 모는 맛에 감칠맛을 듬뿍 더한다.  
국내에 우선 데뷔한 신형 3시리즈의 엔진 라인업은 2가지. 190마력과 40.8kg· m 토크를 내는 2.0ℓ 디젤 엔진을 얹은 320d와 258마력에 동일한 토크를 내는 2.0ℓ 가솔린 터보의 330i가 그들이다. 예약 판매를 시작으로 하반기 데뷔를 앞둔 M340i도 있다. 3시리즈 최초의 M 퍼포먼스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할 이 녀석은 3.0ℓ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품고 매시 키드니 그릴 등 더욱더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출전 채비를 마쳤다. 그뿐만 아니라 M 스포츠 디퍼렌셜과 M 스포츠 서스펜션 등 화려한 아이템으로 무장해 좀 더 다이내믹한 움직임과 큰 운전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옵션 또한 풍성하다. 반자율 주행 장치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와 레이저 라이트 등 이노베이션 패키지가 기본이다. 여기에 7590만 원이라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 우리의 통장 잔고를 호시탐탐 노릴 예정이다.  
본격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올랐다. 시승 모델은 320d 럭셔리. 외부 소음 차단에 효과적인 이중 접합 유리와 이전 세대보다 더 공들인 방음과 진동 대책 덕에 실내는 가솔린 부럽지 않게 안락하다. 세미 버킷 타입 시트는 지지력과 가죽 질감이 평균 이상이고 늘 그랬듯 운전 자세와 앞 시야가 트여 내 차를 몰 듯 금세 익숙해져 운전이 쉽고 편하다. 

기어 노브 옆으로 자리를 옮긴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를 6.8초 만에 끊는다. 원한다면 전자식 4륜 구동의 xDrive 모델도 고를 수 있다. 참고로 시승 모델은 운전 재미 출중한 후륜구동 모델이다. 가속 페달에 무게를 더하자 두툼한 토크가 뒤 바퀴를 굴리며 사뿐사뿐 아스팔트를 가르기 시작했다. 넉넉한 힘이 기술력과 노하우로 점철된 변속기를 타고 타이어에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출력을 전달했다. 
정교하고 부드럽게 반응하는 디젤 엔진의 출력과 적당한 무게감으로 원하는 만큼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끈적하고 일관되게 앞머리를 움직이는 스티어링 감각은 3시리즈에서 즐길 수 있는 호사 중 하나다. 예전 유압식 스티어링의 자연스럽고 정교한 느낌을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신형의 전자식 스티어링은 피드백이 훌륭하고 완성도가 뛰어나다. M 모델을 제외하면 BMW 라인업 가운데 굽이진 길에서 운전 재미가 가장 좋은 녀석임에 틀림없다.  
낮은 속도에서 하체 감각은 포근하고 안락했다. 이전 세대는 하체 감각이 너무 부드러워 3시리즈 고유의 운전 재미가 덜해졌다고 일부 마니아들에게 핀잔을 들었었다. BMW 역시 상황을 직시하고 신형을 개발하면서 섀시와 하체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래서 탄생한 하체가 이렇게 부드럽고 안락한 것이었나? 다시 3시리즈의 스파르탄 한 감각으로의 귀환은 헛소문이었던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오해였다. 기본적으로 안락하고 부드럽지만 과도한 롤링이나 바운싱처럼 불필요한 반응 등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없다. 
서스펜션은 단단하지만 가혹하지 않다. 교과서의 모범 답안처럼 차체를 제어했고 아주 가끔 꽁무니가 흐르는 짜릿한 재미도 즐길 수 있다.  4개의 타이어에 껌을 붙여 달리듯 노면을 일관되고 일정하게 물고 늘어지는 능력은 실로 감탄스럽다. 누구나 좋아할 안락함에 끈끈하게 붙어 달리는 맛 덕분에 몰수록 재미가 커졌다. 과격한 출력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둔 320d답게 주행 중 가속감이나 펀치력이 짜릿하진 않지만 아쉽지도 않다. 이전 세대보다 55kg 가벼워진 3시리즈의 진가는 코너에서 발휘된다. 가벼워진 차체는 코너에서 특히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마치 프로 드라이버가 된 마냥 코너에 차를 집어던져도 기민하고 안정적으로 반응한다. 

빼놓을 수 없는 320d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효율성이다. 이렇게 재미있고 뜨겁게 달리면서도 리터당 13.0km 이상을 찍는다.   3시리즈는 BMW의 간판스타이자 전 세계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의 표준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왕좌의 권위에 도전하는 쟁쟁한 녀석들이 꾸준히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늘 그렇듯 3시리즈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한다. 
BMW는 그들 스스로의 장점과 강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려는 심산으로 그들 특유의 스파르탄 한 주행감과 운전 재미를 일정 수준 포기하고 안락함과 편안함을 키우며 마니아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전 세대와 달리 신형은 3시리즈 본연의 모습을 평균 이상으로 훌륭히 복원해냈다. 남녀노소 좋아할 포근한 승차감에 BMW 다운 밸런스와 하체감을 더해 3시리즈만의 색을 덧입혀 현대적으로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신형 3시리즈의 등장으로 차 마니아들은 보다 더 즐거워질 것이고 통장 잔고를 헤아리느라 다소 분주해질 것이다. 

글 이병진

BMW 320d Luxury Line 
가격 5620만 원  
엔진 1995cc I4 터보 디젤,  190마력@4000rpm, 40.8kg· m@1750~2500rpm 
변속기 8단 자동, RWD 
성능 0→100 6.8초, 240km/h,  13.0km/ℓ, CO₂ 132g/km 
무게 164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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