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_이벤트&출장

벤틀리가 말하는 벤틀리식 드라이빙

까비야 2009. 2. 2. 17:32
반응형


벤틀리는 그 비싼 최고급 타이어를 수시로 바꿔 달고 더 많아도 괜찮을 참가자 수를 10명으로 제한했다.
게다가 인스트럭터에게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3일이나 가르쳤다
“영국 본사의 인스트럭터가 함께하는 드라이빙 프로그램은 아시아 최초예요. 게다가 참가자 수를 10명으로 제한했습니다. 안전과 참가자들의 실질적인 프로그램 경험에 치밀하다 못해 결벽증 증세를 보이는 상황이죠.”
어깨에 살짝 힘이 실린 벤틀리 코리아의 한 관계자가 볼 맨(?) 소리를 한다.
자동차 잡지를 만들다 보면 이래저래 다양한 메이커의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메이커의 이런 행사는 으레 미디어들만 따로 시간을 빼내 신경 써서 진행해도 결국 도떼기시장처럼 변질되기 일쑤다.
참가자를 제한하기는 아쉽고 그러다보니 차도, 서킷도 수용 범위 이상으로 초청하기 때문이다.
“네가 그토록 원하는 드림카 한 번 태워줄 테니 어서 줄을 서려무나.” 하는 것처럼 갑부집 아들의 놀이에 동원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잠깐 올라타서 한두 번 급브레이크를 밟아보고는 차에서 내려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허망한 꼴이다. “차라리 이런 행사는 하지 마세요.”라고 일러주고 싶을 정도다.
미디어 대상 이벤트를 안 하기로 유명한 벤틀리가 차라리 안 해도 좋을 드라이빙 체험 이벤트를 한다고 했을 때 ‘벤틀리 너마저’하는 걱정이 앞섰다.  
미리 나눠준 프로그램을 보니 일정이 굵고 짧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실제로는 12시쯤이면 끝나는 일정이다.
장소는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한 가지 의심스러운 내용이 눈에 띤다. 참가자는 단 10명. 국내 기자 7명과 일본 기자 2명, 싱가포르 기자 1명이다. 미디어만 10명이고 VIP 고객이 다수 포함되어 진행되겠구나 싶었다.
새벽밥 먹고 아침 9시까지 화성 자동차시험연구소에 도착했다. 오전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할 그 귀하디 귀한 고객은 한 명도 안 보인다.

기자와 인스트럭터, 관계자들만 올망졸망 모여 있다. 그랬다. 참가자의 안전과 실질적인 체험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주기위한 벤틀리 본사 차원의 참가자 제한이란다. ‘벤틀리 너마저’가 ‘역시 벤틀리’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앞서 밝혔 듯 벤틀리 본사 인스트럭터가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아시아 행사는 한국이 처음이다. 회의실에 빙 둘러 앉아 영국 본사에서 날아온 인스트럭터 주재로 프로그램 설명이 시작됐다.
“벤틀리 드라이빙 프로그램으로 하이퍼포먼스 럭셔리 브랜드의 다이내믹함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벤틀리 주행성능과 첨단 기술의 본격적인 체험을 하게 될 것이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진짜 운전 기술을 몸으로 익히게 될 겁니다. 기대해도 좋아요.”
비행기 활주로처럼 넓은 아스팔트 한 편에 벤틀리 5대가 대기 중이다. 모두 컨티넨탈 시리즈로 플라잉 스퍼가 2대, GT 스피드 2대, GTC가 1대다.
운 좋게도 그 중 가장 강력한 GT 스피드에 올랐다. 철저히 1:1 방식의 맨투맨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처음은 고속에서 급정지 후 핸들링을 통해 위험물을 피하고 제대로 정지하는 것.
급제동을 몸에 익힘과 동시에 첨단 안전시스템의 최신 기술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400~500m 떨어진 곳에서 급가속으로 출발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짧은 직선 구간이지만 610마력의 GT 스피드는 이내 시속 120에서 140km까지 도달한다.
잠깐을 그렇게 달리다 정해진 곳에서 브레이크 패달에 무게를 실어 있는 힘껏 풀브레이킹을 하며 핸들을 감았다 반대로 풀어 돌린다. 그 거대한 벤틀리의 ABS는 정확하고 부드럽게 반응하며 유유히 장애물을 피해 의도했던 지점에 정확히 멈춰 섰다.
요즘은 ABS 미장착 차를 찾기 어렵다. 문제는 얼마나 이질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작동하며, 강력하게 속도를 제압하는가 하는 것이다.
다음은 고속 슬라럼. 시속 80km 속도로 아스팔트 위 러버콘을 지그재그로 통과하며 한 덩치 하는 벤틀리의 기민하고 예리한 거동을 경험하기 위함이다.
슬라럼은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하고 배웠다. 스티어링을 부드럽고 절도 있게 감고 푸는 것과 가속 패달을 잘 밟고 잘 떼는 것.
시속 80km에서는 너무 부드럽고 밋밋하게 반응해 오기가 생겼다. 벤틀리를 무너트리기는 쉽지 않았다. 권장 속도보다 시속 20km나 속도를 오버해도 여전히 고상하고 유연하게 러버콘을 지나갔다.
마지막은 벤틀리의 ESP 체험 코스 구간. ESP는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사고를 막아주는 적극적인 안전시스템으로 메이커마다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가상으로 장애물을 설정하고 오른쪽 차선으로 한 번 피하고 그 피한 차선 앞에 다시 등장한 장애물을 피해 왼쪽으로 또 한 번 급하게 차선을 바꾼다.
우선 ESP를 끄고 시도한다. 속도는 시속 80km 이상. 처음 오른쪽 차선으로 옮기는 것은 그럭저럭 가능했다. 문제는 옮겨온 오른쪽 차선에서 다시 왼쪽 차선으로 이동하면서다. 잃을 대로 잃은 자세는 ‘휙’하고 스핀을 했고 자세를 잡아보려 카운터를 쳤더니 다시 반대로 돌다 섰다.
도로였다면 여러 사람 다쳤을지도 모를 대형 사고를 생각하니 아찔하다. 곧바로 출발선에 돌아와 버튼을 꾹 눌러 ESP를 작동시키고 동일한 속도로 진입한다.
이런 싱거울 데가 다 있나. 핸들링만 적극적으로 하면 벤틀리는 러버콘 하나 치지 않고 가상의 정지선 안에 얌전히 선다. ESP 없는 차를 타는 나로서는 ‘더 살살 다녀야겠구나.
다음에 차를 살 땐 옵션으로 꼭 ESP를 넣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벤틀리 드라이빙에서 배운 사실 하나. 제 아무리 벤틀리라도 과속과 난폭 운전에는 장사 없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안전운전, 방어운전이 최고다.


반응형